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57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에는 최근 경남정보대학교 디지털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인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남정보대학교 김태상 총장의 인문학 특강 자료 중, 디카시 <진짜>와 <날 듯> 두 편을 소개한다.
1. '올려다보기'에서 '내려다보기'로의 전환
밤하늘에 빛나는 별은 최정상을 의미하는 비유 중 최고의 칭호다. 스타라는 말이 이를 입증한다. 그중에서 북극성은 방향성과 기준점을 제시해 주는 스타다. 올려다보기의 절정판이 아닐 수 없다. 그 뿐인가? 정상을 향해 수많은 이들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오를 것이다. 먼 곳에 있는 그 정상은 세상의 많은 이들에게 장밋빛 희망과 미래를 담보하고 있는 절대적인 존재다.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오르는 연습을 반복한다. 그래서 그 정상을 향한 길은 언제나 뚜렷한 족적을 남기게 된다. 반면에 내려다보는 하산의 경우엔 쓸쓸한 퇴장 같은 이미지로 비유되기도 한다. 내리막길이 인간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색다르다. 내리막이란 특성을 활용하면 빨리 갈 수는 있지만, 그 내리막길을 빨리 걷는 동안,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디테일한 자연의 미학을 발견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김태상 시인의 디카시 <진짜>는 내려다보는 법에 대한 새로운 미학을 제시하고 있다.
'너는 떨어지고 / 나는 걸음을 멈춘다// 사는 게 그렇듯 / 진짜 봄은 다 / 내려다보는 곳에 있다'의 <진짜>의 전문을 통해, 경남정보대학교 냉정캠퍼스의 4월 벚꽃 카펫을 참으로 아름다운 봄의 단상으로 발현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올려다보며 봄을 만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정작 그것을 내려다보면서, 진짜 봄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특히 '진짜 봄은 다 / 내려다보는 곳에 있다'는 시적 어록을 통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2. 생활문학의 확장성, 반려 디카시
일상생활 중 '순간 포착의 미학'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의 디카시 운동이 사회 전반적으로 활발하게 확대되고 있다. 가령, 반려동물 디카시 전국공모전이 대표적인 경우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우리 사회 전반에 빼놓을 수 없는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반려동물 관련 전문 병원이 등장하고, 반려동물 유치원, 반려동물 관련 대학의 학과, 반려동물 보호소, 반려동물 전문 화장장, 장례식장, 납골당 등이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이 시장이 저출산 영향으로 급성장 추세이다. 반려견 역시 가족의 한 축이 되어,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 생활문학의 주된 소재가 되고 있다. 김태상 시인은 <날 듯>에서 어린 아이 같은 시선으로 반려견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깜빡거리다 스르르 / 꿈나라 간다 // 검은 눈은 엄마 담으니 / 좋아 날 듯 / 꿈나라 간다'의 <날 듯>의 전문을 통해, 가족의 구성원이 된 반려견의 삶을 동심의 시선으로 처리하고 있다. 함께 누워 잠자고 있는 주인을 '검은 눈에 엄마 담으니'와 같이 그려낸 것처럼, 엄마로 여기고 있는 순진무구한 감성이 밀려온다. 깊은 잠에 든 반려견의 모습을 '좋아 날 듯 / 꿈나라 간다'로 육화시키고 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평온과 평화가 깃든다. 반려견은 사랑으로 키운 자식과 같다. 그 사랑이 자식 같은 반려견을 꿈나라로 매일 보내는 생활문학 디카시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인용된 작품은 지난 8월 24일 부산디카시인협회 창립 1주년 및 디카시 전문지 <<한국디카시>> 창간호 발간 행사의 디카시 전시회에 출품된 바 있다.
디카시는 1초 또는 3초 짜리 한 편의 감동 영화다. 촌철살인의 영상기호와 문자기호를 통해 많은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에서 영혼을 치유하는 디지털 멀티언어다. 디카시를 사랑하면 할수록 세상을 모두 디카시 신대륙으로 바라보게 된다. 주제별, 소재별, 상품별 등 다양한 분야의 콜럼버스 탄생이 예견되어 있다.
디카시는 대한민국이 종주국이다. K-디카시 열풍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디카시를 한글 문화콘텐츠로 자유자재 창작하고 있는 외국 대학의 한국어과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디카시는 SNS의 날개를 타고 디지털 세상을 곳곳을 누비고 있는 디지털 별이다. 별의 밝기에 따라, 디카시의 크기도 결정된다.
디카시는 아픔을 겪은 자에게 치열함이란 선물을 준다. 그 치열함은 디카시 생활문학의 가치를 넓혀줄 것이다. 감동의 카타르시스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끝)
[금주의 디카시]에는 강승희 시인의 <노인보호구역>을 소개한다.
#금주의디카시
노인보호구역 / 강승희
망각의 새털구름 머릿속 안개가 되다
눈감고도 오가던 길 앞에서
어린 발걸음이 겁을 먹었다
인생길 끝자락 혼자 앉아
잊혀진 시절 그리워 일어서질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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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기억력도 감퇴되고 흐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치매라 할 수 있다. 과거가 고스란히 사라진, 한마디로 지우개로 지워진 상태가 치매의 전형이다. 노인의 슬픔처럼, 영상기호 속에 등장하는 노인의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고 애달픈 이미지를 구가하고 있다. 건널목을 건너가지 못하고 무릎을 모은 채, 주저앉아 있는 모습 속에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재되어 있다.
나이 들면 어린아이가 되는 걸까. 잊혀진 과거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가운데, 물끄러미 세상과 이격된 거리에서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노인의 내면은 무위마저 밀려온다. 인생의 끝자락을 앞둔 마지막 자신과의 대화 같은 허무도 배어나온다.
노인문제는 우리 현실을 대변해 준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인간의 존재 의의를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강승희 시인의 <노인보호구역>은 우리 사회에 신선한 경종의 메시지를 꽃 피우고 있다.
<노인보호구역>은 힘없고 판단이 흐려져 고통 받고 있는 치매 환자를 부각시킬 뿐 아니라, 노인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노인은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보호 받아야 할 존재임을 일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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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는 SNS의 날개를 타고 빛보다 빠른 속도로 전달되는 인류문화유산이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박동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를 신앙처럼 여기는 우리 시대 진정한 디카시 심장을 가진 영웅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