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7)
2007-08-27 18:51:12
[155차] 춘천 삼악산 정기산행
2007. 8. 27. / 박광용
산행일 : 2007. 8. 25. (토), 후텁지근한 맑은 날씨
코 스 : 상원사(의암댐부근)-깔딱고개-동봉-용화봉정상-흥국사-선녀탕-등선폭포-금선사
참가자 : 광용, 상국, 인섭, 진운, 민영, 병순. (총 6명)
원래 뱅효 대사의 안내로 주왕을 배알할 예정이었으나, 대사가 지난 지리에서 내공을 많이 상했기로 엄살을 부리며 산행대장을 고사한다. 산지기 선사는 ‘이때다!’ 싶었던지 나를 슬쩍 끌어들이고는 나보고 대장 또 하란다. 속으로 ‘문~디 지랄하네?’ 하는 심정으로 대사와 의논하니 주왕은 너무 머니 다음에 안내산악회 따라 가는 것으로 미루는 게 좋겠단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은 있었던지, 우선 춘천의 삼악산을 추천해준다. ㅎㅎㅎ
처음 가는 산인데, 들은 풍월과 산행기 몇 개 읽어보니 못 갈 산은 아니다 싶다. 에~라! 산행지를 (춘천)삼악산으로 정하고 나라선사의 사무실에서 집결하는 걸로 공지를 올린다. 이어지는 응원의 메시지, 효용 고수가 친절하게 코스도 잡아주고 맛집까지 알려준다. 문수 선달의 맛집 소개도 있었지만 춘천시내로 들어가야 하는 지라 망설여진다.
춘천 방향의 산행이 오랜만인지라, 지난 명지산 산행에서 함께했던 춘천 친구들을 불러보지만 제마다 바쁜 일정 때문에 여의치 않다는 전갈이다. 목동의 뱅수이는 열차 타고 온다 하고, 분당에서는 지누이가 운짱을 자청한다. 선달이 안 간다 하니 지누이가 손들고 나서고, 분당팀이 전생에 복을 많이 지었나 보다. 송파팀은 쫄고만 간다 하고 나머지는 전멸이다.
날이 워낙 더워서일까? 당일 산행에 나선 산동무가 모두 6명, 아무래도 산행대장 인품 탓인 모양이다. 인서비는 지누이가 운짱하겠다는 소리에 버스로 가겠다는 계획을 취소해버렸는데, 목동에서 출발하는 뱅수이는 30년 전을 반추하기로 작정을 한 건지 굳이 열차로 오겠단다. 이러니 분당팀과 송파팀이 합치면 되겠다. 결국 나라선사 사무실 앞에서 차량 한 대로 옮겨 타고 이동한다.
강변을 따라 달리는 차창 밖으로 물안개는 피어 오르고, 순간순간 짙은 안개가 속도를 늦춘다. 모두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건지 한동안 말이 없다. 대성리 주변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으로 환담을 나누고, 화장실 밖 강변에는 어느덧 코스모스가 피었건만 이넘의 날씨는 완전히 미쳤나 보다. 아침부터 푹푹 찌기 시작한다. 계절을 거꾸로 가기로 작정한 건지, 아니면 장기예보대로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가는 과정인지 모르겠다.
등선폭포 입구(날머리)가 가까워질 무렵 뱅수이는 상원사 쪽 들머리에 도착했단다. 통화하여 우리가 등선폭포 입구에 도착하니 9:15, 주차장지기 아저씨가 소개하는 택시(정액요금, 6,000원)에 5명이 타고 상원사 입구로 이동한다. 강촌역에서 버스 타고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뱅수이와 반갑게 악수한다. 오는 열차 안에서 젊은 친구들이 너무 떠들어 잠을 잘 수 없었다는 뱅수이도 한마디 소리쳐줬단다. 옛날 생각하면 그냥 눈감아줘도 되는데,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여긴다. 하기야 추억을 반추하는데 큰 방해가 되었음직하다.
입장료 지불하고 신발끈 제대로 묶고 등로를 따라 오른다. 첫발 시작부터 흘러내리는 땀이 웃옷을 온통 적셔버린다. 200미터를 올랐을까? 상원사 기와집이 보인다. 아직 단청을 칠하지 않은 집도 있고, 관리가 허술한 탓인지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부처님께 올리는 물 한 모금으로 더위를 쫓아보려 하지만 이넘 더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바지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쇠줄난간과 발디딤을 밟고 오르며 이 산이 악산임을 실감한다. 길은 온통 바위 길이고 너덜이 지천에 널렸다.
