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첫 호수-티티카카(3)
현대 문명을 거부한, 타킬레 섬
▲길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는 남자와 실을 뽑아내고 있는 여인(타킬레 섬)
타킬레 섬Isla Taquile으로 가는 통통배. 티티카카의 푸른 물에 자꾸만 마마니 가족이 떠오른다. 린다 소녀의 티 없이 맑은 눈, 들창에 비추이는 달빛, 마마니의 맑은 미소… 내 생애에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지구촌의 반대편에 있는 그 순수한 사람들을…….
헉! 아만타니 섬을 출발하여 통통거리며 물살을 가르고 가던 배가 갑자기 고장이 나 멎어버린다. 통통배도 마마니의 집에 좀 더 머무르고 싶은 내 마음을 헤아리고 있단 말인가? 지나가던 다른 통통배가 우리가 탄 배로 다가와 선장과 함께 고장 난 엔진을 고친다. 티티카카 섬 사람들은 이렇게 한 가족처럼 지내는가 보다. 다른 배 선장의 도움으로 엔진을 고친 배는 1시간여를 달려 타킬레 섬에 도착을 한다. 섬에 상륙하자마자 급경사를 올라간다. 숨이 차서 모두들 헐떡거린다. 500여개의 돌계단. 강열한 햇볕. 온 몸은 땀으로 적셔진다. 숨이 차 잠시 멈추어서 뒤를 돌아다 보면, 쪽 빛 호수가 너무 아름다워 숨이 멈추어 버릴 것만 같고.... 힘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순간이다. 모든 것은 상대성이라는 개념이 든다. 기쁨과 슬픔, 위험과 안전, 아름다운 것과 힘든 것….
“어디 저게 호수에요. 바다지….”
가다 쉬고, 가다 쉬고…. 그렇게 30여분 정도를 올라가니 아치로 된 문이 나온다. 양떼들이 한가로이 문을 통과하고 있다. 양떼를 뒤로하고 마을에 다다라 또 다른 아치를 통과하니 넓은 광장이 나온다. 아치의 중앙에는 하얀 십자가가 세워져 있고 그 양쪽에는 모자를 쓴 원주민 형상이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집의 담벼락도 아치도 흙벽돌로 쌓아 만들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양떼들이 한가로이 지나간다.
▲마을광장 입구의 흙벽돌 아치가 눈길을 끈다.
타킬레 섬은 마치 현대 문명을 거부한 섬처럼 보인다. 전기나 수도, 자동차도, 자전거도 없는 그야말로 무공해의 섬이다. 섬에 살고 있는 케츄아 원주민들은 모자, 직물, 수공예품과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모든 물자는 자급자족과 물물교환으로 조달한다. 1년에 한 번씩 촌장을 선출하고 부족공동체 사회로 주민들은 서로 돌아가며 일을 나누어 맡고 생산물과 수입은 공동으로 분배를 한다.
아도베(햇볕에 말린 벽돌)로 지은 흙벽돌집에서 살며, 한 달에 한번 씩 주민 전체가 광장에 모여 회의를 하여 섬에서 이루어지는 주요 사항들을 결정한다. 아도베는 섬에서 파낸 진흙에 물을 붓고, 산에서 베어온 풀을 잘라 섞어서 발로 으깨어 만든 흙벽돌이다. 진흙 반죽으로 만든 흙벽돌은 어릴 적에 내가 시골에서 보았던 흙벽돌과 흡사하다. 틀림없이 우리와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거야.
“이정표가 특이하군요!”
바다가 바라보이는 광장 한 구석에는 타킬레 섬에서 세계 각 도시가지의 거리를 표시한 노란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남자들이 모두 뜨개질을 하고 있네!”
섬 주민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츄요스Chuyos라는 모자를 쓰고 광장에는 남자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뜨개질을 하고 있다. 손놀림이 보통이 아니다.
