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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18753 판결
[집행판결][공2019상,116]
【판시사항】
[1] 외국중재판정 성립 이후 청구이의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집행재판 단계에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의 공공질서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중재판정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표현대리에 관해 규정한 네덜란드 민법 제3편 제61조 제2항에 따라 ‘본인의 의사표시와 행위를 기초로 한 대리권 수여를 믿은 경우’의 의미 및 대리권이 있는 것과 같은 외관이 본인에 의해 형성된 경우뿐만 아니라 본인이 부담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상황으로 인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보호되는지 여부(적극) / 대리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대리권이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대리권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경우, 상대방에게 대리권을 조사할 의무(onderzoeksplicht)가 있는지 여부(적극) 및 본인에 의하여 형성된 외관이 명백하여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 상대방에게 대리권을 조사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소극)
[3]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의 규정 취지 및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이 그 국가의 공공의 질서에 반하는 경우인지 판단하는 방법
[4] 갑 주식회사가 을 외국회사와 을 회사의 특허 등에 관하여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갑 회사가 특허를 출원함으로써 라이선스계약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을 회사가 갑 회사를 상대로 출원특허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이익의 반환 등을 구하는 중재신청을 하여, 갑 회사는 특허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이익을 을 회사에 이전하고 이를 위반하면 간접강제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중재판정이 내려진 사안에서, 중재판정 중 간접강제 배상금의 지급을 명하는 부분이 집행을 거부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5]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 제5조 제2항 (가)호에 규정한 분쟁 대상의 중재가능성(arbitrability)의 의미 및 분쟁에 관한 특정 구제수단이 단순히 집행국 특정 법원의 전속적 토지관할에 속하는 것만으로 해당 분쟁 자체의 중재가능성을 부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집행판결은 외국중재판정에 대하여 집행력을 부여하여 우리나라 법률상 강제집행절차로 나아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서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집행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재판이다. 중재판정 성립 이후 채무 소멸과 같은 집행법상 청구이의의 사유가 발생하여 중재판정문을 기초로 강제집행절차를 밟아 나가도록 허용하는 것이 우리 법의 기본적 원리에 반한다는 사정이 집행재판의 변론과정에서 드러난 경우에는, 법원은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의 공공질서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그 중재판정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2] 네덜란드 민법 제3:61조 제2항은 표현대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본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상대방이 본인의 의사표시와 행위를 기초로 대리권을 수여한 것으로 믿었고 그 상황에서 그것을 합리적으로 믿을 수 있었던 경우에는 법률행위의 효력이 본인에게 귀속된다.
본인의 의사표시와 행위를 기초로 한 대리권 수여를 믿은 경우는 대리행위를 한 사람에게 대리권이 없는데도 본인이 대리권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외양을 형성하거나, 거래관념상 법률행위의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게 된 사실이나 정황에 대하여 본인에게 책임이 있어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대리권이 있는 것과 같은 외관이 본인에 의해 형성된 경우뿐만 아니라 본인이 부담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상황으로 인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보호된다.
당사자를 대리하는 변호사의 경우 소송절차 내의 행위에서는 대리권이 추정되지만, 소송절차 외의 행위에서는 그렇지 않다. 법률행위의 상대방은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만일 여러 사정에 비추어 대리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대리권이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대리권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대리권을 조사할 의무(onderzoeksplicht)가 있다. 그러나 본인에 의하여 형성된 외관이 명백하여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대리권을 조사할 의무가 없다.
