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차 구병산 산행기 - 산강
[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0)
2010-06-12 17:31:59
산행일 2010. 6. 5. (토), 맑음
산행길 적암리-KT안테나-계곡길-안부-구병산-안부-853봉-형제봉-적암리
산동무 문수, 웅식, 진운, 광용. 총 4명
오래 전에 축령산 철쭉구경 가자며 나를 산행대장으로 지목한 것을 축령산보다 구병산으로 안내해 보겠다며 변경을 요청했더랬다. 구병산? 한 3년 전부터 가보고자 했다. 혼자 가기는 너무 힘들 것 같아 산우들과 함께할 기회를 만든 거다. 지난 5월 말 사무실을 옮겼기로 아직도 정리가 덜 된 상태라 마음은 갈팡질팡이다. 다음으로 연기할까 하는 마음이 꿀떡 같았지만 6공대장이 또 머리 싸맬 것 같아 더 이상 변동 없이 그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그래도 산행대장인데 준비해야 할 게 제법 된다. 우선 코스를 정해야 하는데 욕심 같아서는 서원교에서 출발하여 장고개까지 구병산 완전 종주를 생각해보았지만 당일 산행으로 조금은 무리일 것 같다. 그래도 미련은 남아 마지막 날까지 2가지 코스를 공지에 올려둔 체, 구병산으로 출발한다. 보정역에서 0735에 만나 0745경 출발, 0915에 적암휴게소 앞에 도착, 오늘도 4공대장 문수가 수고를 해줬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뺄 것 빼고, 넣어둘 것 다시 넣고 하여 0935 산행을 시작한다.
남의 산행기에서 읽어둔 KT안테나 쪽으로 왼쪽 길을 따라 간다. 낮은 능선을 하나 넘어 계곡을 따라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문수, 변함 없이 선두로 치고 나간다. 문수 따라 가다가 가랭이 찢어지겠다. 이 길이 능선으로 오르는 건지 계곡을 계속 따라 가는 건지 느낌이 안 온다. 숨을 헐떡이며 문수 뒤꽁무니만 따라가고 거의 숨이 넘어갈 무렵 문수가 쉼을 허락한다. 근데 산행대장이 뉘기여? 아무래도 오늘 산행대장도 넘겨줘야겠다.
사과 한입, 물 한 모금에 더위를 잊고 다시 오르기 시작, 계곡길을 따라 오르고 또 올라 구병산 안부까지 두 시간쯤 걸렸나? 진운아, 맞나?
능선에 오르니 지나가는 바람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우거진 숲 사이로 뭔가 찾아보려 하지만 용이치 않다. 마침 구병산에서 내려오는 산객일행, 갱상도다. 우리와 들머리를 같이한 일행 한 팀을 빼고 나면 처음으로 사람을 만난 거다. 반가움으로 인사하고, 그들은 신선대 쪽으로 우리는 구병산으로 오른다.
10분을 올랐을까? 사방이 트인다. 북으로 속리가 분명하고 남으로는 덕유며 지리가 분간이 안 된다. 한 동안 조망을 즐기며 며칠 전 서울에서의 시계거리가 50킬로였다는 날이 생각난다.
다시 올라온 안부로 내려가서 잠시 점심상을 차린다. 김밥 한 줄에 사과 한 입에 허기를 면한다. 헌데 이게 뭔 일이래? 갖고 간 술 한 병을 나 혼자 한 잔만 마시고 고스란히 갖고 왔네? 이런 일이 있어도 되는겨? 이제 갖고 갈 것도 없지만 다시는 안 갖고 간다. 그 무거운 걸 왜 갖고 가겠노?
허기는 면했지만 뭔가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바위 길을 오르내리는데 헛발질이 잦아졌다. 853봉을 지나 형제봉을 내려가는데(순서가 바뀌었나?) 엉뚱한 낭떠러지로 가다가 도로 올라오는 수고를 마다 않게 되고, 뭔가 불안한 구석이 마음을 흥분하게 만든다.
결국에는 신선대는 가보지 못하고 하산을 결정했다. 그럴 때는 내가 대장이다. 문수가 많이 서운했을 거다. 벼르고 별러서 온 산인데 갈 수 있을 때 다 가봐야 하는데 하면서…… 문수야, 신선대는 억수로 험하다 안 카더나? 담에 내하고 같이 함 더 가자. 신선대만… ㅋㅋㅋ
오랜만에 감행한 산행이 이처럼 힘들어 보기는 처음이지 싶다. 지난 수/목욜 연속 마신 술에 이제는 이겨낼 힘이 없어졌나 보다. 숨이 차고, 헛발질에, 하늘이 노랗고(안갱을 써서 그랬던가??), 너무 힘들더라.
이 내리막 길도 계곡이네. 한참을 내려가도 물소리는 안 들린다. 많이 가물었나 보다. 힘든 산행에 계곡에 흐르는 차가운 물 한 줄기가 어떤 위력을 갖고 있는지 모두가 잘 안다. 이제는 더워진 수통의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이제는 물 한 통으로는 어림없는 계절이 온 것 같다. 그래도 웅식이는 얼음이 와 이리 안 녹노? 하면서 그 수통 배낭 깊숙이 넣어두던데……
1시간쯤 걸려 주차해둔 문수 차를 찾아 휴게소 화장실에서 간단히 못 씻어내고 셔츠 하나 갈아입고 출발이다. 웅식이와 문수, 꼭 팥빙수 먹어야겠단다. 이제는 상주로 해서 가자며 문수의 맛집 지도를 따라 가다가 상주 시내에서 기어코 팥빙수 한 그릇 먹는다. 근데 진운이가 더 잘 먹네? ㅎㅎ 진운아, 안 갔으면 어쩔 뻔 했노?
자동차 내비에 찍힌 주소대로 찾아간 맛집은 아니?? 산중터기 개인과수원에 안내한다. 결국엔 쥔장 안내를 받고 찾아간 집, 돼지고기 석쇠구이. 맛은 있두만 그리 특색 있는 집은 아닌 것 같더라. 결국 문수의 맛집 명단에서 빠지고 만다. 보정역에 도착하며 나 홀로 김총을 잠시 만나 본격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김총, 힘든 일 잘 극복하고 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