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주동안 미뤄뒀던 글을 써보려 합니다. 오랜만에 메이저리그(MLB)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리그 역사상 최고 수준의 FA 시장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는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이번 FA 시장을 앞두고, 메이저리그는 두 거물의 행선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습니다. 바로 前 워싱턴 내셔널스 소속이었던 브라이스 하퍼(Bryce Harper, 우투좌타 외야수)와 볼티모어와 LA다저스에서 뛰었던 내야수 매니 마차도(Manny Machado, 우투우타)의 새 소속팀 예상 말이죠.
이번에 FA 시장에 개장하면서 마차도 선수는 시작부터 자신의 몸값을 3억 달러로 정해 공표했고, 하퍼 선수는 “나는 마차도보다 무조건 더 받아야겠다.”는 입장만 고수했죠. 덧붙여 지난 시즌 소속팀 보스턴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마무리투수 크레이그 킴브렐은 6년/1억 달러라는 사상 초유의 조건을 내걸어놓기도 했습니다(불펜투수 종전 최고대우는 아롤디스 채프먼의 5년/8,600만 달러).
하지만 작년 11월부터인가요? 겨우내 이들에 대한 소문과 추측만 무성했을 뿐! 정말 지루하고 따분하게 시간만 흘렀었죠.
덩달아 두 선수 아래로 다른 준척급 선수들의 새 팀 찾기 일정도 다 지연되게 되었고, 이에 대해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투수 아담 웨인라이트(Adam Wainwright)가 파업 이야기까지 꺼낸 바 있었죠. 2019년 새 시즌을 앞두고 현재 스프링캠프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100명이 넘는 리그의 스타플레이어들이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FA 미아로 남아있는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이었습니다. 결국 발언의 핵심은 “구단들이 돈을 아끼고, 너무 안 쓴다.”는 것이었죠.
[관련보도] [시사포커스] 웨인라이트, “무언가 바뀌지 않으면 MLB 파업”… 역대 FA 한파
http://www.sisa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746
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대다수의 팬들 생각은 웨인라이트와는 조금 다를 겁니다. 매니 마차도와 브라이스 하퍼, 킴브렐, 카이클, 무스타카스, 애덤 존스 등등 스타급 선수들이 가득한 FA 시장에 대해 왜 각 구단들은 이같이도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했을까? 역대 맺어진 FA 계약들을 하나하나 다 따지고 들지 않더라도, 결국엔 선수(고액연봉자)들이 그만큼의 돈값을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앞서 적은, 가장 몸집이 큰 두 선수의 행선지가 드디어 결정되긴 했습니다.
우선 지난 2월 말, 매니 마차도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10년간 3억 달러(약 3,370억원)의 계약으로, 이 계약은 역대 FA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이었습니다(종전 기록은 10년간 2억7,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
그리고 이어서 브라이스 하퍼는 13년간 총액 3억 3,000만 달러라는 메가딜로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앞선 마차도의 계약에 이어 2014년 11월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마이애미와 맺었던 '13년간 총액 3억 2,500만달러 계약'까지도 넘어서는 역대 최고의 계약이었습니다.
이번 겨울, 제대로 돈방석에 앉은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
[관련보도] [김형준 칼럼 인사이드 MLB] 샌디에이고, 마차도 영입 왜?
https://sports.news.naver.com/wbaseball/news/read.nhn?oid=224&aid=0000004172
[관련보도] [이창섭 MLB스코프] 하퍼는 결국 필라델피아로
https://sports.news.naver.com/wbaseball/news/read.nhn?oid=460&aid=0000000979
하퍼를 영입했다고 해서 필라델피아가, 또 마차도가 더해졌다고 해서 샌디에이고가 당장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뭐, 이창섭 기자가 예상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2019시즌 예상 타순을 보면 흥미롭긴 합니다.