[3]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에 따르면,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이 그 국가의 공공의 질서에 반하는 경우 집행국 법원은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이는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이 집행국의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를 해치는 것을 방지하여 이를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위 조항에 관해서는 국내적인 사정뿐만 아니라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외국중재판정에 적용된 외국법이 우리나라의 실정법상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하여 바로 승인거부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고, 해당 중재판정을 인정할 경우 그 구체적 결과가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할 때에 한하여 승인과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4] 갑 주식회사가 을 외국회사와 을 회사의 특허 등에 관하여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갑 회사가 특허를 출원함으로써 라이선스계약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을 회사가 갑 회사를 상대로 출원특허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이익의 반환 등을 구하는 중재신청을 하여, 갑 회사는 특허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이익을 을 회사에 이전하고 이를 위반하면 간접강제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중재판정이 내려진 사안에서, 특허권 이전과 같은 의사표시를 할 채무에 관하여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민사집행법 제263조 제1항에 강제집행방법이 규정되어 있으므로 간접강제 보충성 원칙에 따라 특허권의 이전에 관하여는 간접강제가 허용되지 않으나, 우리나라 민사집행법과 달리 의사표시를 할 채무에 대하여 간접강제를 명한 중재판정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간접강제는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압박이라는 간접적인 수단을 통하여 자발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불과하여 의사결정의 자유에 대한 제한 정도가 비교적 적어 그러한 간접강제만으로 곧바로 헌법상 인격권이 침해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중재판정 중 간접강제 배상금의 지급을 명하는 부분이 집행을 거부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5]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 제5조 제2항 (가)호에 따르면, 분쟁의 대상인 사항이 그 국가의 법에 따라서는 중재에 의하여 해결될 수 없는 경우 그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여기에서 분쟁 대상의 중재가능성(arbitrability)은 중재 대상 분쟁의 성질상 당사자들이 사적 자치에 따라 중재로 해결하기로 합의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분쟁의 중재가능성은 국가에 따라 상이할 수 있으나 국제적으로 보편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기준으로 특정 분쟁의 중재가능성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특히 분쟁에 관한 특정 구제수단이 단순히 집행국 특정 법원의 전속적 토지관할에 속하는 것만으로는 해당 분쟁 자체의 중재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사집행법 제26조,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 제5조 제2항 (나)호 [2] 국제사법 제25조, 네덜란드 민법 제3편 제61조 제2항 [3] 중재법 제37조 제1항, 제39조 제1항,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 제5조 제2항 (나)호 [4] 중재법 제37조 제1항, 제39조 제1항,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 제5조 제2항 (나)호[5] 중재법 제37조 제1항, 제39조 제1항,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 제5조 제2항 (가)호
【참조판례】
[1]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20134 판결(공2003상, 1148)
[3] 대법원 1995. 2. 14. 선고 93다53054 판결
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다35795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유로 아펙스 비브이 (Euro-Apex B.V.)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김세연 외 2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신한아펙스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4. 7. 선고 2015나842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원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중재판정 주문 제9항에 기초한 강제집행허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가. 라이선스 이용자(licensee)인 피고는 라이선스 제공자(licensor)인 원고로부터 원고의 특허, 상표와 각종 정보를 포함하는 일반적인 노하우(general knowhow)를 제공받아 그것을 바탕으로 한 제품을 대한민국에서 제조와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라이선스계약(이하 ‘이 사건 라이선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라이선스계약은 1993. 2. 22.부터 효력이 발생하였다.
나. 이 사건 라이선스계약 제15조는 “라이선스와 관련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네덜란드 헤이그를 중재판정지로 하고, 네덜란드 중재원(Netherlands Arbitration Institute, 이하 ‘NAI'라 한다)의 중재규칙(Arbitration Rules)에 따라 영어로 이루어지는 중재에 의하여 분쟁이 해결되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다. 2000년대 들어 원고와 피고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였으나 협의가 성사되지 않자 원고는 2007. 3. 12. 피고에게 ‘계약 체결일부터 15년이 되는 날인 2008. 2. 22.자로 피고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이 사건 라이선스계약을 해지한다.’는 통고를 하였다. 이어 원고는 이 사건 라이선스계약 제15조에 따라 피고를 상대로 NAI에 약식중재절차(arbitral summary proceedings)를 신청하였다. 위 사건에서 NAI는 2008. 7. 9.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2008. 2. 22.자로 이 사건 라이선스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다.’는 중재판정을 내렸다.
