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단위 ‘피에’가
영미권 ‘피트’로 와전
실제로는 평균 이상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위대한 정복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 1769~1821).
나폴레옹이 등장할 무렵 프랑스는 혁명 이후 혼란이 지속되고 있었다. 주변 국가들은 혹시 혁명의 불길이 자신들에게도 옮겨 붙을까 노심초사하며, 동맹을 맺어 프랑스 혁명군을 압박했다. 그래서 프랑스 국경은 늘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고,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이 무렵 ‘불세출의 영웅’ 나폴레옹이 등장해 주변국 동맹군과 전투를 벌였다. 프랑스 국민들은 권좌에 대한 욕심 없이 오로지 고국을 위하는 그의 모습에 감동했고, 베토벤은 그를 위해 ‘영웅 교향곡’을 만들기까지 했다. 당시 유럽의 역사는 나폴레옹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유럽 전역을 누비며 용맹을 떨쳤다.
나폴레옹의 독무대는 여기까지. 그는 권력욕 때문에 결국 철퇴를 맞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814년 4월 황제에서 물러나 엘바 섬에 유배됐다. 1815년 2월 탈출해 파리를 접수하고 백일천하(정확히는 136일)를 시작했지만, 워털루 전투의 패배로 운명이 판가름 났다. 프랑스 정치권은 더 이상 그를 신임하지 않았다. 대서양의 외딴 섬 세인트헬레나로 유배된 나폴레옹은 1821년 51세의 나이로 파란만장한 일생을 비극적으로 마치게 된다.
나폴레옹은 ‘땅꼬마’라고 불릴 정도로 작은 키의 대명사처럼 회자된다. 단신임에도 부하들을 호령하고 세계를 정복했다는 사실은 그를 더 드라마틱한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정말 키가 작았을까? 아니다. 작지 않았다. 키가 작다는 것은 부검 후 그의 키가 5피트 2인치(약 157.5cm)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나온 말이다. 이는 ‘5피에 2인치’를 영국식 피트 단위로 부르면서 와전된 것으로, 프랑스의 옛날 길이단위인 ‘피에(1pied=32.48cm)’는 영국의 ‘피트(1feet=30.48cm)’보다 2cm 정도 길었다. ‘피에’의 길이도 프랑스, 그리스, 로마, 이집트 등 나라마다 달랐다.
나폴레옹의 키는 영미식 피트로 환산하면 약 5피트 6인치로 167.6cm이다. 당시 프랑스 성인 남성의 평균키가 164.1cm였으니 나폴레옹은 평균보다 3.5cm나 더 컸던 셈이다.
2009년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인터넷 판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10가지 오해’라는 기사로 나폴레옹의 실제 키가 18~19세기 평균이었다고 소개했다. 한발 양보해서 나폴레옹의 키가 157cm를 조금 넘었다고 해도 결코 작은 편은 아니었다. ‘혁명의 시대(에릭 홉스봄 저)’에 나오는 나폴레옹 시대 징집병의 체격에 대한 통계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1797년 점령지인 이탈리아 제노바와 그 주변에 세운 리구리아 공화국에서 징집된 신병의 72%가 150cm 이하였다.
나폴레옹은 황실 근위병을 이끌고 다니며 전쟁을 했다. 황실 근위병은 프랑스 군대 정예 중의 정예다. 그들은 키가 평균 180cm를 넘었다. 나폴레옹이 그들 속에 있으면 작아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첫댓글 아주 재밌게 읽었어요..^^
너와 나님. 자주 좋은글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