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는 바쁘게 오가느라 홍콩에서 오랜 시간동안 머무를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완벽하게 <관광>을 하면서 하루 종일 다리가 아프도록 걷고, 걷고, 또 걷고...
그렇게도 많이 걸어다녔지만 힘든 줄 모르고 정말 정말 무지하게 열심히 걸어다녔답니다.
음, 그럼 제일 먼저 L.A.의 Man's Chinese Theater 앞 마당에 있는
유명한 스타의 손과 발도장, 그리고 스타의 사인이 찍혀 있는 곳과 비슷한
홍콩의 스타의 거리부터 차근차근 둘러보죠...
스타의 거리에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조형물...
이 조형물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더군요.
그리고 이곳에서도 예외없이 만난 한국 아줌마들...ㅎㅎ
마치 수학여행 온 여고생들처럼 4,50명의 아줌마들이 참세떼처럼 재잘대며
아주아주 즐거워하고 있더군요...
사진 찍는 솜씨도 없는데 날씨까지 흐려서 사진이 부옇기만 하네요...
참 멋진 곳이었는데...
명당 자리에 위치한 Intercontinental Hotel 이네요...
밤에 이곳에서 바라보는 야경 정말 멋있겠죠?
ㅎㅎ... 밤에 확인해 본 결과 진짜루 죽여주던 걸요...
이 거대한 빌딩숲이 하나의 광고판 역활을 하는데
우리의 현대와 삼성도 보이구요...
마주보며 지나치는 나그네들의 얼굴 표정들을 살짝 살짝 훔쳐봅니다.
모두들 약간은 들떠 있고 행복한 모습들...
여행을 가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 보입니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단 며칠이라도 벗어나서 그런 것일까요?
스트레스가 없는 그들의 환하게 웃는 얼굴들이 내 마음까지도 가벼웁게 하네요...
드디어 찾았습니다, 이소룡...
전설적인 배우, 그는 가고 없지만, 그리고 이곳에 그의 흔적도 없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압도하는...
내 어린시절을 웃음으로 가득 채워준 그의 영화들...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 성룡의 <프로젝트 A>...
아, 그때 그 시절이 그립넹... ㅎㅎ
TV 광고의 한 장면에서 <사랑해요, 밀키스>로 유명하고도 유명했던 주윤발...
그 시절, 영화 <영웅본색>에서 성냥개비를 물고 있던 그 모습에
껌뻑 넘어가지 않은 소녀가 없었을 듯...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고스란히 기억의 창고에 남겨진 영화, 영웅본색...
그러고 보니 참 많은 세월이 흘렀네... ㅠㅠ
역시, 이소룡...
전 세계적으로도 사랑을 받는 배우이겠지만, 중국인들에게는 더 각별하겠죠...
<스타의 거리>답게 영화에 관련된 이러한 조형물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구요...
바다를 바라보며, 건너편 빌딩숲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 왠지 더 운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바다에서 불어오는 조금은 쌀쌀한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날리우자 괜스레 마음도 붕~ 뜨고 설레여서
Harbour City로 가는 길에 커다란 시계탑도 그냥 막 찍어봅니다. ㅎㅎ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바닷바람 때문일까요?
내 마음이 마구마구 두근두근 방망이질을 합니다.
마치 바람에 실려 어딘가로 날아갈 듯...
그래서 하나라도 더 <추억>거리를 만들고파
회색빛 빌딩숲이랑 너무나 대조적인 이 알록달록한 배도
내 추억속에 한 컷 남겨 봅니다...
선착장에 페리도 보이구요...
저 배를 타고 마카오로 가는 걸까???
Queen Elizabeth호를 보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이 가슴떨림...
거대하면서도 날렵하고, 그리고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는 이 모습...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 저 위에서 내려다 볼 때가 오겠지...
마음속으로 <언젠가는>이라고 다짐을 합니다.
스타의 거리를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Harbour City 앞이네요...
아, 이 앞에는 이층버스도 아주 많이 서 있네요...
홍콩의 명물인 이층버스와 침사추이는 다음 글에~~
오늘은 여기까지만... ㅎㅎ
*
음, 오늘은 문득 영화, The way we were가
너무 너무 보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로 영화 다시보기 검색을 하다가
정작 영화는 보지 않고 하루 종일 이 노래,
The way we were만 듣고, 듣고, 듣고, 또 듣고 있습니다.
여고 때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이 영화를 그리 많이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해가 지나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이 영화의 끝장면에서 끝내는 눈물을 줄줄이 쏟아내고야 말았습니다.
아, 그런데 지금 다시 돌이켜보니 그때 그 순간, 눈물이 줄줄이 흘러내리던
그 순간에도 난 <추억>이란 것을 지금만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지금에서야 듭니다. 그때는 <추억>이 지금만큼 쌓여있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추억>이란 단어조차도 희미하게 인식했을 테니까요...
지난 주 남편과 손을 꼭 잡고서 홍콩거리를 걸어다니며 나는
십 수년 전의 미국에서의 그 나날들이 그림자처럼 하루 종일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춘이 솟구치던 그 나날들처럼 남편은 배낭을 둘러메고 내 손을 꼭 잡고서
홍콩 거리를 걸어다니고 있었지만, 그렇지만 더 이상 우리는 20대의 우리가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San Diego의 Old Town에서 사주었던 차임벨은
십 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맑고 아름다운 소리로 울려 퍼지는데,
그런데 우리는 더 이상 그때의 우리가 아니었습니다. 마치 그 때 그 시절
우리가 남편과 아내가 아니었듯이...
그때의 내 남편은 그저 수많은 유학생 중에 한 명일 뿐이었고, 방학 동안
California 주로 같이 여행을 갔었던 몇몇의 유학생들 중에 한 명일 뿐이었듯이...
그때의 그 나날들...
Melrose Avenue를 끝에서 끝까지 걸어다니며 어느 빈티지 샾에서 샀던
무릎에 쓩쓩 구멍이 뚫린 리바이스 청바지...
Rodeo Street에서 고르고 또 골라서 샀던 은 십자가 목걸이...
Santa Monica 3번가에서 마주쳤던 거리의 악사들과 노천카페들...
그때 그 시절 우리들은 그 나날들이 언젠가는 <추억>이라는 이름표 아래에서
서글픈 빛을 발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비슷비슷한 또래의 우리들은 그저 그날 하루하루가 모두 신나고 재미난 시간들이었고,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그 다음 날도 여전히 신나고 멋진 나날들의 연속일 것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습니다. 매일 매일
우리들의 <청춘>이랑 이별하고 살고 있는 줄 그때의 우리들은 결코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서야, 그때의 유학생 중에 한 사람일 뿐이었던 그 사람이
내 남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홍콩 거리를 함께 걷고 있는 지금에서야 나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먼 훗날에는 또다른 <추억>이 될 것이라는 것을...
비록 <청춘>이 희열하던 그 시절의 우리는 아니지만, 아주 아주 먼 훗날 어느 날엔가는
지금 이 순간마저도 간절히 그립고도 그리워 지리라는 것을 나는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또다시 다짐을 합니다.
매일 매일 하루하루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가벼웁게 살자고...
매일 매일 여행하는 것처럼 즐겁게 살자고, 그래서 먼 훗날 그 어느 날에
회한의 눈물로 내 두 뺨을 적시지는 말자고... 이렇게 다짐을 합니다.
< 2012/03/22 매일 매일 떠나는 여행처럼 그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