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목은 소개팅의 추억이라기 보다는
지뢰밭의 추억이라하는 것이 옳겠다...
이런 이야기를 올리는 것은 나의 슬픔을 들추어
그대들의 웃음을 얻으려는데 그 의의가 있겠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자
작년 가을 이후 솔로가 된 이래로 회사 디자이너의 소개로
난 두명의 소개팅남들을 만났었다
솔직히 학교 때 미팅은 0번, 소개팅은 3번 정도 뿐이 못해봤기에
나의 기대감의 매우 컸었드랬다
그래, 제발 한번만 키 큰 남자 만나보자는 심정으로
주선자에게 난 단 하나의 옵션을 걸었다
제발 키큰 남자로 해줘~~ 라고 비굴하게... -_-+
(그랬다, 희안하게도 난 8년 연애 경력에도 불구 키큰 남자를 만나본 적이 전무후무하다)
직업? 저 혼자 벌어먹고 살 정도면 된다
(울 선배는 남자는 돈이라며, 날더러 철들라면 아직 멀었댄다)
얼굴? 남자 얼굴 뜯어먹고 사냐? 옥동자만 아니면 된다
(울 선배는 남자는 돈이라며, 날더러 그거 하나는 잘 생각했다고 말했다)
집안? 나도 그닥 내세울만한 집안 못된다
(울 선배는 남자는 돈있는 집안이 최고라며, 날더러 제발 정신차리라고 했다)
다만, 하이힐을 신고도 10센티 정도는 차이지는 그런 남자를 원한다! 라고 나는 말했다
(울 선배는 남자는 돈만 있으면 키도 커버된다며, 날더러 십대취향이라고 했다)
* 참고로 울 선배는 결혼해서 애까지 있는 남자다 -_-;;
그는 스스로 체험에서 우러러나오는 충고라고 내게 말했다
<드디어 첫번째 소개팅남과 만나는 그 날!>
바람부는 날은 압구정동에서 만나야 한다고 그 누가 그랬던가?
압구정동 맥도날드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오방 추웠다
근데, 이남자 무려 30분이나 늦었다 -_-;;
(아~~ 짜증, 오방~~ 나삼)
그래도 주선자의 말대로 키는 컸기에, 내심 점수를 80점은 줬었드랬다
(^^ 허허, 나랑 10센티가 차이나, 허허허~~)
얼추 인사를 하고 길가에서 뻘쭘히 서있던 그때 벌어진 사건!
벨이 울리고 나는 무언가 불길한 이 낌새 속에서 핸펀을 받았다
울 pd 왈! 다짜고짜 지금당장 녹음실로 달려오란다
성우 재녹음을 해야한다고 하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
나는 개버릇 남 못준다고 성질을 버럭 냈다
분명 내가 오늘 소개팅한다고 했는데, 뭐하는 짓이냐, 이 pd야!
열을 올리고 나서 뒤를 돌아보니, 소개팅남은
이 모든 사태를 두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주 똑`똑`히! 아뿔사! -_-;
화나는 거 참고, 전화 끊으려는데 김pd 한마디 한다
"뻥이야~ 소개팅 잘하셩~"
-_-;;
암튼 밥을 먹으러 길을 가는데, 이남자 허둥댄다
여기갈까 저기갈까 망설이는데, 슬슬 짜증이 솟았다
그래, 이쯤에서 -2점 들어가자...
