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제곱”이란 “거듭하여 자신을 곱한다”는 뜻인데, 세 번 거듭 곱하거나, 스무 번 거듭 곱하는 것은 누구나(?) 무슨 뜻인지 안다. a가 수일 때 a를 n개 곱한 것을 an으로 나타내는데, 지수 n이 자연수일 때는 그 뜻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표기법에 따르면 지수 n이 자연수인 한 당연히 0n=0이다. 그렇다면 지수가 0이나 음수인 경우는 어떻게 될까? a를 0개 곱하거나 -3개 곱하거나 할 수는 없으므로 곧이곧대로는 정의할 수 없다. 따라서 ‘음수끼리 곱하면 양수’라는 설명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열쇠를 쥔 것은 m과 n이 자연수일 때 성립하는 다음 등식, 즉 ‘지수 법칙’이다.
이 지수법칙이 음의 지수에 대해서도 성립하도록 a-3같은 것을 정의하려면, 다음과 같은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양변을 a5으로 나눠주면, a-3은 a2÷a5 임을 알 수 있다. 이 때 문제가 하나 있는데 양변을 a5으로 나누려면 이 수가 0이 아니어야 한다.
만약 a=0이라면 이런 논법이 통하지 않는다. a가 0이 아닐 때는 다음과 같다.
이렇게 음수와 0에 대해서도 지수를 정의해 주면 (밑이 0일 때는 제외하고) 고맙게도 지수법칙 am×an=am+n이 여전히 성립한다. 예를 들어, a-3×a-4=a-7임을 확인할 수 있다. 거듭제곱과 지수의 관계에 대한 이상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 자연수 n에 대하여 0n=0이고, 0이 아닌 수 a에 대하여 a0=1이지만, 밑과 지수가 모두 0인 00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00은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과연 합리적인 정의라는 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