타킬레 섬의 직물은 모두 손으로 짜며 그 치밀함과 무늬, 색 배합이 세계의 직물 중 최고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다. 흰 저고리에 화려한 허리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멋지게 보인다.
▲전통의상을 입은 타킬레 섬의 멋쟁이 남자들(상), 광장에 앉아서 뜨개질을 하고 있는 남자들(하)
여인들은 전통의상인 통치마 뽀예라스Pollers를 입고 허리띠를 두르고 있다. 딱 붙는 조끼를 입고 머리엔 두건을 두르고 있다. 그녀들은 알파카 털 뭉치에서 방추로 빙빙 꼬아가면서 실을 뽑아낸다. 아이를 업은 여인도, 가축을 몰고 가는 여인도 손에는 여전히 손 물레를 돌리며 실을 뽑아내고 있다. 실내에는 여인들이 베틀에 앉아 하려한 색상의 직물을 짠다. 도대체가 노는 사람이 없다.
남자들이 만든 손뜨개 민예품은 섬의 주요 수입원이 되기도 하지만 장가를 들 때 없어서는 안 될 혼수품이다. 재미있는 것은 빨간색의 모자를 쓴 남자는 기혼자이고 빨간색과 흰색이 섞인 줄무늬가 있는 모자를 쓴 남자는 총각임을 표시한다고 한다.
“나도 저 흰색 무늬를 쓴 모자를 쓰면 총각처럼 보이겠지?”
정말 사고 싶은 모자다. 그러나 그도 짐이 될것 같아 참기로 한다. 아직 갈길이 먼데.
▲마을 풍경
처녀 총각들의 구애풍습도 특이하다. 총각은 마음에 드는 처녀가 있으면 작은 거울로 햇빛을 반사시켜 구애의 마음을 전한다. 구애를 거울로 전해 받은 처녀는 총각이 마음에 들면 머리에 달린 큰 수술을 흔들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린다고 한다. 헐! 그냥 가버리면 얼마나 무안할까?
광장 주변의 민예품 점을 둘러보다가 이정표가 있는 언덕에 앉아 있으니 별천지에 온 것만 같다. 말없이 뜨개질을 하고 있는 남자들, 쪽빛 호수, 이상한 검은 두건을 쓰고 맨발로 걸어다니는 여인들… 거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너무나 느긋하고 여유롭다. 그야말로 시간이 올 스톱 되어버린 것만 같은 풍경이다. 정말로 이상한 세상이야! 여긴.
▲맨발로 다니는 여인과 거리에 앉아있는 남자들. 시간이 멈추어버린것만 같은 섬 풍경이다
광장에서 나와 호수가 바라보이는 어느 언덕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는다. 쌀밥에 감자를 으깨어 만든 카레 같은 소스, 계란 프라이. 배가 고파서인지 맛이 그만이다. 값은 1인당 10솔(약 3달러)로 그렇게 싼 편은 아니다. 점심을 먹고 상륙을 한 반대편으로 내려간다. 다시 흙벽돌로 쌓아 만든 아치가 나온다.
▲선착장에서 짐을 지고 올라오는 원주민들. 모든 짐을 사람이 운반한다.
등에 짐을 멘 여인과 남자들이 언덕 아래에 있는 선착장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온다. 아이들이 부끄러운 표정으로 섬에 온 이방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래도 이상한 섬이야, 여긴.
선착장으로 내려가니 선장이 손을 흔들며 기다리고 있다. 푸노로 돌아온 우리는 시장과 쇼핑가를 서성거리다가 엘도라도El dorado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아내는 뽀에라스를 입은 원주민 그림을 수놓은 천이 예쁘다며 작은 것을 몇 개 골라 샀다. 내일 아침엔 볼리비아로 간다.
▲타킬레 섬을 떠나는 배에서
타킬레 섬으로 가는 방법
숙소와 음식
축제 |
출처: 아내와 함께 떠난 세계일주 원문보기 글쓴이: cha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