라. 그런데 피고는 위 약식중재절차가 진행 중이던 2008. 6. 11. 대한민국 특허청에 특허(발명의 명칭: 판형 열교환기)를 출원하여 2008. 10. 17. 위 특허가 등록되었고(이하 ‘이 사건 제1특허’라 한다), 2008. 7. 9. 특허(발명의 명칭: 판형 열교환기용 전열쉘, 전열조립체 및 이들의 제조방법)를 출원하여 2009. 7. 28. 위 특허가 등록되었다(이하 ‘이 사건 제2특허’라 한다). 또한 피고는 2008. 10. 6. 인도 특허청에 ‘판형 열교환기’와 ‘열교환기용 전열쉘, 전열조립체 및 이들의 제조방법’에 관한 발명을 특허출원하였다(이하 ‘이 사건 인도특허’라 한다).
마. 원고가 2009. 5. 20. 이 사건 라이선스계약 제15조에 따라 NAI에 ‘피고가 특허를 출원함으로써 이 사건 라이선스계약을 위반하여 원고의 영업비밀(코펙스 기술)을 공개하였으며, 이 사건 라이선스계약이 해지되었음에도 절차 매뉴얼, 소프트웨어, 상표 등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출원특허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이익의 반환, 기존 특허 출원 금지, 간접강제 배상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중재신청을 하여 중재절차가 개시되었다(이하 ‘이 사건 중재절차’라 한다).
바. 원고는 그 무렵 대한민국 특허청에 이 사건 제1특허의 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청은 2010. 7. 28. 위 특허에 관하여 무효심결을 내렸으며 위 결정은 확정되었다.
사. 이 사건 중재절차에서 중재인으로 선정된 소외인(영문성명 생략)은 2011. 12. 23. 원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은 1차 중재판정(이하 ‘이 사건 중재판정’이라 한다)을 내렸는데, 이 사건 제1, 2특허와 이 사건 인도특허의 출원행위가 이 사건 라이선스계약의 비밀유지조항(제3.7조)을 위반한 행위라고 판단하였으나, 이 사건 제1특허 등록은 무효가 되었기 때문에 이 부분 원고의 구제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 이 사건 중재판정문은 2012. 1. 4.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2. 이 사건 인도특허 이전의무 이행에 따른 청구이의의 사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상고이유 제1점)
가. 집행판결은 외국중재판정에 대하여 집행력을 부여하여 우리나라 법률상 강제집행절차로 나아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서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집행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재판이다. 중재판정 성립 이후 채무 소멸과 같은 집행법상 청구이의의 사유가 발생하여 중재판정문을 기초로 강제집행절차를 밟아 나가도록 허용하는 것이 우리 법의 기본적 원리에 반한다는 사정이 집행재판의 변론과정에서 드러난 경우에는, 법원은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이하 ‘뉴욕협약’이라 한다) 제5조 제2항 (나)호의 공공질서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그 중재판정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2013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7항은 피고에게 이 사건 중재판정 통지 후 30일 이내에 이 사건 인도특허에 대한 모든 권리와 이익을 원고에게 이전하고, 원고의 첫 번째 요청이 있는 날부터 3일 이내에 인도 특허법과 적용가능한 인도 법률의 요건에 따라 위 특허권리와 이익 이전의 효력을 발생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서류를 서명·작성하고 제출할 의무를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9항은 피고가 주문 제7항의 의무를 위반하였을 때 간접강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7항에 따른 이 사건 인도특허 이전의무와 서류교부의무를 이행하여 주문 제9항의 간접강제 배상금 지급의무가 소멸하는 경우에 주문 제9항에 대한 청구이의의 사유가 발생하여 중재판정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나. (1) 인도 특허법(the Patents Act, 1970)은 특허가 부여되기 이전에 특허출원인이 서면으로 양도 또는 계약하는 방식으로 특허출원권을 이전할 수 있다고 정하고(제20조 제1항), 인도 2003년도 특허규칙(the Patents Rules, 2003)은 신청인이 신청서식에 양도증서(Deed of Assignment)나 계약서 원본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특허출원권 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34조).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인도특허 출원에 관한 권리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양도증서나 계약서 원본을 원고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2) 이 사건 중재절차에서 원고를 대리한 대리인이 이 사건 중재판정이 있은 후 피고와 이 사건 인도특허 이전을 위한 양도증서 작성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원고 대리인과 피고 사이에 작성된 양도증서의 효력에 다툼이 있다.
