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 지켜라" 美, 18국과 연합 훈련
재난 대처서 군사 대응으로 전환
김보경 기자
입력 2026.08.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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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3일 중남미 파나마가 관할하는 파나마 운하에서 미국과 중남미 국가, 네덜란드·영국 등 유럽 국가를 포함한 19개 국가가 참가한 파나맥스 2026 훈련이 진행됐다. /주 파나마 미국 대사관
태평양과 대서양·카리브해를 연결하는 세계 해운의 혈맥 파나마 운하 일대에서 미국 주도로 역대 최대 규모의 다국적 군사훈련이 진행됐다. 미국 주도로 지난 3일 시작해 13일 끝난 ‘파나맥스 2026’ 훈련이다. 각국의 핵심 자산과 전력이 집결해 유사시를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의 실전 훈련이 전개됐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이자 초크 포인트(조임목)인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 반대편의 또 다른 초크 포인트에서도 무력 시위가 전개된 것이다.
◇유럽 해상 강국 영국·네덜란드까지 참가
2003년 창설돼 격년 혹은 연례로 치러진 파나맥스는 미군이 주도하는 또 다른 다국적 연합 훈련인 림팩(환태평양), 코브라골드(동남아시아), 아프리칸 라이언(아프리카), 디펜더유럽(유럽) 등에 비해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규모 자체도 크지 않았을 뿐더러 인명 구호와 재난 대응 등 비(非)군사 분야에 주안점을 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참가국은 미국과 파나마·자메이카·코스타리카·벨리즈 등 북중미·카리브 지역 국가들뿐 아니라 핑크 타이드(중남미 좌파 진영)를 대표하는 멕시코와 브라질, 유럽의 해운 강국인 영국과 네덜란드까지 총 19국이 참여했다. 훈련의 성격도 ‘군사’에 방점이 찍혔다.
유사시 다국적 연합군이 파나마 운하를 방어한다는 것이 이번 훈련의 핵심 주제다. 이와 연계해 공중 강습·해상기동·소형 보트 작전·선박 나포·정글 생존 등을 실전 수준으로 훈련했다. 파나맥스 훈련이 실제 장비와 병력을 현장에 투입하는 실기동 훈련으로 치러지는 것은 2012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라고 파나마 주재 미국 대사관은 밝혔다. 미국은 올해 1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제거 작전을 실행한 남부사령부 4함대뿐 아니라 해상 국경 경비를 담당하는 해안경비대까지 참가시켰다. HNLMS 흐로닝언(네덜란드), 이슬라 고르고나(콜롬비아), BAE 로하(에콰도르) 등 각국의 해상 초계함이 대거 집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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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부터 11일간 파나마 운하와 카리브해 일대에서 열린 다국적 군사 훈련 ‘파나맥스 2026’의 마지막 날인 지난 13일, 군인들이 가상 시나리오에 따른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 남부사령부가 주관한 이번 훈련에는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등 중남미국가들과 영국과 네덜란드 등 총 19국이 참가했다. /AFP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무너뜨리고, 쿠바 옥죄는 시점에 대규모 훈련
훈련 시점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1월 단 하루짜리 군사작전으로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좌파 정권을 무너뜨린 여세를 몰아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은 3월에는 중남미 친미·우파 정권의 군사 안보 협력체 ‘미주의 방패’를 출범시켰다. 서반구(미주 대륙) 전체를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돈로주의(도널드+먼로주의)’ 구상을 밝혔다. 이어 베네수엘라에 이어 쿠바 공산 정권의 타도를 공언하며 초강력 제재로 고사시키기에 앞장섰다. 에콰도르·콜롬비아 등과는 초국가 마약 범죄 조직 타도를 목표로 연합 군사 작전도 실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역대 최대 규모에 실전 수준으로 ‘파나맥스 훈련’이 진행된 것이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속전속결로 끝내려던 이란 전쟁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돌발 변수에 사로잡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11월 중간선거 전망이 밝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림없이 돈로주의 구상을 밀어붙이면서 서반구를 미국 패권 회복의 거점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13일 파나맥스 훈련 결산 기자회견에서 “중국·러시아·이란 등 외국 세력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지만, 상대방의 주권을 존중하고 이익이 되는 협력을 추구하는 미국은 각국이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파나마 운하서 中 밀어내려는 美
이번 파나맥스 훈련의 핵심 키워드는 ‘유사시를 대비해 적대 세력으로부터의 파나마 운하 방어’다. 여기서 말하는 적대 세력은 사실상 중국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재집권 뒤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미국 땅으로 매입하겠다는 구상과 함께, 미국이 건설해 운영하다가 1999년 파나마에 운영권을 넘긴 파나마 운하의 운영권 회수 구상을 밝힌 바 있다. 82㎞ 길이의 파나마 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세계 물류 거점으로 매년 1만4000여 척의 선박이 통과하며 전 세계 해상 물류 수송의 5%가량을 담당한다.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 동남아시아의 말라카 해협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적은 수치이지만,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계기로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다.
그러나 운하 운영권 재회수 구상이 법적·외교적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우선은 파나마 운하에서의 중국 영향력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파나마는 2017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뒤 일대일로에 참여해 항만 인프라 건설에 중국을 참여시켰다. 파나마 운하 내 대서양·태평양 쪽 터미널 두 곳은 홍콩 기업인 허치슨 포트 PPC가 운영해 왔다. 그러나 파나마 정부는 지난해 일대일로 사업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며 종료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지난 1월 파나마 대법원은 허치슨 측의 항만 운영권을 무효화했다.
미국이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관측이 나왔고, 중국은 강력 반발하며 법적 소송과 보복 조치에 나섰다. 헤그세스는 “파나마 운하와 같은 핵심 전략 요충지를 외국의 악의적 세력이 장악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을 겨냥했다. 이에 따라 파나마 운하가 미·중 패권 다툼의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르며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나맥스 훈련
미국이 미주 대륙 국가들과 실시하는 다국적 군사 훈련. 파나마운하 갑문을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최대 규격을 뜻하는 파나맥스(Panamax)를 따서 명명됐다. 2003년 처음 시작돼 격년으로 진행되어오다 연례 훈련으로 굳어졌다. 전통적으로 해상 인프라 보호·인명 구조·안보 협력 등에 주안점을 두었지만, 최근에는 초국경 범죄 조직 대처와 마약 밀수 분쇄, 사이버 범죄 대응 등으로도 훈련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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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기자
국제부에서 세계 뉴스를 씁니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 분투하는 여러 국가들의 생존 전략에 흥미를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