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어 사 랑
젊은시절 직장 동료들과 을지로 입구에 홍어 찜을 잘한다는 골목집에서
회식이 있을때 기억이다. 처음 대해보는 이는 냄새에 질색 하면서도 푸짐하
게 요리된 모양에 끌려 먹어보고 맛이 특이 하다며 또 가보자 청할 정도다.
중독성이 있는 것일까? 냄새가 강할수록 살코기가 국수가닥 처럼 찢어지
면서 짜릿한 맛이 있다. 골목집들 퇴근후 월급쟁이들이 많이 찿는 곳이다.
저렴하고 주머니 형편대로 갈만한 곳이 많았다. 지금은 도시계획으로 정비
되어 많이 변했고 코가 찡 해오는 홍어 찜을 맛보러 가야겠는데 그 집들은
어디로 갔을까? 어린 시절에 젖은 입맛은 지워지지 않는가 보다.
서울에서도 음식점에 삼합 차림표가 있는 집들이 있다. 전라도 음식으로 홍
탁삼합(洪濁三合) 삭힌 홍어에 삶은 돼지고기 그리고 묵은 김치다. 여기에 탁
주를 곁들이면 그 맛은 먹어본 이만 안다. 막걸리가 입안을 씻어내면서 개운
하게 해준다.
생선가게에 삭힌 홍어를 예쁘게 포장해 팔고 있다. 냄새 때문에 혐오하는
이들도 있는데 삭힌 홍어에는 항암 성분이 있다 하여 찾은 이들이 많이 있
는가 보다. 국내산 홍어가 워낙 비싸고 남미 수입산 인데 먹을 만하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칠레에 홍어 씨가 말랐다는 소리도 들린다.
어떤 연유로 삭힌 홍어를 먹게 되었을까?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를 돚단배에 싣고
나주 포구까지 오는데 십 여일이 걸린다. 왼 만한 생선이면 상해서
못 먹는데 홍어는 그게 아니었다. 냄새는 나지만 톡 쏘는 그 맛이 더 좋은
것이다. 홍어는 씻지 않는다 정성스레 닦아내고 항아리 바닥에 지푸라기를
깔고 통째로 넣어야 하다 보니 숙성 항아리 크기에 따라 잔치 규모를 알수
있는 척도가 될수 있었다.
홍어는 무었을 먹고 어떻게 잡을까? 그리고 어느부위가 제일 맛이 있을까?
맛있는 순서, 코, 날개, 꼬리 순이다. 또한 홍어꼬리의 마디마디에는 독이 있기 때문에
취급시 가시에 찔리면 심한 통증이 온다.
신경통이나 루마티스 관절염, 산후풍증 약으로도 쓰인다.
겨울을 제주도 서남 해역에서 지내는 홍어, 봄이 되면 수심 칠팔십 미터 깊
이의 서해안으로 이동하면서 오징어, 새우, 게, 갯가재류 등을 잡아먹는다.
수온에 따라 움직이고 펄과 자갈이 섞인 사질 층에서 서식한다.
홍어 낚시는 바늘만 있고 미끼가 없다. 줄줄이 엮어 놓은 바늘이 모래 바닥에
닿기 직전까지 내려놓고 홍어가 바닥에서 움직이다 낚시 바늘에 걸리면 잡는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엔 홍어를 음어淫漁라 하는데 낚시 바늘에 찔린
암것에 수컷이 붙어 같이 딸려 나오기 때문인데, 이것을 음탕한 수컷으로
본것이다.
사실은 우리나라 홍어는 철저한 일처일부다.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은 암컷은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4~5개의 알을 낳는다. 단단한 물질에
쌓여있는 알은 해조류에 붙어 있다가 산란 후 수개월 만에 5cm의 크기로
부화한다. 그리고 서해에서 짝을 찿아 헤메고 오륙년의 생을 마감한다.
우스게 소리로 “만만한게 홍어×(거시기)이냐” 하는 말이 있다. 여러설이 있으나
수긍 되는 이야기는, 뱃사람들이 안주 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비싼 홍어는 먹
을 수 없고 몸 밖으로 커다란 거시기가 두개나 튀어나와 있다, 거추장 스러
운게 조업 방해도 되고, 상품가치에 영향도 없으니 잘라서 안주 삼았고 만만
한 것의 대명사로 된것 아닌가 한다.
홍어는 다른 물고기와 다르게 진화하였다. 해저면에 살기 때문에 바닷물 속
에서 삼투압 조절을 위하여 몸속에 요소(尿素, urea)가 들어 있다. 죽으면
요소가 암모니아로 분해되는데 코끝을 톡 쏘는 맛의 원인물질이며 강한 알
카리성으로 살균 작용이 있어 식중독 걱정 없이 먹을 수있다. 홍어와 비슷하
나 크기가 작은 간재미가 있다. 홍어는 코모양이 뾰족하지만 간재미는 코가
둥그스럼 하고 오래 삭혀 먹을수 없다.
여름에는 부패됨으로 회로 먹든지,말리거나 쩌서 먹어야 한다.
남도 잔치음식에 홍어가 빠지면 잔치 헛했다는소리를 들을 정도로 선호가 높았고
여름철에도 먹을수 있어 산골마을 잔치상에도 오를수 있었다.
못 먹는 부위가 없는 홍어, 고기를 발라내고 남은 내장과 뼈를 잘게 썰어서
무를 넣고 끊인 국, 시원하고 알싸한 그 맛이 생각속에 맴돈다.
지금도 뼈와 애(내장)를 함께 포장해서 팔고 있는데 값도 약간헐하다.
생일, 추도식때 며느리들도 오고 손녀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하며 올때 반갑
지만 부잡 떨고 어지럽히면 정신이 없다. 그래도 사람 사는 집 같다.
음식 준비가 번거롭고 힘들다 하여 식사는 음식점에서 가족모임을 한지 오
래다. 명절에도 음식점이 영업하는 곳이 있는데 알만 하다. 핵가족이 되면서
집에서 음식 장만하기 힘들고 많은 손님을 집에서 접대하는 혼인 잔치도 없
어저 가고 결혼식장 뷔페나 갈비탕이 대신한다.
부자들이 이용하는 호텔 결혼식 스테이크 감질나고,
우리 세대 입맛에는 별로다. 돈 아까운 생각이 들고 옛날 잔치 음식들이 그립다.
식품 매장에는 대량 생산하는 즉석 식품들이가득하고,
조미료 투성이 음식점도 싫증난다.
이제는 시간 여유도 있고 홍어를 좋아하는 이들과 홍어 사랑 맛 기행
남도 여행을 다녀보고 싶다.
살아온날보다 살아갈 날이 멀지 않았고 나이 값이나 하는지 생각을 해본다.
무언가를 써 남겨보고 싶고 문학 공부에 푹 잠겨,
삭힌 홍어처럼 깊은 맛이 나는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
참고문헌 : 흑산도홍어 홈페이지 및 네이버 지식인 오픈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