여기에는 외국적 요소가 있으므로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하여야 한다. 국제사법 제18조 제1항은 “본인과 대리인 간의 관계는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의 준거법에 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2항 전문은 “대리인의 행위로 인하여 본인이 제3자에 대하여 의무를 부담하는지의 여부는 대리인의 영업소가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라고 정하고, 제5항은 대리권이 없는 대리인과 제3자 간의 관계에 관하여 제2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원고는 네덜란드 회사이고 원고 대리인은 네덜란드 법률회사이다. 원고와 원고 대리인 사이의 관계와 원고가 대리인의 행위로 피고에 대하여 의무를 부담하는지는 네덜란드 법에 따라 정하여야 한다.
(3) 네덜란드 민법 제3:61조 제2항은 표현대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본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상대방이 본인의 의사표시와 행위를 기초로 대리권을 수여한 것으로 믿었고 그 상황에서 그것을 합리적으로 믿을 수 있었던 경우에는 법률행위의 효력이 본인에게 귀속된다.
본인의 의사표시와 행위를 기초로 한 대리권 수여를 믿은 경우는 대리행위를 한 사람에게 대리권이 없는데도 본인이 대리권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외양을 형성하거나, 거래관념상 법률행위의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게 된 사실이나 정황에 대하여 본인에게 책임이 있어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를 말한다[HR 19 februari 2010, NJ 2010, 115 (ING Bank/Bera Holding) 등 참조]. 따라서 대리권이 있는 것과 같은 외관이 본인에 의해 형성된 경우뿐만 아니라 본인이 부담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상황으로 인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보호된다.
당사자를 대리하는 변호사의 경우 소송절차 내의 행위에서는 대리권이 추정되지만, 소송절차 외의 행위에서는 그렇지 않다. 법률행위의 상대방은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만일 여러 사정에 비추어 대리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대리권이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대리권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대리권을 조사할 의무(onderzoeksplicht)가 있다. 그러나 본인에 의하여 형성된 외관이 명백하여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대리권을 조사할 의무가 없다[Danny Busch, Laura J. Macgregor (eds.), The Unauthorised Agent: Perspectives from European and Comparative Law, 2008, 152~153면 참조].
다.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중재판정이 있은 다음 이 사건 인도특허 이전을 위한 양도증서 작성에 관하여 협상을 진행한 원고 대리인은 이 사건 중재절차에서 원고를 대리한 자로서,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7항에 따라 이 사건 인도특허 이전과 관련된 모든 서신의 사본을 원고 대리인에게 제출하도록 하면서 원고 대리인의 주소와 팩스번호를 기재하였다. 이 사건 중재판정은 제1차 중재판정(First Partial Final Award)이고, 제2차 중재판정(Second Partial Final Award)은 2013. 12. 24. 내려졌는데, 원고 대리인은 제2차 중재판정의 중재절차에서도 원고를 대리하였고 제2차 중재판정에 따른 배상금과 비용 지급 과정에서도 원고를 대리하여 배상금 등을 피고로부터 송금받았다.
(2) 원고 대리인은 이 사건 중재판정이 내려진 직후인 2012. 1. 27. 피고에게 이 사건 인도특허의 이전을 위하여 관련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면서 서신 끝부분에 ‘원고를 대리하여(on behalf of)'라고 기재하였다. 위 서면에 양도증서 초안이 첨부되었는데, 초안의 전문 B항에는 이 사건 중재판정에 따라 특허를 이전한다는 문구가 기재되었다.
