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는 표현이 무색할만큼 따사롭다 못해 무덥기까지한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동수원우체국 쉼터에는 언뜻 보아도 수십여통이 넘는 편지 더미를 앞에 두고 열심히 무언가를 끄적이는 그녀가 있었다.
이메일과 휴대전화가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요즘, 우편물이라고는 각종 고지서나 홍보전단지가 고작인 시대에 손으로 한자한자 정성스럽게 직접 써내려간 편지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갑지만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돼버렸다.
그런데 그녀는 무슨 사연이 있길래 그토록 많은 편지를 눈앞에 쌓아두고 있는 것일까?
편지 더미 앞에 있는 그녀는 ‘편지로 여는 세상’의 문영애 회장.
지난해 5월 결성된 ‘편지로 여는 세상’은 재소자들을 상대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바깥 세상의 이야기와 함께 희망을 가져다주는 비영리 단체다.
개인적으로 편지를 쓰던 회원들이 우연한 계기로 서로를 알게 돼 뜻을 모아 ‘편지로 여는 세상’을 만들었다. 회원 중에는 무려 37년 동안 재소자와 편지를 나눈 이가 있는가 하면 멀리 바다 건너 외국에서 편지를 주고 받는 이도 있다.
사실 ‘편지로 여는 세상’의 초기 목적은 소년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편지나눔이었다.
그러나 점점 그 대상이 확대돼 현재는 편지쓰기를 좋아하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남여 회원 100여명이 재소자나 소년원생, 탈북자 등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세상 이야기를 전한다.
‘편지로 여는 세상’의 회원들은 자신과 편지를 주고받는 재소자들을 ‘편지친구’라 부르며 한 때 잠깐의 실수로 사회와 격리된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무사히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상과 고립된 재소자에게 이들의 편지는 세상으로 통하는 빛이고 따뜻함이며 희망이다.
사회로부터 격리된 이들에게 전해지는 편지이기에 지켜야 할 사항도 많고 아무나 ‘편지로 여는 세상’의 회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운영진의 면접(?)을 거쳐야 한다.
번거롭긴 하지만 호기심으로 시작한 편지쓰기가 금방 단절될 경우 ‘편지친구’들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만남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것. 회원이 된 후에도 두달에 한번씩 열리는 정기모임과 1년에 한차례 열리는 전국모임을 통해 서로 교류를 가져야 한다.
‘편지로 여는 세상’ 단체의 성격상 꾸준한 교육과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성별에 제한을 두고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편지쓰기’라는 작업 자체가 꼼꼼하고 세심함을 요구하는 터라 여성회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편지를 주고 받는 재소자들은 대부분 남성인 탓에 불미스러운 일을 사전에 막기 위해 철저하게 개인정보를 차단한다.
면회나 사진, 개인연락처 주고 받기는 사전 교육을 통해 철저하게 차단시키고 있다.
때문에 재소자들이 보내는 편지는 동수원우체국에 개설된 사서함을 통해서만 전달되고 문영애 회장은 일주일에 2~3차례 우체국에 들러 각각의 회원들 앞으로 온 편지를 분류, 발송한다.
회원들이 재소자에게 곧장 편지를 보낼 수는 있지만 절대 개인 주소를 적지 않고 사서함을 통해서만 편지를 주고 받는다.
또한 편지친구에 대한 답장은 이틀을 넘기지 말 것을 강조한다.
편지쓰기 6년째에 접어들면서 현재 다섯명의 편지친구를 두고 있다는 문영애 회장은 매일 한통씩 편지를 써야할 만큼 바쁘다.
그만큼 편지쓰기에 할애하는 시간과 노력이 만만찮을텐데 문 회장은 재소자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 봉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재소자의 답장을 읽으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된다는 것.
“내 편지 한통이 그들에게 희망과 위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 뿌듯하고 기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편지쓰기를 통해 우리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마음을 열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해요”
자신이 보내온 편지를 읽고서 화를 참았다거나, 검정고시와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다는 반가운 소식, 혹은 최근 읽은 책에 대한 소감을 적어내려간 편지를 볼 때마다 문 회장은 고단하다는 생각도 잊은채 다시 펜을 든다.
출소 후 새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편지도 그녀의 편지쓰기에 활력소가 된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자신이 그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교화시키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
소개받은 편지친구들에게 자신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그날의 단상들을 솔직담백하게 전하되 섣부른 충고나 특정 종교 귄유는 금기사항으로 정했다.
현재는 100여명의 회원들이 300여명의 재소자들과 편지친구를 맺고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아직 편지친구를 찾지 못한 재소자들도 100~200여명에 달한다.
문 회장은 편지친구 대기자들이 하루 빨리 회원들과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라는 작은 소망과 함께 더 큰 꿈이 있다.
‘편지로 여는 세상’의 법인 인가 추진과 재소자들이 사회에 연착륙 할 수 있도록 공동 일터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소년원에 있는 청소년들과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범법자가 된 탈북자들, 그리고 일반수용자들의 교화를 위해 쉼터도 설립할 예정이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기약할 수 없지만 오늘도 문 회장은 편지친구를 위해 펜을 꾹꾹 눌러가며 한줄한줄 소식을 전하고, 회원들을 위해 편지친구들의 소식을 띄워보낸다.
그렇게 ‘편지로 여는 세상’의 꿈은 조금씩 자라고 있다.
‘편지로 여는 세상’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openarms20050528, 홈페이지-http://www.openletter.co.kr, 주소-수원시 동수원우체국 사서함 49호 |
첫댓글 와...우리 회장님 이쁘네요!~ㅎㅎㅎ 인터뷰 기사 잘 보고 갑니다. 바쁘신 중에도 늘 애쓰심...감사드려요! 편지로 여는 세상의 한 가족임이 자랑스럽고 행복합니다. 오래도록 함께 편지나누는 우리 편지세상을 위햐여 늘 홧팅입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회장님! 우리회장님! 영원한 교정의 선봉자 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힘차게..파이팅~~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