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의 깨달음

[여래심]

62. 대학교수의 깨달음

산속에 유명한 도인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서 평상시 진정한 행복을 찾고자 애썼던 어느 대학교수가 무턱대고 도인을 찾아갔습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남루한 옷차림의 도인이 대학교수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겠습니까?"

대학교수는 정중하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도인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정말 답을 몰라서 물으시는 겁니까?”

“네, 젊은 시절엔 어렴풋이 안 것도 같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런저런 생각들로 많이 헷갈립니다"

"그렇다면 내가 말하는 것을 할 수 있겠습니까?"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말하는 것을 그대로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저 산을 한 바퀴 돌고 내려오십시오. 그렇게 한다음 행복하게 사는 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학교수는 난데없이 산을 오르라는 도인의 말에 당황했지만, 이미 무엇이든 하겠다는 약속을 하였기에 어쩔 수 없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 중턱에 이르자 숨이 가파르고 헉헉댔습니다. 평상시 운동을 하지않던 몸이기에 더더욱 힘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는가?"

하면서 자책하고 후회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시킨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모두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간힘을 써서 겨우 산 정상을 오르고 어렵게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온몸이 땀으로 젖은 채 도인에게로 찾아가니 도인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따듯하게 맞이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참 힘든 일인데 아주 열심히 산을 잘 오르셨습니다."

“...”

교수는 대답할 기력도 없이 숨을 헉헉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숨이 안정될 무렵, 교수가 질문하였습니다.

“도대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나요?"

"그렇다면 내가 말하는 것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힘들게 산을 올라 봤기에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무엇이든 말씀해주십시오. 당신께서 말하는 것을 그대로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저 산을 한 바퀴 더 돌고 내려오십시오. 그렇게한 다음 행복하게 사는 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학교수는 이미 힘들게 오른 산을 다시 오르라는 말에 당황하며 뒷걸음질쳤지만, 이미 무엇이든 하겠다는 약속을 하였기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오르는 산은 이미 첫 번째 올랐을 때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젠 처음부터 숨이 헉헉 막혀왔고 아무리 걸음을 떼도 처음부터 그 자리인 듯 도무지 오르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지금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의 결정이 너무나 후회스러웠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온몸 가득 비지땀을 흘리며 산 정상을 오르자 기쁨도 잠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습니다.

'진짜 도인이 맞는지 몰라, 내가 미친 노인한테 속고 있는 것 아냐?'

수없이 많은 갈등이 몰려왔습니다. 마음이 불안해지자 내려오는 발걸음에 힘이 더욱 빠져나갔습니다. 겨우겨우 힘들게 걸음을 떼어 마침내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곤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 도인에게로 찾아갔습니다. 여전히 환한 미소로 도인은 교수를 따듯하게 맞이했습니다.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교수는 너무나 간절한 표정이 되어 도인에게 말했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 수 있나요?
"애원하듯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말하는 것을 할 수 있겠습니까?"

교수는 헉! 하는 심정이 되어 자신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무슨 똥개훈련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또 무얼 하란 말인가?' 하지만 교수는 이미 여러 번 힘들게 산을 올라 봤기에 이젠 못할 것이 없었습니다. 거의 자포자기 심정이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말씀해주십시오. 당신께서 말하는 것을 그대로 하겠습니다.”

도인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저 산을 한 번만 더 돌고 내려오십시오. 그렇게 하면 진정 행복하게 사는 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학교수는 완전히 나자빠진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잠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그리곤 심각한 얼굴로 한참 동안 도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무언의 항변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지나간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다시 산을 올라야 했습니다. 절대로 이번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온갖 욕설과 비난을 퍼부으며 교수는 다시 산을 오르기시작했습니다.

'엉터리, 엉터리! 도인이라는 말 한마디에 솎아 내 진짜 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어보네. 누가 지금 내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명색이 대학교수라는 사람이 엉터리 도인에게 속아서, 같은 산을 한 번도아니고 하루에 세 번씩이나 오르고 있으니...
내가 미쳤거나 둘 다 미쳤거나, 이거 원, 어이가 없어서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고...
쯧쯧, 내가 정말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어디에 홀려서 이 고생을 하는 건지, 만약 엉뚱한 답만 해봐라, 내 이 노인네를 가만 안 둘 테니…'

그러면서 교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세 번째 산을 오르기 시작하니 완전히 다른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몸은 무겁고 힘겨웠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런 생각이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힘이 빠져서 그런지 누구를 비난하고 분별하는 생각도 귀찮았습니다. 어찌 되었든 처음엔 도인이 시켜서 이 힘든 산을 오른 것이었지만, 지금은 누가 시켜서 오르는 것인지, 도인이고 교수라는 생각도 들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올라야 한다는 생각도 잊고, 지금 자신이 왜 이곳에 와있는지도 잊어버린 채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무심히 산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산 정상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힘들게 오른 세 번째 산 정상이었지만 조금도 기쁜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긴 한숨을 쏟으며 서산으로 지고 있는 태양을 무심히 바라보았습니다.

