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매일 칼럼★2014.7.22(화)
‘남을 배려하겠습니다’
김명화 교수 (광주여자대학교/유아교육과)
7월말부터 8월 중순까지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유원지나 해수욕장에서는 피서지에서 발생하는 폭행 강도 등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50일간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2013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여름철 경찰서에 접수된 범죄유형을 보면 폭력, 절도, 강간, 추행 중에서 폭력이 가장 빈도가 높았다.
이러한 이유들이 발생하는 상황을 보면 여름철 무더위도 있지만 휴가철에 과도한 음주에서 비롯되는 피서지의 무질서다. 특히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과격한 언어 사용으로 시비가 붙어 싸우는 일이 종종 있다.
휴가 하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생각과 낭만적인 여행을 꿈꾼다. 휴가철에 맞는 아름다운 사진을 든다면 파블로 피카소와 프랑스와즈 질로가 휴가를 지내는 사진이다.
프랑스와즈질로가 해변가를 걸어가는데 행여나 사랑하는 연인이 햇살에 탈까봐 피카소가 파라솔을 들고 졸랑졸랑 따라가는 모습을 보면 피카소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이 장면은 유명한 사진작가 로버트 파카가 찍은 사진이다.
여름휴가를 생각하면 이처럼 아름다운 상상을 하면서 모두들 행복한 여름휴가를 꿈꾼다. 그러나 낭만을 꿈꾸고 갔던 휴가가 계획되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말다툼이 일어나 마음 상한 일들이 한두번이 아닐 것이다. 특히 여름철은 무더위와 습도가 높아 다른 시기보다 짜증이 많이 나 작은 일에도 신경이 곤두서 타인을 배려하는 여유가 없다.
문화 심리학자에 의하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당황하는 것은 정서공유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는 눈이 마주치면 피한다. 그런데도 누가 계속 보고 있으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노려본다. 그런데도 상대편이 계속 바라보면 적개심이 가득 찬 눈싸움이 시작된다. 그러다가 성질 급한 사람이 먼저 거친 말을 한다.
“왜 째려봐” 더운 여름날 거리에서 일어나는 싸움의 첫 발단은 대부분 툭 던지는 말투다. 그러나 상대방이 바라볼 때 친근한 말투로 ‘저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요?’ 라고 먼저 인사를 하던지 밝게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건강하고 밝은 여름철을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인사말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말투를 쓰는 학교가 있다. 광주에서 두 시간 정도 달려 해남 땅끝 마을에서 40여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아름다운 갈꽃섬이 있다.
섬에 갈대꽃이 많이 피어 노화도란 섬은 지금은 전복양식을 많이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마른장마가 계속되는 시기에 노화초등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노화초등학교 문을 들어선 순간 학생이 갈꽃 같은 예쁜 미소를 보내며 “남을 배려하겠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였다. 인사말을 듣는 순간 학교가 환해졌으며 아이들의 미소에 필자도 밝은 얼굴로 답례를 하고 있었다.
노화초등학교 학생들의 밝은 미소와 ‘남을 배려하겠습니다.’ 말투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돌아오는 배안에서 노화도를 바라본 순간 아직 피지도 않은 갈대가 갈꽃이 되어 손을 흔드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상대방을 향한 존중과 따뜻한 배려의 여운이 남아 있어 그렇지 않나 싶었다.
인간은 타지에 방문하면 낯선 이방인이 되어 데면데면하게 말을 하게 된다. 그때 지역민이 밝게 인사를 해주면 마음을 열고 그들과 함께 하게 된다.
우리 옛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등 생활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바른 말, 고운 말 사용은 늘 있어왔다. 휴가철 타지에서 오는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면 그 지역에 다시 가고 싶은 것은 풍경도 아름다웠지만 그 고장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와 정이 먼저일 것이다.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달 조각은 부서진 달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맑은 심성으로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시를 선물한 윤동주 시인의 반딧불이란 동시이다.
모두들 더위를 피해 산, 바다, 숲으로 여행을 떠나는 계절이다. 윤동주 시인의 아름다운 시어처럼 ‘가자가자 숲으로 가자. 그동안 지친 마음을 찾으러 숲으로 가자.’ 그리고 어쩌면 삶속에서 힘들어 잠시 내려놓았던 타인을 배려하는 여유를 찾아보도록 하자. 아마 시원한 숲과 바다에서의 휴식이 우리에게 남을 배려하는 여유를 찾아주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