본 정보는 세계 각지의 여행가이드북 및 지역별 문화예술 백과사전을 발간하는 <러프 가이드>(Rough Guides: www.roughguides.com) 시리즈가 제공하는 정보로서, 태국의 대표적인 대중음악 장르 "룩퉁"(Luk thung, ลูกทุ่ง)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소개한 글이다. 룩퉁은 "룩꿍"(Luk krung, ลูกกรุง) "멀람"(Mo lam 혹은 Mor lam, หมอลำ) 및 "깐뜨름"(Kantrum: กันตรึม) 장르와 더불어, 한국의 트로트 음악이나 일본의 엔카(演歌)에 대비되는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음악 장르이다. 룩퉁, 멀람, 깐뜨름 등의 장르들 중에서도, 특히 룩퉁은 태국의 대중문화를 대변하는 위상에서 단연 우세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한국이나 일본의 유사 장르와 비교해서도 훨씬 더 큰 상업적 음악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본 정보는 "크메르의 세계"가 한국어로 완역한 것으로, 사진 및 동영상은 별도로 추가한 것이다.
'룩퉁'이란 용어가 협의의 의미로 사용될 때는 느린 발라드 위주의 '룩퉁 형식' 음악만을 지칭한다. 하지만 광의의 의미로 사용될 때는 협의의 룩퉁을 비롯하여 보다 재즈풍의 전통가요인 '룩꿍'(Luk krung, ลูกกรุง), 이싼(Issan, อีสาน: 태국 북동부) 지방 및 라오스에서 인기가 있는 토속적이고 흥겨운 리듬의 '멀람'(Mo lam 혹은 Mor lam, หมอลำ) 및 태국 특유의 포크락 장르인 '플렝 프어 치윗'(Phleng phuea chiwit, เพลงเพื่อชีวิต: '인생을 위한 노래'란 의미) 등 성인가요 전반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크세]
룩퉁의 역사적 개관 : 태국 대중음악의 대표적 장르
룩퉁 쇼를 보지 않았다면 태국을 말하지 말라 !
(사진) 룩퉁 쇼는 주로 유명 가수를 주인공으로 진행함으로써, 과거 한국의 가수들이 활동했던 리사이틀 형식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유명 가수에게는 언제나 대규모 악단과 남녀 무용단 및 합창단, 그리고 개그쇼(만담)를 진행할 동료 코메디언들이 함께 동반해서 전국 투어에 나선다. 룩퉁 쇼에 출연하는 남녀 댄서들은 고전무용과 현대적 댄싱 모두에 능하고, 때때로 합창단 역할까지 해낸다. 룩퉁 쇼는 특히 그 출연자들이 태국의 전통 의상부터 심지어는 현대적 핫팬츠와 미니스커트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화려한 의상들을 지속적으로 갈아입고 출연하는 볼거리로 유명하다. 그러한 의상 중 유명한 스타일이 바로 이 사진에서 볼수 있는 무랑루즈 캉캉춤 풍의 의상이다. "룩퉁 패션"으로도 불리는 이러한 의상은 이제 룩퉁쇼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위의 사진은 태국의 인물사진 작가 소라윗 붑파(Sorawich Buppa)가 촬영한 것으로, 대기실에서 준비 중인 룩퉁 댄서들의 모습이다.
보다 많은 화보들과 국영 MCOT의 "고교 룩퉁 경연대회" 정보를 보려면, 다음 게시물을 클릭하라.
태국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방콕 근교의 사찰(와트) 축제나 체육관, 혹은 지방의 사찰 주변 축제장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룩퉁(Luk Thung ลูกทุ่ง) 콘서트(쇼)를 관람하길 권한다. 아마도 당신은 아시아에서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대단한 대중음악적 발견을 하게 될 것이다.
룩퉁 쇼는 화려한 조명 속에서 만담식의 코메디(개그 쇼) 및 여러 종류의 춤과 음악이 어우러지며, 가수와 수십명의 무용수들(댄서들)이 참여하여 장시간 동안 펼쳐지는 공연이다.(역주1)
(역주1) 역자가 관람해본 공연들은 평균 진행시간이 무려 4~5시간에 이르렀다. 태국 지역 공동체에서 자주 보게 되는 축제기간이나 불교 명절을 맞이하여 사찰 주변에서 진행되는 축제장터에서 보게 되기도 한다. 혹은 유명 가수의 룩퉁 쇼일 경우, 그 공연만을 위한 독립적인 행사로 진행되기도 한다. 시골지역의 경우 여러 축제들이 지방자치단체 등이 스폰서의 협찬을 받아 재정을 부담하여 무료로 공연되는 행사들이 많은데, 이 룩퉁 쇼만큼은 거의 담장을 설치하고 유로로 진행된다. 대체로 1인당 100바트(2,500~3,000원) 수준의 입장료를 받으며, 입장객 규모는 적게는 2,000명 선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조명과 대형 음향장치, LCD 화면 중계장치 등 상당한 규모의 무대시설을 동반하는데, 아마 한국에서 디너쇼 형식으로 런칭한다면, 1인당 10만원 정도를 받아도 무방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정도로 화려하며, 그 품격도 훌륭한 대중문화 공연예술로 생각된다.