나는 마음속으로 소심하게 감점을 하기 시작했다
밥을 먹는데, 이 남자 자기것도 먹어보라며 파스타를 내 접시에 덜어주려고 한다
" ^^;; 하하, 괜... 괜찮아요, 전 제꺼 먹을게요"
아, 매너가 좋아보이는 듯 하면서도, 뭔가 서먹하다
뭘까? 이 불길한 느낌은...-_-;;
잠시후 나의 불길한 느낌은 밥을 먹으면서 슬슬 실체로 들어나기 시작했다
호구 조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감점수가 많아진다
남자 취미 : 라틴댄스 & 승마
나의 취미 : 찜질방 가서 책읽기
감점: -2점 (사유/ 취미가 너무 럭셔리하셔서 감당이 안된다)
남자 생활패턴 : 아침 6시면 일어남
여자 생활패턴 : 무질서한 기상시간
감점: -3점 (사유/ 남자는 2차원 나는 3차원 세상에 사는 것 같으다)
남자 직업 : 00청에 다니는 준공무원
여자 직업 : 날밤새는 카피라이터
감점: 0점 (사유/ 요즘은 공무원이 장땡이라기에 감점 안먹였음)
남자 이상형 : 날밤안새는 직업의 여자
여자 이상형 : 날밤새는 직업을 인정해주는 남자
감점: -5점 (사유/ 연애의 기본 조건이 받쳐주지 않는다)
남자 주량 : 병맥 2병
여자 주량 : 기분에 따라 다름
감점: -5점 (사유/ 이런 남자 술마시고 쓰러지면 누가 업고가... -_-;;)
우하하하, 이렇게 감점을 하다보니 말을 할 수록 점수는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근데 마침 그가 한 한마디...!
그것은 -50을 하고도 남을만한 소리였다
"저기, 남녀칠세부동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_-;; 이... 이.... 이런....
난 당장 소개팅을 주선한 선배의 목을 조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소개팅에 나와서 왠 남녀칠세 부동석 운운?!
차라리 부동산 이야기를 하지, 차라리~ -_-;;
아, 이 견딜 수 없는 답답함의 근원은 무엇일까?
1차에서 남자가 밥값을 냈기에 나는 2차를 내기로 했다
남자의 주량이 얼마되지 않으니 싼값에 떨굴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 남자...
맥주 한병을 다마시고, 혼자 뭐가 기분이 좋은지 또 한병을 시킨다
주량이 두병이라면서... 헐~
난,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고만 일어나시죠? 주량이 약하신 것 같은데..."
2차에 들어와서 20분이 안됐을 때 나는 드디어 하고 싶었던 말을 폭포수처럼 내뱉었다
이 시원함, 이 청량감, 이 맑고 탁 트인 기분!!! 야호, 야랄랄랄라~~
남자, 얼굴 벌게져서는 일어선다
나는 때를 놓치지 않고 한마디를 더 던졌다
"얼굴이 벌게지셨네요~ 더 마셨음 제가 들춰업고 갈뻔 했어요, 호호호호"
얍실한 나의 미소는 속공으로 시간차 공격을 더했다
맥주바 밖으로 나와서 갈라져서 가려는데, 이 남자 따라온다
나름 매너가 있는건지 택시를 잡아주려고 한단다
(그럼 첨부터 약속시간에 늦지를 말던가~~~ -_-+)
암튼, 이 부담스러움, 이 짜증스러움...
압구정동 시네시티 앞에 다달았을 때 나는 그 남자가 잡아주는 택시를 타면
인생 꼬이겠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먼저 가시라며 극장안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화장실에서 친구랑 신나게 통화를 하고
지금쯤 그 남자도 집에 갔겠지 하고, 나는 룰루랄라 나왔는데
맙소사, 그 남자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화장실 간 시간까지 체크했을 것 같은 그 남자의 공무원스러움
나는 그것을 이겨낼 제간이 없었다
아... 택시를 타고 나는 재빨리 달리기 시작한다
남자의 손짓을 모른채 하며... -_-;;;
<두번째 소개팅 남자와 만나는 그날>
전과를 지닌 주선자에게서 다시 한번 보험팅을 하게 된 나...
