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중반에 미란이가 조산으로 낳았다가 죽은 아이의 모델은 내 딸이다. 실제로는 죽지 않고 살았다. 한 번 보시라.
[1] 출생
엊저녁 결혼식(2008.10.18) 때 마신 술 때문에 밤새 구토를 해야 했다. 아내는 7개월 임산부의 몸으로 나를 간호하느라 1~2층을 오르락 거리며 고생했다. 피곤해 했지만 별무리가 없어 보였는데 아침에 배가 좋지 않다며 병원에 갔다. 술기운이 가시지 않아서 집에 남아 있던 내게 아내의 울먹이는 전화가 왔다. 우리 아기가 좋지 않다고(죽을 것 이라고).
황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가는 길에 아기가 태어났다는 연락이 왔다. 조산이라고 그리고 살아있다고. 1.15kg. 아내의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 그리고 아기를 보았다. 비록 미완성이지만 모든 것이 다 생성되어 있는, 단지 조금 작을 뿐인 우리 아기. 아름다웠다. 저 작은 것이 살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이.
<081025(2)>1주일 후 사진.
그런데 오양병원에는 이렇게 작은 애를 살려낼 인큐베이터 시설이 없었다. 시설이 있다는 1시간 거리의 소주지역 병원에서는 인큐베이터가 장치된 앰뷸런스가 고장이 나서 올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동 중의 위험을 무릅쓰고(서약서를 쓰고) 조금 낡았지만 인큐베이터가 있는 10분 거리의 제1인민병원에 갔는데 그곳 장비도 역부족이라고 한다. 아기를 살릴 수 없으니 스스로 애를 데리고 소주병원에 가라고 한다. 무성의한 대답.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라고 다그치니 시설이 좋은 난징아동병원에 연락해서 그곳의 앰뷸런스를 보내오기로 했다.
장자강 지역 의사들이 ‘살 가능성도 적고 살아도 장애를 가질 가능성도 많으니 아기를 그냥 죽게 내버려 두라’는 식으로 말한 것에 비해 난징에서 온 의사들은 오양병원과 제1인민병원의 비관적인 말 대신 가능성을 얘기해 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보니 문제는 돈이었다. 입원을 하려면 당장 20,000위안(당시 환율 400만원)의 현금을 준비하고 난징아동병원의 앰뷸런스 보증금 2,000위안(40만원)을 제1인민병원 의사에게 맡겨야 차를 출발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입원 보증금 20,000위안 외에도 앞으로 total 40,000(800만원)·100,000위안(2,000만원) 또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그들에게 말했다.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아이를 살려라!”
“오양병원에서 아기가 살아서 태어날 가능성이 1%라고 했는데 지금 살아있지 않느냐! 앞으로 살아날 확률이 1%라고 해도 최선을 다해야하지 않겠는가? 돈은 문제가 아니다.”
<081207> 그들은 내가 외국인이고 치료비를 낼 능력과 의사가 있음을 확인하고서야 난징아동병원의 부원장과 다른 의사 1명, 간호사2명, 운전기사가 딸린 벤츠 앰뷸런스를 보내왔다.
<민희에게>
널 처음 봤을 때
그 꿈틀거리는 작은 몸을 처음 봤을 때
아빤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어.
비록 작지만 아직 생명이 붙어 있는 너를
떠나보낼 수는 없었단다.
민희야!
아빠가 마련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네게 줄테니
너도 너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겠니?
너를 본 것이 이제 겨우 몇 시간이지만
널 정말 사랑해.
반드시 살아줘.
2008년 10월 19일 21시 30분
난징으로 가는 앰뷸런스 안에서
아빠가
[2] 민희 한 살을 먹다.
2008. 10. 19. 6개월 반. 1.15kg으로 출생하여 정상적으로 살아갈 확률 1/100.
아빠의 삶처럼 그녀의 출생은 치열했고 그녀는 이렇게 성장해갔다.
<081025(6),(2)> 2008.10.25 (0.9kg) 6일후, 체중이 오히려 줄었다. 민희는 미숙아만 모아 놓은 그 병실에서도 가장 작은 아기였다.
<081106(2)> 2008.11.06. 2.5주후
<081119> 2008.11.19. (1.5kg) 1달 후, 살이 좀 붙었다. 살아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081207(14)> 2009.12.07 (1.95kg) 퇴원
<081214(19),(34)> 2008.12.14. 너무 작아서 기저귀도 옷도 맞는 것이 없었다.
<090111(52)> 2009.01.11. (3.6kg) 원래 출산예정일 전후.
<4331> 2009.08.25. (10kg) 민희가 죽지 않고 출생할 확률 1% x 장애 없이 살아날 확률 1% = 1/10,000. 그녀는 아주 건강하게 자라났다. 기적이다.
[3] 민희 두 살을 먹다.
<0587,0678> 민희가 두살을 먹었다. 아주 아주 통통하다. 얼굴이 부어서 쌍꺼풀이 지워졌지만 그래도 이쁘다. 2010.08.08. 촬영
[4] 민희 세 살을 먹다.
<004, 55260,2,8> 민희가 세살을 먹었다. 2011.08. 촬영
<55469,476,679,687> 최근 사진. 엄청난 말괄량이.
- 끝 -
ps.
저 어린 것도 살겠다고 작은 심장을 쉬지 않고 뛰게 하더라. 건강한 당신이 못할 게 뭐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