깔딱고개를 올라 쉬어가고, 주변에는 맛집을 소개하는 광고판이 하나 세워져 있는데, 그 집 전화번호와 이름은 누군가에 의해 지워져 버렸다. 정상까지 거리를 표시하는 이정표에 써놓은 낙서 한 줄도 눈길을 끈다. ‘정(신 나간) 상(준이) 0.8Km’로 표시돼있어 한참을 웃었다. ‘준’을 ‘국’으로 바꿔놓고 올 걸 그랬나? ‘상준’은 서총 동생이라 그랬던가?
철계단을 오르며 뒤돌아본 의암호에는 커다란 붕어가 한 마리 떠 있다. 갱상도 머스마들은 붕어를 구경도 못했던 건지 그 넘을 도다리를 거쳐 납새미로 바꿔버렸다. 그러고 보니 꼬리가 아주 작은 게 붕어보다는 납새미를 더 많이 닮았다. 강물이 누렇게 황토 빛인 것을 제외하면 정말로 환상이겠다. 사진 포샵 작업 잘하는 친구 없나? 강물 좀 푸르게 바꿔봐라.
동봉이 가까워질 무렵 모두 기력이 쇠하는지 입이 퉁퉁 부었다. 쉬어가는 곳에서 전날 저녁 얼려간 맥주 캔으로 달구어진 목을 달랜다. 그 순간 한 모금의 맥주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바위 봉우리인 동봉에서는 사방이 탁 트였다. 잠시 둘러보지만 좁은 정상 바위에 오가는 사람이 많으니 오래 지체할 수가 없다. 바로 저기가 정상인 모양이다.
돌 길을 지나 5분을 나아가면 11시 삼악산 정상 용화봉이다. 654미터로 표시돼 있는 정상석 앞에서 증명 사진 찍고 아래 평탄한 곳에서 조금 이른 점심상을 차린다. 식사 때면 생각나는 뱅우기가 그립고, 펭귄은 왜 안 왔는지 입에 오르내리며, 쫄고가 러시아 출장 길에 사왔다는 술병도 선을 보이며, 그 안의 위스키 한 모금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나는 진짜 까마구임을 증명한다. 점심 먹으며 억수로 웃었는데, 지금은 기억나는 스토리가 하나도 없다. 상구가 도와도!!!
한 시간을 쉬었을까? 보따리를 챙기고 내림길로 접어들면 주변이 휑하니 트인 공터다.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 주변을 잘 살펴 리본 달린 길로 나아간다. 누군가 정성 들여 쌓아놓은 돌탑을 지나고 흥국사에 닿을 무렵, 요상하게 생긴 하얀 버섯,,,, 그넘 모양, 참으로 희한하네. 누군가 이미 우리와 같은 장난을 쳤던 모양이다. 버섯 뿌리를 드러내고 있는 걸 보면… 그래도 사진은 흑백으로 처리해뒀다. 당사자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
작은 물줄기를 따라 20여 분 내려가면 이국적인 계곡미가 눈을 잡아 끈다. 중국의 어느 사진에서 본 듯한 수직 절벽 아래로 나무계단을 설치해뒀다. 주변에는 여러 산객들이 물에 발 담그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폭포에 닿기 전에 족탕이라도 하고 가자 하는 심정으로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다. 나무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배낭을 내린다.
수량이 풍부하여 가는 물줄기도 제법 그럴듯하게 보인다. 워낙 더운 날씨라 그런지 손 시리도록 시원한 기분은 아니지만 땀을 식힐 수 있을 정도이니 이런 게 더욱 고맙다. 수고 많이 해준 발에게 고마움으로 마사지 해준다. 아마도 다음 산행에서는 찬 바람 한 번 불고 나면 또 손 시리다고 고함칠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계절은 변화하는 것인가?
다시 5분을 내려가니 물소리가 요란하다. 폭포가 가까워졌다는 징조다. 폭포 바로 아래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점심을 들고 있고 잠시 포즈 취하고 사진을 남겨둔다. 조금 더 아래에는 길이는 짧지만 소리가 시원한 작은 폭포가 하나 더 있다. 위의 것을 (내)등선폭포라 하고 아래 것을 (외)등선폭포라 하는 모양이다. 중간의 벼랑에 ‘內登仙瀑布’라고 음각으로 새겨둔 글씨가 이를 잘 말해준다.