"룩꿍"(Luk krung, ลูกกรุง)(역주2)과 비교해서, "룩퉁"(역주3)은 언제나 시골이나 도시 빈민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데, 이 장르가 지난 40여년간 전국적인 대중성을 누린 데서 기인한다.
(역주2) 원래 "플렝 룩꿍"(เพลงลูกกรุง)의 준말로 "플렝"(เพลง)은 동사로는 "노래하다"이고 명사로는 "노래"(歌)라는 의미이다. "룩꿍"을 직역하면 "도시의 아이들"이란 의미이다.
(역주3) 원래 "플렝 룩퉁"(เพลงลูกทุ่ง)의 준말로, "룩퉁"을 직역하면 "들판[시골] 아이들"이란 의미이다. 룩꿍 장르에 비해 룩퉁은 조금 더 올드하고 연장자들이 더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룩퉁 전문 DJ 쩬뽀뻬 쫍까분완(Jenpope Jobkrabunwan)에 따르면, "룩퉁"이란 용어는 1962년 짬넝 랑싯꾼(Jamnong Rangsitkuhn)이 최초로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스타일로 녹음된 최초의 노래는 <오! 채소농삿꾼의 신부>(Oh Jow Sow Chao Rai: Oh, the Vegetable Grower's Bride)였고, 이 장르 최초의 대형가수는 1940년대 중반에 등장한 캄론 삼분나논(Kamron Samboonanon 혹은 Kamrot Samboonanon,คำรณ สัมบุณณานนท์)이었다.
(동영상)깜론 삼분나논이 부르는 <황금도시의 태국인들>(คนไทยเมืองทอง: 콘타이 므앙텅). 오래된 LP 사운드이다. 나콘 라차시마 도에는 "므앙텅"이란 이름을 가진 마을이 존재하기도 한다.
"룩퉁"은 원래 "플렝 딸랏"(pleng talat, เพลงตลาด: 시장통의 노래) 혹은 "플렝 치윗"(pleng chiwit, เพลงชีวิต: 인생의 노래)이라 불렸는데, 태국 전통음악의 핵심 장르인 민요풍의 "플렝 프어 반"(pleng phua bahn)과 태국 민속춤인 람웡(ram wong, 람봉) 형식이 결합하면서 탄생한 것이다.
또한 1950년대가 되면 말레이 전통의 현악기들과 말레이식 바이얼린이 악단 편성에 추가됐고, 그 무렵 라틴 음악의 거장이자 명 악단장 자비에르 쿠가트(Xavier Cugat)가 아시아 순회공연에 나서면서, "차차차"(cha-cha-cha)와 "맘보"(mambo) 같은 리듬들과 라틴식 금관악기(브라스, brass) 편성도 추가됐다.([역주] 자비에르 쿠가트는 1900년 스페인에서 출생하여, 5세 때 쿠바로 가서 음악교육을 받았고, 16세 때 다시 미국으로 이주했음)
또한 헐리웃(Hollywood) 음악영화들과 진 어트리(Gene Autry) 및 행크 윌리암스(Hank Williams) 같은 "요들송적인" 창법의 컨추리 앤 웨스턴 음악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동영상) Xavier Cugat - She's a Bombshell from Brooklyn (1943) 작, 편곡자이자 명 악단장이던 자비에르 쿠가트의 악단이 연주하는 차차차와 맘보 뮤직. 1950년대 아시아의 대중음악계는 그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다. 그리하여 당시 최고의 뮤지션들은 작곡자 겸 편곡자, 가수 겸 악단장 겸 연주인을 겸하는 것이 하나의 이상이었다. 한국의 경우 배호 같은 초기 대중음악 천재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 또한 캄보디아에서 "크메르 음악의 제왕"으로 불리다 크메르루즈 정권기에 사망한 신시사모웃(Sinn Sisamouth) 역시, 자국의 음악계에서 그와 유사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렇게 한국, 일본, 태국, 캄보디아 등 아시아의 대중음악은 20세기 중반경에 모두 유사한 과정을 겪으면서 발전했다.