(3) 원고 대리인은 2012. 2. 4. 피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중재판정이 언급되지 않도록 피고가 이 사건 중재판정대로 특허를 조속히 이전하는 데 협조하기를 더 선호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여기에는 ‘원고가 오로지 원고 대리인을 통해서만 의사교환을 하고 원고의 대표나 직원에게 직접 접촉하지 말 것을 요청하였다.’는 내용도 기재되었다.
(4) 원고 대리인과 피고는 이 사건 인도특허 양도증서의 내용에 관하여 협의하면서 특허권 명의 이전의 원인을 ‘이 사건 중재판정의 집행’으로 할 것인지 중재판정을 언급하지 않고 ‘매매’로 할 것인지, 준거법, 중재지와 비용부담 등에 관하여 의견을 교환하고 여러 차례 양도증서의 내용을 수정하였다. 이 과정에서 원고 대리인은 2012. 3. 30. 피고에게 ‘원고가 싱가포르 중재와 인도특허 이전과 관련된 등록비용 부담에 대하여 동의한다.’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하였다.
(5) 원고 대리인은 2012. 4. 3. 피고에게 최종적으로 수정된 양도증서 초안을 보내면서 피고의 서명을 요청하였는데, 이 양도증서 초안의 전문 B항에는 이 사건 중재판정을 언급하지 않고 ‘피고는 이 사건 인도특허 출원과 관련 특허권을 원고에게 양도·이전하고자 하고, 원고는 이를 피고로부터 양수하기로 하였다.’고 기재되었다(이하 ‘2012. 4. 3.자 양도증서’라 한다).
(6) 피고는 2012. 4. 3.자 양도증서에 서명하고 공증을 받은 다음 2012. 4. 9. 원고 대리인에게 그 사본을 이메일로 보내 확인을 요청하였다. 원고 대리인은 2012. 4. 11. 피고가 양도증서의 서명 부분을 정확하게 작성하였음을 확인하였으니 원본 서류를 보내주면 이 사건 인도특허 이전을 위한 나머지 조치를 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7) 피고는 2012. 4. 12. 앞서 본 바와 같이 서명하고 공증을 받은 2012. 4. 3.자 양도증서 원본을 원고 대리인에게 보냈다.
(8) 원고 대리인은 2012. 4. 11. 원고에게 피고가 보낸 2012. 4. 3.자 양도증서 사본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였다. 원고는 2012. 4. 12. 원고 대리인에게 ‘사전 통지 없이 원고에게서 제품을 훔쳐간 도둑으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려는 것이냐’고 항의하면서 관련 논의를 중지할 것과 원고의 명시적 승인하에서만 피고와 논의할 것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피고에게 원고 대리인이 한 행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9) 원고 대리인은 피고가 2012. 4. 3.자 양도증서 원본을 보낸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시점인 2012. 10. 6. 피고가 서명일부터 30일 이내에 이 사건 인도특허에 관한 권리를 원고에게 이전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된 새로운 합의계약 초안을 이메일로 보냈다. 원고 대리인은 2012. 12. 3. 원고가 양도증서와 관련하여 이 사건 인도특허의 이전 원인을 이 사건 중재의 집행으로 할 것을 요구하였음에도 피고가 이전 원인을 매매로 변경하였음을 이유로 양도증서에 서명하는 것을 거절하였다는 이메일을 보내고, 2013. 6. 8.에도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라. 원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인도특허에 관한 양도증서에 특허 이전의 원인으로 이 사건 중재판정이 아닌 매매를 기재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거나, 원고 대리인과 피고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가 원고에게도 효력이 미친다거나, 피고가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문안에 관하여 합의가 이루어진 양도증서를 원고에게 제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마. 그러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1) 원고 대리인이 원고로부터 이 사건 인도특허 양도증서 작성에 관한 대리권을 명시적으로 수여받았다고 볼 자료는 없다.
