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아브레 마을의 일요일(Les Dimanches de Ville d'Avray, 프랑스)
감독 : 세르지 부르기뇽 (Serge Bourguignon) 출연 : 파트리시아 고치 (Patricia Gozzi, 프랑스와즈/시벨.Françoise/Cybèle 역), 하디 크루거 (Hardy Krüger, 피에르,Pierre 역), 니콜 코셀 (Nicole Courcel, 마들린느,Madeleine 역), 다니엘 이베넬 (Daniel Iverne, 카를로스,Carlos 역), 안드레 오우만스키 (André Oumansky, 베르나르,Bernard 역) 원작 : 베르나르 예샤세리오 (Bernard Eschassériaux)의 동명 소설 각본 : 세르지 부르기뇽, 안트완 투달 (Antoine Tudal) 음악 : 모리스 자르 (Maurice Jarre) 기타 : 1961년 프랑스 제작. Columbia Pictures 배급. 흑백. 110분
전투기 조종사였던 피에르(하디 크루거 扮)는 인도차이나 반도에 비상 착륙하던 과정에 한 어린 소녀를 죽이게 되고, 자신도 부상을 당하면서 그 충격으로 부분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 실제는, 가장 치명적으로 두려운 시간을 다시 떠올리기를 그 자신의 내부에서 스스로 거부한다.
프랑스로 귀국한 후 피에르는 자기만의 껍질 속에 갇혀 파리 교외에서 거의 세상과 격리된 생활을 한다.
그를 간호했던 마를린느(니콜 코셀 扮)는 군 병원에서 퇴원한 그를 사랑하게 되어
계속해서 헌신적으로 간호하고 그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그는 별 반응이 없다. 그의 기억상실은 치료되지 않고, 가끔씩 떠오르는 단편적인 전쟁의 기억 때문에 고통스런 나날을 보낸다. 몽롱한 망각 속에서 헤매는 피에르는 세상으로부터 격리되고, 파리 근교의 공원을
거닐며 소일하는 것이 그의 일과였다.
그러던 어느날 피에르는 어느 어린 소녀를 보게 된다. 소녀가 기차역 플렛폼에서 아버지로부터 버림 받는 광경을 본 피에르는 그 소녀에게 동병상련의 연민의 정을 느끼고... 그 소녀의 아버지를 대신하여 그 소녀가 버려진 파리 근교 '아브레 마을'의 고아원을 찾아가, 아버지 대신해서 일요일에 고아원을 찾아 그 소녀와 놀아줄 것을 약속한다.
소녀는 자신의 이름이 '시벨(Cybèle)이라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해주지 않는다. 어릴 적 엄마에게 버림받고 호시탐탐 자신을 버리려 기회만 엿보는 아버지 속에서 자라면서 마음을 닫아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피에르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 뒤 매주 일요일이면 피에르는, 성(姓)이 '프랑스와즈'라는 그 소녀를 만나기 위해 고아원을 방문한다.
이젠 아버지에게 조차 버림받은 시벨(파트리시아 고치 扮)은 열두 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성숙한 소녀였고,
기억으로부터 버림받은 피에르가 도피한 곳은 어린 시절의 '자신'이었다.
소녀는, 자신을 찾아주는 피에르에게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되자,
이제는 피에르가 오는 날만을 학수고대한다. 그런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을 찾아가게 된다. 시벨은 외로움을 잊고, 피에르는 그 소녀를 통해 무의식 속에 있는 죄책감과 고통을 점차 극복하게 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어른스런 소녀와 소년같은 피에르는 서로 의지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정을 가지고 서로를 사랑을 한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 피에르가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 둘은 서로가 있어 얼마나 행복한 지를.....
그저 그를 로리타 콤플렉스(pedophile - 소아음란증)환자정도로 취급할 뿐이다. 심지어 의사조차도 그가 전쟁에서 입은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해 그 소녀를 죽일 지도 모른다는 헛소리를 할 뿐이다.
피에르를 사랑하고 있는 마를린느는 그 소녀에게 질투를 느끼게 된다. 피에르에게 구애를 하지만.. 전과 마찬가지로 그는 전혀 관심이 없다.
피에르에게 서운한 마음을 가지게 된 마를린느는 주위 사람들의 충동에 부추겨지게 되고, 결국 피에르를 페도필리 환자로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피에르와 소녀가 근처 숲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던 크리스마스 날...
이제까지 아무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소녀는 피에르의 생일선물로, 리본으로 장식한 조그만 상자의 선물을 마련하는데, 그 안에 소녀 자신의 이름이 '시벨'이라고 적은 작은 쪽지를 넣는다.
피에르를 만난 시벨은 정성스레 준비한 그 선물을 주는데...
피에르는 미처 선물 상자를 열어보지도 못한 채... 시벨이 보는 앞에서 경찰이 쏜 총탄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죽은 피에르 앞에서, 경찰 한명이 시벨에게 다가와 이름을 묻는다. 눈물을 흘리면서 시벨은 대답한다.
"나는 더 이상 이름이 없어요.. 이제 내 이름은 아무 소용이 없어요..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구요!....."
영화 속에서의 나레이션 - "사랑 속에서는 '나'는 사라지고, 오직 '그대'만이 남습니다. "
'모리스 자르'(Maurice Jarre)의 잔잔한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애틋한
흑백영화로 프랑스 본국에서는 별로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오히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외지에서 더 관심을 받은 영화이다.
대부분의 프랑스 영화들이 그렇듯이, 진지한 철학적 탐색과, ‘인간 실존의 고독과 미망(迷妄)’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카메라의 눈을 들이대다가, 종국엔 관객 스스로에게 인간 사회의 보편적 삶에 대한 메타적 질문의 화살을 던지면서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