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잡기
내가 배부르면 배고픈 이의 고통을 모른다. 굶주림을 겪지 않고서 그 절실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아픔은 아픈 자끼리 공유된다. 과부가 홀아비 마음을 안다는 말도 따지고 보면 어폐가 있다. 과부는 과부가 알고 홀아비는 홀아비가 알뿐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말 못 할 사정 속에서 살아간다. 그 개인적인 사정들이 모여 삶이 된다.
내 삶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다. 타인의 삶과 결코 일치할 수 없으며, 타인이 강요하거나 함부로 비교할 수도 없다. 더 나아가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세상에서 그런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흔하지는 않다. 진심 어린 배려가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말할 가치도 없는 잡소리다. 그러나 정치하는 사람은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봉사하고 싶으니 한 표 달라고 애걸하지 않았냐 말이다.
아파트 한 채가 30억이라 한다. 나와는 전혀 무관한 소리다. 그런 아파트를 살 돈도 없지만 돈이 있어도 맛집 여행을 했으면 했지. 그럴 일은 없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이 없다고 난리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고 연일 방송을 도배하고 있다. 민생은 도탄에 빠졌고, 청년들이 발 디디고 살기 어려운 위기의 세상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규제를 풀어 작은 평수의 콘크리트 블록을 닭장처럼 쌓아 올려 주거 문제를 해결하자고 의견을 모을 것만 같다.
정치인은 정치를 모르고, 언론은 국민의 소리를 전달하지 않고 있다. 대안으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너무 가볍게 들린다. 수량이 확보되면 청년이 내 집을 갖게 되고, 무주택 서민이 안락한 보금자리를 얻게 되는지 묻고 싶다. 주택의 산술적 개수가 가격을 낮춘다는 것은 정치인이나 언론의 말장난에 불과하다. 아무리 많이 확보해도 돈이 모자라 살 수 없는 집을 어쩌란 말인가. 서울에는 집이 모자라는 게 아니라 사람이 많은 거다.
집값을 잡는 진짜 해법은 인구 분산에 있다. 자발적으로 지방으로 흩어지게 할 방안 연구가 시급하다. 서울을 떠나야만 비로소 살 수 있는 사람,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나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다고 힘없고 나약한 이들을 지방으로 내쫓는 방식은 결코 정답이 아니다. 오히려 돈 있고 권력 있는 자들이 수도권을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민생을 위하고 청년을 살리겠다는 그럴싸한 명분 뒤에는 부를 축적하려는 간악함과 없는 이들의 푼돈마저 갈취하려는 비겁함이 숨어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국토의 균형 있는 개발이 유일한 답이다. 비대한 서울과 수도권을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티드) 처방으로 홀쭉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름진 살을 찌운 권력과 자본은 군살을 빼듯 전국으로 흩기 위해 국가의 핵심 기관부터 과감하게 옮기면 어떨까. 행정부는 세종으로 완전히 옮기고, 입법부는 멀리 정읍으로, 사법부는 산골 영주로 이전하는 식이다. 지자체마다 다들 갖춘 법원이나 의회가 반드시 서울에 모여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국가의 권력과 인프라가 전국으로 분산되면 사람과 돈도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마련이다.
통계상 주택보급률이 102%라고 한다. 단순 계산하면 그렇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법으로 ‘1가구 1주택’을 주장하고 싶다. 큰일 날 소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잘못했다가는 사회주의자로 몰리거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의를 왜곡한다는 논리에 숨이 막혀 죽을 수도 있다. 그런 논리 뒤에 숨어있는 음흉한 저의가 훤히 보여 무섭다.
세상이 바꿨다. AI의 시대에 뭐가 두려워 과도하게 모여 살아야 한단 말인가. 과밀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환상을 깨부수고 인구의 물꼬를 터야 한다. 그것이 이 땅의 집값을 잡고, 지방을 살리며, 상처받은 청년과 민생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첫댓글 이것도 옳소!!!
옳다고? 그럼, 나를 서울시장 아니지, 대통령시켜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