(2) 그러나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에서는 이 사건 인도특허의 이전과 관련된 모든 서신의 사본을 원고 대리인에게 제출하도록 정하면서 원고 대리인의 주소와 팩스번호를 명시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 대리인은 판정이 내려진 직후인 2012. 1. 27. 피고에게 ‘원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인도특허의 이전을 위한 관련 서류의 작성과 제출을 요구하면서 양도증서 초안을 첨부하여 서신을 보냈다. 또한 원고 대리인은 2012. 2. 4. 피고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원고가 오로지 대리인을 통하여 의사교환을 해달라고 요청하였다’고 전달하기도 하였다.
원고 역시 2012. 4. 12. 원고 대리인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012. 4. 3.자 양도증서의 내용을 문제 삼으면서 피고와의 논의를 중단하고 원고의 승인하에서만 논의하라고 요청하면서도 정작 피고에게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원고 대리인은 피고로부터 서명과 공증을 마친 2012. 4. 3.자 양도증서를 제출받은 날부터 약 6개월이 지난 2012. 10. 6.에서야 새로운 합의계약서 초안을 보내면서 이 사건 인도특허 명의 이전의 원인으로 이 사건 중재판정을 언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원고 대리인은 제1차 중재판정인 이 사건 중재판정에서뿐만 아니라 2013. 12. 24. 제2차 중재판정이 내려지기까지 중재절차에서 원고를 대리하였고 제2차 중재판정에 따른 배상금과 비용의 지급절차에서도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로부터 배상금 등을 지급받았다.
(3)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 대리인과 이 사건 인도특허 양도증서의 작성에 관한 합의를 하면서 그 효과를 본인인 원고에게 귀속시킬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믿었고, 이러한 합리적 신뢰는 원고가 작위 또는 부작위로 행한 의사표시나 행동에 근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네덜란드법상 표현대리 권한에 대한 이의제기 기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원고가 장기간 침묵한 것이 곧 표현대리 행위에 대한 추인으로 간주되지는 않지만 앞에서 본 여러 다른 사정과 함께 살펴보면 원고 대리인의 대리권에 대한 피고의 합리적인 신뢰를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인도특허 양도증서 작성에 관한 협의가 이 사건 중재판정의 집행 과정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는 연속되는 중재절차에서 일부 판정에 대한 이행의 일환이고 원고 대리인이 이 사건 중재판정뿐만 아니라 제2차 중재판정에 이르는 중재절차와 그 이후의 판정에 대한 이행에서도 원고를 대리하였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대리권 조사의무는 매우 약화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인도특허 양도증서 작성에 관하여 원고 대리인이 피고와 한 법률행위의 효력은 원고에게 미친다.
(4) 나아가 원고 대리인과 피고 사이에 특허 이전의 원인과 관련하여 2012. 4. 3.자 양도증서 초안에 대한 합의가 있었는지 살펴본다.
