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태국에서 왕위계승이 중요한 이유 3가지
태국이 왕실이 무기력해 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위계승 문제가 태국의 엘리트들에게 중요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 사항을 인식해야만 한다.
1. 전통적인 [기득권] 엘리트들은 연약하고 유순한 군주(=국왕)를 원한다. 그 군주가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기존에 가진] 헤게모니를 정당화시켜 줄 수 있도록 [자신들이] 조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 국왕은 그에 부합하는 군주였다. 하지만 마하 와치라롱꼰(Maha Vajiralongkorn) 왕세자는 그렇지 않다. 와치라롱꼰 왕세자가 왕위에 즉위한다는 것은 구세대의 엘리트들의 우위가 결정적으로 단절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전 총리와 연결되는 신세대 엘리트들의 힘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세대 엘리트들은 바로 이 점을 두려워한다.
2. '태국 왕실재산 관리국'(CPB)이 보유한 자산에다 '짜끄리 왕가'(Chakri Dynasty)의 "사유" 재산까지 합치면, 태국의 군주는 500억 달러 이상의 규모로 추정되는 자산을 관리한다. 구세대 엘리트들은 CPB와의 연줄을 이용해 왕실의 투자사업이 자신들의 경제적 우위 유지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와치라롱꼰 왕세자가 국왕이 될 경우, 구세대 엘리트들은 공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자신들이 소유한 정치 권력의 상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경제적 우위까지도 상실하게 된다.
3. 대부분의 태국인들은 군주와 관련된 특별한 주술적 힘을 정말로 믿고 있거나, 아니면 그러한 마력에 관해 완벽하게 배제하진 못하고 있다. 구세대 엘리트들과 탁신은 이러한 마술적이고 특수한 왕실의 힘에 대한 통제권 획득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태국 반정부 시위대의 배후는 누구이며, 그들은 무엇을 바라는가?
Who is behind Thailand's whistle mob and what do they want?
호루라기 불기 반정부 시위대의 배후에 있는 힘을 이해하려면, 태국의 과두지배체체(oligarchy)를 살펴봐야만 한다. 그것은 '거대 부유 가문들'(mega-rich families) 사이에 상호 얽혀져 있는 그물망 같은 관계로서, 태국의 국부 대부분을 통제하는 네트워크이다.
태국에서 그 누구보다 부유한 가문은 '마히돈 가문'(Mahidol family: 왕실)이다. '왕실재산 관리국'(CPB)은 3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고, 연줄을 맺고 있는 문중들과 투자나 동업관계를 통해 나머지 과두체제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태국의 관료체제 역시 본질적으로는 이러한 과두체제의 통제를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마하 와치라롱꼰(Maha Vajiralongkorn) 왕세자는 이들 낡은 기성체제를 경멸하고 있고, 기정체제 세력은 왕세라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미워하고 있다. 기성세력은 만일 와치라롱꼰 왕세자가 '라마 10세'가 되어 등극한다면 자신들의 우위가 상실되고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전 총리의 보호 하에 신흥 엘리트 세력이 부상할 것이란 점을 알고 있다.
태국의 기득권 세력이 왕위계승 과정을 필사적으로 방해하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자면 의회를 통제하는 일이 필요하고, 바로 그것이 현재 진행 중인 민주주의 반대 반정부 시위의 이유이다.
태국 정치에서 의회는 단 한번도 특별한 중요성을 차지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진짜 권력 대부분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 국왕이 사망했을 때, 왕위계승 과정에 관해 어떠한 변경도 의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은 결정적이다. 그리고 탁신은 자신이 의회를 통제하는 힘을 이용하여 와치라롱꼰 왕세자가 국왕이 되는 일을 보장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있는 수텝 트억수반(Suthep Thaugsuban) 전 부총리는 하나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 태국의 기득권층 엘리트들은 의회에 대한 탁신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수텝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낡은 엘리트들이 수텝이 더 이상 유용한 도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수텝은 언제든 "팽"(烹) 당할 수도 있다. 마치 이전에 손티 림텅꾼(Sondhi Limthongkul: [역주] 옐로셔츠 운동의 지도자이자 언론재벌)이 당했던 일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코넬 대학'(Cornell University) 명예교수인]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 1936~ )은 2011년 '미드나잇 대학'(Midnight University)에서 행한 뛰어난 특강을 통해, 태국의 과두체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가문들 사이의 상호 얽히면서 이뤄진 군집으로서, 이 가문들의 자제들은 같은 학교를 다니고, 그들의 사업 역시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자기들끼리 결혼하며, 부와 이익을 함께 공유한다."
"이러한 일은 그들 사이에 경쟁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때때로 매우 격렬한 경쟁이 있다. 또한 그들은 완벽하게 배타적이지도 않다. 그들은 준-아웃사이더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충분히 동화시킬 수 있을 만큼 유연하다. 하지만 자기들 나름의 방식으로 그렇게 한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규범까지도 갖고 있다. 그러한 규범들 중 하나가 바로 상호간에 섹스 스캔들 문제는 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
앤더슨 교수의 강연내용 전체를 읽어보려면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라.
* 링크: http://www.prachatai.com/english/node/2694
앤더슨 교수는 또한 "성공적인 과두 엘리트가 되는 데 결정적인 요소는 선거제도를 약은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 태국의 과두지배 세력은 선거제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 그들이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태국의 과두지배 세력의 지형도를 모두 묘사하려면 아직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래에 소개하는 도표들은 그 구조의 대강을 보여준다. 이 도표들은 태국 사회의 비지니스 엘리트 네트워크를 연구한 전문적인 연구서들에서 수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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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표의 구체적인 출처가 표기 안 된 점이 다소 아쉽습니다만,
나름대로 읽어볼만한 내용입니다.
이 사람,
이런 내용을 자유롭게 다루려고
로이터통신 특파원 자리도 사표낸 완전 꼴통 기자죠 ^^
하여간 아주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결론이 무엇인가에 관해선 앤드류 마샬 기자도 애매한 상태로 남겨둡니다..
저는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태국 기득권층들은 와치라롱꼰 왕세자 대신, 시린톤 공주나 여타 인물이 국왕이 되길 바라는가?"
이것에 관해서..
아직 태국 사회에선 아무도 논의한 바가 없다는 것이죠..
태국 정치가 까면 깔수록 양파 같은 정치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아마 약간의 옵션이 더 있을 겁니다만..
이게 무슨 공론화도 안 되어 있고 말이죠..
앤드류 마샬 기자는 더 엄청난 음모론도 예측하더군요..
기회가 되면 한번 더 다루겠습니다만..
그나저나
태국에서 왕실을 제외한다면
까시콘은행을 소유한 람삼 가문이 최고의 전통 가문이군요..
얼핏 생각하기엔 CP그룹(짜런폭판 그룹)의 찌야라와논 가문일 것 같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