이번엔 홍대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키도 크고, 직업도 변변하며
성격만큼은 정말 저번과 비교 안되게 좋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사실 좀 불안하긴 했다, 그런 남자가 왜 아직 애인이 없는가? 뭐 물론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날은 내가 생각해도 좀 신경을 쓰고 나간 날이었다
때배고 광내고 이쁘게 차려입고 홍대로 나갔는데
이번엔 내가 20분이 넘게 늦게 됐다
미안한 마음에 상대편 남자에게 문자를 보내니
넉살좋게 되받아치는 것이 보진 않았지만 성격은 좋겠네, 하는 맘은 들었다
^-^
그러나, 홍대앞 파스쿠치 앞에서 핸펀으로 통화를 하며 접선하는 그 순간 나는 좀 놀랐다
얼굴이 장두석이었다... 장두석...
우리시대 "시커먼스~~"를 노래하던 세기의 코메디언이 아니던가...
눈은 작고, 눈과 눈 사이는 홍해를 갈라놔도 될 정도였다
그래도 난 그래... 남자 뭐 인물보나? 싶은 마음에
애써 웃으며, 밥을 먹으러 갔다 ㅜ_ㅜ
그래도 나란히 서서 밥집으로 가는데, 얼추 키를 재보니...
그래, 이번에도 10센티는 차이가 났다
휴우~ 다행이다... 그나마
문제는 서있을 때 벌어지지 아니했다
그 남자가 밥집에 앉아서 겉옷을 벗는 순간 사태는 이미 수습 불가능의 상태로 가고 있었다
남자가
.
남자가
.
남자가
.
.
.
글래머였다
-_-;;
(제길...! 나보다 글래머러스하다니... ㅜ_ㅠ)
족히 C컵은 되보이는 그 남자의 글래머러스함...
나는 참을 수 없었다
밥을 먹는 내내
남자의 바스트 쪽을 안보기 위해, 난 계속 시선을 딴데로 돌려야만 했다
(100킬로그램이랜다, 딱 내 몸무게의 2배 -_-;;)
암튼 밥을 먹는데, 성격"은" 좋아보이는 소개팅남
사실 정말 성격"이라도" 좋아야 세상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남자... -_-;;
밥을 그 남자가 사고, 또 얻어먹진 못하는 내 성격상 또다시 바에 갔다
이번에도 남자가 라식 수술을 한지 얼마 안되어 술을 못마신다고 했다
아싸! 겜비 적게 들겠다! -_-;
나는 알코올이 든 칵테일을, 그남자는 넌알코올 쥬스를 마시는데
자꾸 담번에 만날때는 우리 이래요, 저래요, 이런다...
-_-;; 나는 정말 짜증이 나서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그대의 바스트가 A컵이 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볼께요)
아아..... 정말 나이 들수록 사람 만나기는 힘이 든것 같다
사람을 만날 수록 피곤함이 엄습해오는 것은 왜일까?
암튼 다음날 나는 주선자의 목을 조를뻔한 것을 기껏으로 참고
다시는 그녀가 해주는 남자를 만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언제 또 사랑의 기운은 나에게 찾아오려는가?
찾기 전에 찾아와다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
카페 게시글
대화 혹은 낙서
다사다난했던 소개팅의 추억 -_-;;
수없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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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04 15:45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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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웃으면 안되겠지만, 너무 웃긴다~~ 키 큰 남자면 되는겨? 저기~ 춘천에 살아도 돼? 바로 섭외해봐야겠구만, 아직도 솔로인건지..그나저나 우리 참 못본지 오래도 되었고나~
그러게... 이렇게라도 글 올리면, 까페가 좀 활성화 될까? 켁~
이런 잼나는 복병이 숨어있었군..new를 왜 못봤지.. ㅇㅅㅇ))다들 함 바야 하는뎅;; 쿨럭;;
흐흐흐. 가슴있는 남자 매력 있지 않아? -_-; 그나저나 나도 오랜만에 미팅한번 하고 싶다. 한번 시켜주면 안되겠니?
휘열아, 난 너 그렇게 안가르쳤다. 일처종사하거라, 펴~~~엉생!
이거 무슨 시추에이션이야....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