원고 대리인과 피고는 이 사건 인도특허 명의 이전의 원인, 준거법, 중재지와 비용부담 등을 포함하여 양도증서의 내용에 관하여 협의를 하면서 여러 차례 의견을 교환하고 내용을 수정하였다. 이어 피고는 원고 대리인이 보낸 2012. 4. 3.자 양도증서 초안에 따른 원본에 서명·공증하고 그 사본을 원고 대리인에게 보냈고, 이를 확인한 원고 대리인의 원본 송부 요구에 따라 2012. 4. 12. 위와 같이 서명·공증한 원본을 원고 대리인에게 보냈다. 원고 대리인은 2012. 10. 6.에 이르기까지 이에 대해 이의나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다. 따라서 원고 대리인이 2012. 4. 3. 피고에게 최종적으로 보낸 양도증서 초안의 전문 B항에 특허 이전의 원인으로 이 사건 중재판정이 삭제되고 ‘양도·이전’으로만 기재된 것은 원고 대리인과 피고의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5) 그러므로 원고 대리인과 피고 사이에 특허 이전의 원인을 2012. 4. 3.자 양도증서 초안과 같이 정하기로 하여 이 사건 인도특허에 관한 양도증서 작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고, 그 합의의 효력이 원고에게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피고는 2012. 4. 12. 위 2012. 4. 3.자 양도증서에 서명·공증을 마치고 이를 원고에게 제출함으로써 인도의 관련 법령에 따라 이 사건 인도특허의 이전의무와 서류제출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바. 그러나 원심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인도특허 이전의무와 서류제출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9항의 간접강제 배상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간접강제 배상금의 발생 시점과 의무 이행으로 인한 소멸 시점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못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간접강제를 명하는 중재판정 주문에 집행거부사유가 있는지 여부(상고이유 제2 내지 제5점, 제8점)
가. 공서양속에 반하는지 여부(상고이유 제2점)
(1)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에 따르면,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이 그 국가의 공공의 질서에 반하는 경우 집행국 법원은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이는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이 집행국의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를 해치는 것을 방지하여 이를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위 조항에 관해서는 국내적인 사정뿐만 아니라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외국중재판정에 적용된 외국법이 우리나라의 실정법상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하여 바로 승인거부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고, 해당 중재판정을 인정할 경우 그 구체적 결과가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할 때에 한하여 승인과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대법원 1995. 2. 14. 선고 93다53054 판결, 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다35795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중재판정 중 간접강제 배상금의 지급을 명하는 부분이 집행을 거부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특허권 이전과 같은 의사표시를 할 채무에 관하여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민사집행법 제263조 제1항에 강제집행방법이 규정되어 있으므로 간접강제 보충성 원칙에 따라 특허권의 이전에 관하여는 간접강제가 허용되지 않는다.
(나) 그러나 우리나라 민사집행법과 달리 의사표시를 할 채무에 대하여 간접강제를 명한 이 사건 중재판정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간접강제는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압박이라는 간접적인 수단을 통하여 자발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불과하여 의사결정의 자유에 대한 제한 정도가 비교적 적어 그러한 간접강제만으로 곧바로 헌법상 인격권이 침해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외국중재판정은 우리나라에서 집행을 위해서 집행판결이 필요하고 그 절차에 장기간 소요되는 특수성이 있다. 뉴욕협약에서 정해진 집행거부사유를 해석할 때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을 고려하면 국내법 체계에서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집행권원에 대하여 간접강제를 허용하지 않는 취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라) 이 사건 중재판정 제1, 7항은 피고에게 이 사건 제2특허와 이 사건 인도특허를 이전할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다. 이 사건 중재판정 제5, 9항은 피고가 그 의무를 위반할 경우 간접강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조항에 불과하고 반드시 제1, 7항이 이 사건 중재판정 통지 시부터 국내에서 집행력을 가지는 것을 전제로 한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간접강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간접강제의 중재가능성 결여 여부(상고이유 제3점)
