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울산 여행 첫째 날(1)
◇와인터널
한 달 전 쯤, 엘리사벳이 4월에 여행을 한 번 같이 가는 게 어떠냐는 말을 꺼냈다.
예년처럼 올해에도 10월경에 여행 할 계획은 진작부터 갖고 있었지만 봄에 나갈 생각은 전혀 해 보지 않았었다.
해마다 태풍이 올라올까 마음 졸이며 가을 여행을 떠났었기에 그
럴 걱정이 없는 파릇파릇한 봄에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그러자고 하였다.
여행사를 알아보고 행선지를 정하는 일을 엘리사벳에게 맡겼다.
1박 2일짜리이면서 저렴한 가격의 상품 중에서 우리가 가보지 않은 곳인 청도,울산이 적당한 것 같아 그리로 정했다.
4월 27일, 5시 30분에 집을 나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1시간 만에 승차장소인 교대역 9번 출구에 도착하였다.
길가로 관광버스가 끝이 안보일 정도로 줄이어 대기하고 있었고,
지하철 출구로 올라온 무리들이 자기가 탈 버스를 찾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경기가 안 좋다고 해도 여행지나 공연장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주초에는 초여름 날처럼 무더웠었는데 전 날에 비가 내리고 나서,
떠나는 날 아침은 기온이 내려가고 하늘은 청명하게 개어있었다.
미세먼지가 제로에 가깝다는 일기예보도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에는 최적의 날씨였다.
버스는 출발 예정시간인 7시가 조금 지나 출발하였다.
20여 분후,죽전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더 태웠다.
마침 여자들이었고, 세 사람이서 한 사람은 엘리사벳 옆에 앉게 되었다.
다 타고 보니 44인승 버스가 만석이었다.
토,일에 가는 여행이라 그런가보다 했는데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이런 경우는 성수기에도 매우 드물다고 했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아침 식사대용으로 준비해간 인절미와 삶은 계란을 풀어서 먹었다.
이번 여행에는 간식과 생수를 각자 준비해 가야한다.
버스는 막히는 구간 없이 잘 달렸다.
창밖의 산하는 연초록의 잎들로 풍성하고 푸른 하늘에는 흰 구름이 뭉실뭉실 떠 있었다.
언제나 두 좌석을 차지하며 여행을 했던 남편이
좁은 좌석에서 나하고 둘이 나란히 앉아 가야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우선은 기분도 상쾌하게 출발하였다.
경상북도 최남단에 위치한 청도는 북쪽으로 대구광역시 달성군과 경산시와,
동쪽으로는 경주시와 경상남도 울산시, 남쪽으로는 밀양시, 서쪽으로는 창녕군과 접하고 있다.
청도로 가는 길은 사방이 첩첩 산중이어서 마치 강원도를 달리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의 첫 일정은 청도에 가서 점심식사를 한 후 와인터널과 운문사를 보는 것이다.
애당초에는 운문사를 먼저 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많은 관광버스들이
그곳으로 몰려 가 있을 시각이라 우리는 와인터널부터 들리기로 하였다.
청도에 도착하여 11시 30분경에 와인터널에 근처 식당에서
8천원짜리 한우뚝배기 불고기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
다른 관광객들과의 혼잡을 피해 코스를 변경하여 온 탓에 식당은 이 날 처음 거래를 튼 곳 같았다.
앞으로 도 계속 이 집으로 올 것이면 불고기의 간을 조금 덜 짜게 하고,
밥을 좀 더 많이 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가이드에게 해 주었다.
오늘의 가이드는 말도 행동도 빠릿빠릿한 여성이었는데 자기도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각자 자유식을 할거라고 알고 있었던 남편은 점심을 주는 것 만으로도 만족해 하였다.
청도 하면 소싸움, 이 정도의 예비지식만 있었을 뿐 어떤 곳인지 모르고 있었는데
감이 유명한 곳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달리는 차창 밖 어디에서든지 감나무가 심겨져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아홉 개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인 청도는 일교차가 심하고 기온이 낮아
감꽃 개화기에 수정이 이루어지지를 않아서
다른 지역의 감보다 크기가 반절이고 씨가 없는 감(반시)을 생산한다고 한다.
이 감들을 가지고 와인을 만들고 감식초도 만드는 것이다.
와인터널은 대한제국말기인 1898년에 완공된 구)남성현 터널로 무려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터널이다.
직육면채의 화강암과 적벽돌을 3겹의 아치형으로 조직, 건설된 자연석의 터널로
상시온도가 13~15도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 특성이 있어서
와인이 발효, 숙성되어 지기엔 안성맞춤인 곳이다,
여름에는 피서, 겨울에는 피한을 하기에 적합한 곳이라 한다.
점심 식사 후 와인터널로 들어가 보니 좌우 벽에 수많은 와인 병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군데군데 세월의 흔적인 먼지들이 병들 위에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터널 끝가지 걸어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오는 길에
은은한 조명 아래에 앉아서 와인과 감식초를 한잔 씩 시음하고 나왔다.
나는 감식초를 맛보았는데 새콤한 맛이 청량음료 같았다.
두어 병 사오고 싶었지만 들고 올 자신이 없어 그만 두었다.
인터넷으로 한 번 주문해 볼 생각이다.
터널을 돌고 나온 후 터널 입구에서 단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여행객 숫자를 다 세어볼 수 있도록 찍는 것이 이 사진의 포인트이다.
1인당 139,900원으로 이틀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지자체가 여행비를 보조해 주는 상품이라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증명사진을 청도와 울산에서 한 번씩 찍었다
소원 쪽지를 걸어 놓은 종이들
첫댓글 아무래도 여행기록 작가가 되야할까 보다.
청도는 가보지 않았는데 (사실 아무데도 가본 곳이 없지만) 같이 그 자리에 있는 듯
사진과 기록이 훌륭하다. 아가다는 여행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부부의 모습이 보기에 좋다.
소원지의 글을읽어 보신적 있나요? 보면 글들의 대부분은 건강. 가족 화목. 재운 이지요.
제가 보기에는 이모님은 다 이루신것 같네요. 노년에 부부가 딸과 함께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