교수는 온종일 그렇게 같은 산을 반복하여 오르는 동안 생각의 스위치가 멈춘 듯 아무 생각도, 어떤 느낌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장엄한 노을 속으로 태양이 사라지니 세상에 있는 모든 빛깔도 함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세상은 침묵했고 일체의 소리가들려오지 않았습니다. 한 줄기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와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머리가 아득하고 현기증 같은 섬광이 온몸을 관통하는 것 같더니, 그때 비로소 교수는 자신의 내면안에서 빛나는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뜻밖의 순간이었습니다.

"아.!"

교수는 짧게 탄성을 질렀습니다.

"행복도 불행도 모두가 나의 분별이구나, 무엇이 진정 행복이란 말인가? 그동안 내가 만든 행복의 관념 속에 갇혀있었다니, 내가 생각에 갇혀있는데 어떻게 진정한 행복을 깨닫는다 말인가? 그 건 마치 흰 눈으로 불꽃을 만들려는 생각과 같은 것이니..."

바로 그 순간, 교수의 내면 세계로부터 너무나 지고한 행복감이 밀려왔습니다.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완벽한 감각이었습니다. 지금껏 자신이 쌓아 놓은 온갖 분별과 모든 생각의 허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온몸이 상쾌하고 날아갈 듯 가벼워 졌습니다.

"그동안 생각으로 행복을 알려 했으니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그 생각을 비우는 것이 행복인데, 또 어떤 생각으로 행복을 정의하려 하였으나..."

교수는 덩실덩실 춤을 추듯, 너무나 행복한 마음으로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곤 자신을 반기는 도인에게로 찾아가 무조건 무릎을 꿇은채 정중히 절을 올렸습니다.

“당신은 진정한 도인이십니다. 너무나 완전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이제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찾았습니다. 이젠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행복이라는 분별이 있는 한 그 건 진정한 행복이 아닙니다"

"저의 감각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감각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입니다. 행복은 분별하지 않음입니다. 또한 상대도 없고 누구와 비교하지 않는 것입니다."

“만일 당신이 저에게 행복하기 위한 어떤 방법을 말씀하셨다면 그 건 역시 저의 생각을 확장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건 행복을 아는 것이지 결코 행복을 깨달은 것은 아닙니다.”

“당신께서는 분명 놀라운 사랑으로 저에게 진정한 깨달음을 주고자 그렇게 많은 시간 동안 저에게 기회를 주셨습니다. 당신은 진정 놀라운 스승이십니다. 완전한 도인입니다."

교수는 얼굴 가득 기쁨에 찬 표정으로 도인을 바라보았습니다. 도인은 무릎을 꿇고 있는 교수에게로 다가가 교수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리곤 너무나 감동한 얼굴로 교수를 가득 안아주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감각은 우릴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과 불행은 감각의 변화일 뿐, 불행이 행복이고 행복이 불행일 수 있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그 감각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입니다. 모든 감각과 분별은 생각을 확장시키지만 생각을 없애지는 못합니다. 쾌락의 확장이 행복이 아니라 쾌락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행복입니다. 오늘, 당신은 진정 행복을 깨달은 사람입니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서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별과 나무들도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고 천상의 신들도 함께 미소 지으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우주가 한바탕 잔치판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상상을 해보시지요. 온 우주가 함께 어우러져서 벌이는 한 판의 춤을,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행복을 아는 사람은 언제고 다시 불행해지지만 한 번, 단 한 번일지라도 행복을 깨달은 사람은 영원히 불행해질 수 없습니다.

행복을 안다는 건 감각의 작용, 하지만 행복을 깨닫는 것은 그 감각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행복과 불행의 차별을 벗어난다면 모든 것이 행복이고, 일체가 완벽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불행해 질 수 없겠지요. 어떤 이유와 조건을 만족시킨 것이 아닌, 그저 존재함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학교수의 우직함과 도인의 사랑이 함께 만들어내 우주적인 기적입니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은 불행의 반대일 뿐,

행복의 조건이 사라지면
다시 불행해 집니다.

아무리
로또복권 당첨되었어도
다시 시간이 지나면,
흥분은 사라지고

수많은 문제가 생겨나는 것처럼,

감각의 만족이
행복이 아니라
감각의 자유가 행복입니다.

병이 나면
병을 치유하는 것이 행복이지만
병이 나지 않으면
치유하는 행복이 없습니다.
그 행복은 진실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는 행복은
모든 것이 조건적입니다.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어떻게 해서….

진정한 행복은 그냥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내면에서 나옵니다.
무조건 적이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조건과 순간적인 만족감으로
거짓 행복에 속지 마십시오.

감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일시적인 흥분과 자극의 포로가 된 것뿐입니다.

당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만큼
불행도 곁에 있습니다.

우리가 눈을 뜨면
진정한 행복도 눈을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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