폭포를 지나 5분을 나아가면 입장료를 받는 입구에는 산장이라는 이름으로 숙박을 할 수 있나 보다. 곧바로 금선사 입구를 지나면 주차장이다. 우리가 세워둔 차를 찾아 잠시 웃옷을 갈아입고, 뱅수이를 강촌역으로 데려다 주려고 하지만 버스 타고 지금 가야 된다며 예정보다 이른 열차로 가겠단다. 할 수 없이 여기서 뱅수이와 작별한다. 뱅수나 잘 들어갔제?
따끈따끈한 차 안을 에어컨으로 식히며 찾아간 곳은 효용 고수가 일러준 닭갈비집.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소문을 증명하고자 차를 몰아 의암댐 북쪽 100미터 지점 신연교를 지나며 오른편 2층집을 찾아간다. <의암댐닭갈비, 033-262-6191, 011-9792-3465>에서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신다. 닭갈비 3인분과 막국수 3인분을 다섯이 나눠먹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집임에 틀림 없다.
<의암댐닭갈비> & Cafe - Good Time
이제 우리 초등학교 다시 들어가야 할 모양이다. 김총이 정산을 했는데, 일일결산 제로를 고집하는 서총의 요구를 맞추느라 엉켜버린 계산은 급기야 카운터의 계산기를 동원하고서야 해결이 된다. 이럴 때는 또 길래 선사가 생각나는 것은 �까? 서총이 집에 가서 먹을 거라며 2인분을 추가하기에, 나도 집에 가져가면 애들이 좋아할 것 같아 2인분을 더 추가했다. 이런 개인 정산분과 엉키기 시작한 계산이 뒤죽박죽… ㅎㅎㅎ 이 또한 즐거움임에 틀림없다.
돌아오는 길은 비교적 수월하다. 양평을 지나고 양수리에서 잠시 막힘을 제외하면 아주 수월했다. 토욜이라 나가는 차량이 들어오는 차량보다 훨~~씬 많더라. 다시 나라 선사 사무실로 돌아오니 잠긴 사무실이 원망스럽고, ‘전화 연락 함 해봐’라 하며 떠날 준비하는 순간, 눈에 익은 차량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나라 회장님, 사무실 문을 열어주시는데 얼메나 고마운지? 안으로 들어서니 시원한 공기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Cafe - Good Time’에서 여쥔장이 직접 타주는 한여름의 따끈한 커피 한 잔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나라 선사는 업무상 바쁜(?) 일로 산행에 참석치 못했지만, 이렇게 우리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 넉넉한 마음과 너그러움이 우리를 편하게 한다. 나라 선사님, 그리고 쥔장 Cafe지기 회장님, 고맙심다. 정말 푸근했고예…
모두들 경춘선에 얽힌 추억거리 하나씩은 안고 있으리라. 누구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이섬 눈밭이 생각난다 하고, 누구는 ‘학문의 길이 막히면 경춘선을 타라’를 주장하며 주말이 아닌 평일에 홀로 탄 경춘선의 아픈 추억을 되뇌며, 어떤 이는 청량리에서 춘천까지 역 이름을 하나도 빼지 않고 기억하는 친구도 있다 하고, 누구는 아들녀석 군대가 이 부근에 있었다는 둥, 시공을 넘나들며 30년을 오고 간다.
각자의 추억은 제각기 가슴에 간직한 체, 한여름에 빡쎈 힘 들이지 않고 다녀올 수 있는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코스 또한 고수님의 말을 듣길 잘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올라가며 뒤돌아본 의암호가 반듯하고, 내려오며 족탕 한 번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문수 선달님의 추천 맛집을 들리지 못해 아쉽기도 하지만, 고수님이 소개한 <의암댐닭갈비>, 절대로 후회할 수 없는 집이었습니다.
서총은 사온 닭갈비 같이 먹을 식구가 없다며 전화로 그 아쉬움을 전해온다. 우리 집에서는 일욜 저녁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춘천 닭갈비를 뜯는다. 저녁에 쏟아 붓는 소나기를 보며 한줄기 시원한 등선폭포가 생각나는 것은, 나는 아직도 꿈속인가 보다. 늦더위 때문일까? 지리와 서락에 이어 내가 요즘 꿈을 너무 자주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