(동영상) 배호의 <누가 울어>(1969년). 그가 27세 때 부른 이 동영상에서, 반주음악의 편곡은 정통적인 트로트 리듬으로 된 스튜디오 앨범과 달리 스윙 음악으로 되어 있다. 중학교 2학년 과정에서 중퇴한 배호(본명: 배만금)는 각 방송국 악단장들이었던 김광수, 김광빈 등 외삼촌들을 따라서 방송 3사의 전속악단에서 드럼 연주자로 음악을 시작한 명연주자였다. 가수로 데뷔한 후에도, 그는 당시 서울 최고의 사교클럽이었던 충무로 "풍전호텔" 악단장 겸 작곡자로서 라틴풍 및 재즈풍의 다양한 음악들을 들려주었다. 재즈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바운스 감각(리듬 타고 나가기?)을 지녔던 이 천재는 불과 2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1952년, 신인가수였던 수라폰 솜바띠짤른(Suraphon Sombatjalern, สุรพล สมบัติเจริญ)이 자신의 데뷔곡 <위앙짠[=비엔티안] 출신 그녀의 눈물>(น้ำตาสาวเวียงจัน)을 발표했고, 1967년 불의의 공격으로 살해당하기 전까지 이 장르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그의 죽음에 관해서는 여성편력 등 여러 소문들이 무성했다. 수라폰 솜바띠짤른은 룩퉁의 형식을 보다 성숙하게 만들어 이 장르의 발전에 공헌했다. 그리하여 룩퉁의 "여왕"으로 불린 펑시 워라눗(Pongsri Woranut, ผ่องศรี วรนุช)과 더불어, 룩퉁의 "제왕"이라는 칭호를 차지했다.
(동영상) "룩퉁의 제왕" 수라폰 솜바띠짤른의 곡 <뻰 솟 탐마이>(เป็นโสดทำไม: 왜 혼자 살아?).
(동영상) "룩퉁의 여왕"으로 불리는 펑시 워라눗의 노래 <마이 와 마이름>(ไหนว่าไม่ลืม: 잊지 않는다고 말해 줄래요?). 1939년생인 그녀는 아직도 원로가수로서 드물게 무대에 서기도 한다. 태국의 이미자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아래의 동영상은 2012년 공중파 방송인 채널3과의 인터뷰 프로그램이다.
오늘날의 룩퉁 음악은 태국 전통민요와 유랑극단 전통인 "리께"(likay, ลิเก),(역주4) 그리고 서구식 대중음악까지 결합하면서 발전한 것이다.
(역주4) "리께"는 캄보디아의 "유이께"(Yike)와도 유사한 유랑극단에서 파생된 극예술 형식이다.
태국의 "룩퉁" 음악은 분명히 인도네시아의 "당둣"(dangdut)이나 일본의 엔카(演歌)와 같이 아시아 주변국들의 전통가요들과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태국의 룩퉁은 그 스펙타클한 라이브 쇼 무대를 제외하더라도, 창법이나 가사의 내용에서도 나름의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 태국 룩퉁의 창법은 글리산도(붙임음) 주법을 많이 사용하며,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음계와 훌륭한 장식음(꾸밈음)들을 가지고 있다. 즉 한 사람의 가수가 상당히 넓은 음역대를 소화해야만 한다. 가령 1992년 사망한 여성 대스타 품푸웡 두웡짠(Pompuang [Pumpuang] Duangjan, พุ่มพวง ดวงจันทร์)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룩퉁적인 목소리를 갖기는 쉽지 않다. 고음과 저음에서 상당한 조절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룩꿍"과 비교해서 감정조절도 더욱 중요하다. 게다가 분위기를 강력하게 장악할 수 있는 힘도 필요하다.
품푸웡은 척추를 젤리로 변화시키는듯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1970년대 후반 태국 대중음악계의 최고 남녀 스타인 "사얀 산야"(Sayan Sanya)에 합류하면서 대가수로 부상했다.
(동영상) 품푸웡 두웡짠의 명곡 <낙렁 반넉>(นักร้องบ้านนอก: 시골집의 가수). 그녀는 1992년 31세의 나이로 인기절정의 순간에 사망한 태국의 국민가수였다. <낙렁 반넉>은 오늘날까지 수많은 남녀 가수들이 리바이벌해서 부르는 태국 룩퉁의 대표적인 명곡이다.
수라폰 솜바티짤른과 품푸웡 두웡짠은 모두 시골 농촌 출신이고, 이들은 노래에 사용되는 음악적 주제와 가사의 줄거리를 청중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주로 작은 이야기로 엮어나가는 룩퉁의 가사들은 화물차 운전수나 농촌 총각과 처녀들, 가난한 농부와 윤락녀, 혹은 하녀들과 같은 전형적인 주인공들을 갖고 있다. 또한 그 주제 역시 확실하게 비극적이거나 성적 쾌락이 기다리고 있는 대도시로의 이주 같은 사건들이 차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룩퉁의 노래 자체는 당국의 외설 검열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 외설적 표현이 다소 정제되어 있지만, 노래를 부를 때의 창법이라든지 무대 위에서의 동작표현 등은 상당히 선정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TV가 도래하고 스트링(string)(역주5) 뮤직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태국 내륙지역에서 활동하던 룩퉁 쇼 단체들의 수가 크게 줄었다. 품푸웡 두웡짠은 생전에 밝히기를, ........
첫댓글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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