(1)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가)호에 따르면, 분쟁의 대상인 사항이 그 국가의 법에 따라서는 중재에 의하여 해결될 수 없는 경우 그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여기에서 분쟁 대상의 중재가능성(arbitrability)은 중재 대상 분쟁의 성질상 당사자들이 사적 자치에 따라 중재로 해결하기로 합의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분쟁의 중재가능성은 국가에 따라 상이할 수 있으나 국제적으로 보편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기준으로 특정 분쟁의 중재가능성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특히 분쟁에 관한 특정 구제수단이 단순히 집행국 특정 법원의 전속적 토지관할에 속하는 것만으로는 해당 분쟁 자체의 중재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2) 이 사건 중재판정 중 간접강제를 명하는 부분은 분쟁의 대상인 사항이 아니라 분쟁에 따른 권리구제방법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재가능성과는 다른 문제이다. 또한 우리나라 민사집행법 제21조, 제261조에서 간접강제결정을 제1심법원의 전속관할로 정한 것은 우리나라 법원에서 간접강제결정을 내릴 경우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중재판정부가 중재지법에 따라 간접강제 배상금을 부과하는 것이 우리나라 민사집행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나아가 중재판정의 집행이 거부될 수 있다는 것은 집행 단계의 문제로서 그 전단계인 중재판정에서 간접강제 배상금의 지급을 명할 수 없다고 볼 논리필연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중재판정 중 간접강제를 명한 부분에 중재가능성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분쟁의 중재가능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특허이전의무와 서류인도의무가 병렬적 의무인지 여부(상고이유 제4점)
원심은,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의 취지상 피고가 특허이전의무를 완전히 이행한 경우에는 관련 서류를 굳이 따로 제출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이나, 중재판정 주문에서 특허이전의무와 서류제출의무의 이행기를 달리 정한 점과 그 문언에 비추어 이는 별개의 의무로 해석되고 서류제출의무가 처음부터 이행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는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중재판정 조항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라. 이 사건 제2특허에 관한 그 밖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행불능된 채무에 대한 간접강제 배상금 부과가 공서양속에 반하는지 여부(상고이유 제5점)
이 사건 제2특허는 이 사건 중재판정 이후인 2012. 7. 21. 피고의 특허료 미납을 이유로 소멸되어 특허이전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간접강제의 집행허가가 불가능하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상고심에 이르러 처음으로 하는 주장으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나아가 살펴보더라도 피고에게 더 이상 이 사건 제2특허권을 이전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의무불이행 기간 동안 부과된 간접강제금까지 모두 소멸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제2특허에 관한 간접강제를 명한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허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원고의 수령지체로 권리남용에 따른 청구이의의 사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상고이유 제8점)
(가)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제2특허에 관한 이전과 서류제출에 관한 수령을 지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가 이 사건 제2특허에 관한 이전의무와 서류제출의무의 이행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신청서에 첨부할 서류를 현실로 제공하거나, 원고의 협력만 있으면 언제든지 채무를 이행할 수 있을 정도로 서류를 갖추는 등 준비를 마친 다음 그 뜻을 원고에게 통지하여 그 수령을 최고하여야 한다.
②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1항에 따르면 피고는 이 사건 중재판정 통지 후 30일 이내에 이 사건 제2특허에 관한 권리를 이전하여야 한다. 원고와 피고가 이전의무의 이행시기를 연기하는 합의를 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중재판정문이 피고에게 도달한 2012. 1. 4.부터 30일이 지난 2012. 9. 26.과 2012. 10. 9. 비로소 원고에게 ‘이 사건 제2특허에 관한 권리를 원고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양도증을 작성하여 제공하였다.
③ 피고가 2012. 10. 9. 원고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특허권 이전을 위해 필요한 문서나 자료를 알려달라는 내용이 있을 뿐이어서 피고가 특허권 이전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모두 갖추고 그 뜻을 원고에게 통지하면서 수령을 최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
④ 피고는 2013. 6. 19.에 이르러 양도증 등 관련 서류를 공탁하였으나 그 이전인 2013. 6. 9.에 이 사건 제2특허에 관하여 피고의 등록료 미납을 이유로 소멸등록이 이루어졌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수령지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4.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영구적으로 금지한 것이어서 공공질서에 반하는지 여부(상고이유 제6점)
원심은, 이 사건 중재판정 제4항과 제6항에서 이 사건 라이선스계약상 기술에 기초한 일체의 특허출원을 금지한다고 해서, 특허출원이 곧 라이선스계약상 기술을 이용하는 행위 전부를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가 라이선스계약상 기술을 이용하는 전반적인 행위가 영구적으로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영업비밀침해행위 금지기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중재판정 이유 모순 주장에 대한 판단(상고이유 제7점)
피고는,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4항 내지 제6항에는 그 판정 이유에 명백한 모순이 있고 이는 중재판정의 집행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상고심에서 하는 새로운 주장이므로 원심판결에 대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6. 결론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원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중재판정 주문 제9항에 기초한 강제집행허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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