예상타순 : 1. 세자르 에르난데스(2B) - 2. 진 세구라(SS) - 3. 브라이스 하퍼(RF) - 4. 리스 호스킨스(1B) - 5. J.T. 리얼무토(C) - 6. 앤드류 맥커친(LF) - 7. 오두벨 에레라(CF) - 8. 마이켈 프랑코(3B)
사실 상기 타선이 갖춰지기까지는 하퍼 이전부터 많은 움직임이 필요했습니다. FA 외야수 맥커친을 3년간 5,000만달러에 영입하고,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 리얼무토는 1대3 트레이드(반대급부:호르헤 알파로, 식소토 산체스, 윌 스튜어트). 세구라는 시애틀과 3대2 트레이드(세구라, 후안 니카시오, 제임스 파조스 <=> 카를로스 산타나, J.P.크로포드)를 통해 뼈대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를 다 빼고 계산해보면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가 통산 27.4에 불과한 하퍼에게 평균 연봉 300억원씩! 39세 때까지 지급하게 된 필라델피아는 엄청난 모험의 길로 들어선 듯 보입니다(지난시즌 WAR은 1.3에 불과). 하퍼 영입으로 인해 추가 유치될 관중수와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다는 유니폼 수익은 차치하고 말입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경우는 더 심각합니다.
예상타순 : 1. 이안 킨슬러(2B) - 2. 매니 마차도(3B) - 3. 에릭 호스머(1B) - 4. 윌 마이어스(LF) - 5. 페르난도 타티스 Jr.(SS) - 6. 헌터 렌프로(RF) - 7. 마뉴엘 마고(CF) - 8. 오스틴 헤지스(C)
현재 리그에서도 최고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포함해도 그렇게 강력해보이진 않습니다(특히 하위타선이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선수이지만 에릭 호스머(Eric Hosmer)에게 8년 계약(1억 4,400만달러)을 안겨준 것도 오버페이로 보고요. 너무 비효율적인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뭐 마차도 & 타티스 Jr. 콤비가 다가오는 시즌 센세이션(sensation)을 일으킬 수도 있고, 맥켄지 고어(Mackenzie Gore), 크리스 파닥(Chris Paddack), 아드리안 모레존(Adrian Morejon) 같은 투수 유망주들이 대거 폭발(=성장)해주면서 샌디에이고가 정상급 팀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 장밋빛 가정이죠. 제가 구단주나 사장이라면 다른 관점에서 투자를 하겠습니다.
아직까지도 FA 미아로 남아있는 댈러스 카이글(Dallas Keuchel)에게 4년간 5,200만달러(연평균 1,300만) 규모의 계약을 안겨 젊은 샌디에이고 투수들의 선봉에 서게 하고. 메이저리그 통산타율이 2할 1푼에 불과한 포수 헤지스 대신 마틴 말도라도를 영입했다면 좋았을 겁니다(말도라도는 오늘 아침, 캔자스시티와 1년, 250만 달러에 계약했다는 소식입니다. 주전포수 살바도르 페레즈가 부상으로 올시즌 전체 결장이 확정된 상황이라, KC의 입장이 급했죠).
또 외야의 뎁스(Depth)를 강화할 수 있는 아담 존스(前 볼티모어)나 벤치 전체를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 마윈 곤잘레스(2년간 2,100만달러에 미네소타행 확정), 또 팀내 4선발은 맡아줄 수 있는 지오 곤잘레스나 멀티플레이어 조시 해리슨(1년 200만달러로 디트로이트행)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 겁니다. 같은 돈을 가지고 이왕이면 분산투자죠. 선수의 부상 등 불확실한 상황과 그로 인한 손실은 최대한 회피하면서 안정성을 추구하는 겁니다.
과연 브라이스 하퍼나 매니 마차도는 각각 13년과 10년의 계약기간동안 어떤 활약을 보여주게 될까요?
구단들의 선택은 옳았던 것일지, 아니면 역대 최악의 FA '먹튀'가 등장하게 될 것인지! 결국엔 시간이 그 답을 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