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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진보연대
주간정세동향 - 2월 4일 주.
< 정세 개괄 >
1. 격동의 한반도, 북미 대 격돌.
1) 북,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열어 ‘중요한 결론’
- 조선중앙통신은 3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열어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지켜나가는 데 있어 강령적 지침으로 되는 중요한 결론을 했다.”고 보도.
- 이는, 1월 23일 유엔안보리가 대북제제 결의를 채택한 이후 외무성 성명(23일) -> 국방위 성명(24일) -> 조평통 성명(25일) ->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26일) 등으로 대응해온 것의 연장선.
-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3일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성명’이라는 ‘말’에서 ‘회의’라고 하는 ‘행동’으로, 국가부문에서 영도기구라는 노동당으로 회의 주체를 격상시켜감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수위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보도.
- 연합뉴스는 같은 기사에서 <“일각에서는 위기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북한이 핵실험에 앞서 미국의 이지스함과 핵 잠수함이 참여하는 한미합동해상연습에 대항해 지대함 미사일 시험발사나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포사격 훈련을 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
2) 미국, 핵잠수함 등 동원 4일부터 동해에서 한미군사훈련.
- 미국의 핵잠수함 샌프란시스코호가 1월 31일 진해에 입항. 사거리 2.500킬로미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장착한 샌프란시스코호는 걸프전, 이라크 전 등에서 적을 기습 공격, 초토화. 미국은 이외에도 이지스 순양함 샤일로함 등을 투입, 4일부터 동해에서 한미군사연습. 이로써 한반도 전쟁위기는 더욱 고조.
3) 미국, “북한 핵실험 강행하면 ‘중대한 조치’ 취하겠다.”
- 빅토리아 눌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어떤 실험도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 될 것”이라며 “(핵)실험 강행 땐 안보리 결의 2087호에서 언급했듯 중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24일 백악관 성명보다 강도가 높은 것.
4) 북, 동시다발 핵 실험 가능성.
- 북한이 첩보위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최근 풍계리 핵 실험장 입구에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핵실험 임박 징후가 감지되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4일 <북 핵 동시다발 실험 가능성… 정권교체기 '초유의 核안보 혼선' 우려> 제목의 기사에서 동시다발 핵실험 가능성을 제기.
- 조선일보는 같은 기사에서 <정부 당국은 북한이 이미 준비를 마친 서쪽 갱도와 함께 남쪽 갱도에서 동시 또는 약간의 시차(時差)를 두고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 다발적으로 핵실험을 할 경우 핵무기 소형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난 1998년 5월 각각 5차례, 6차례씩의 핵실험을 이틀 간격으로 실시한 적이 있으며, 이를 통해 핵무기 소형화 기간을 앞당긴 것으로 평가돼 왔다.>고 보도.
5) “지금은 과거 1.2차 핵실험보다 훨씬 엄중한 국면”
- 한겨레신문은 3일 <‘핵실험’ - 추가제재 ... 북미 초강수 전략에 한반도 초긴장>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내린 ‘중요 결론’에 따라 곧 핵실험의 ‘방아쇠’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는 북한의 미사일 추가발사 또는 핵실험에 대응해 자동으로 ‘중대한 조처’(significant action)를 취하게 돼 있다. 전쟁 위기의 먹구름이 또다시 한반도를 덮치려는 순간이다.>고 보도.
- 한겨레는 이어 <지금의 국면은 과거 1, 2차 핵실험 당시와 비교해 훨씬 더 엄중하다... 과거의 북은 추가 핵실험이나 후속 장거리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그친 반면 지금 북은 ‘반미 항쟁의 전면 대결전을 선언’한 상태다. 북은 군사적 위협을 최고조로 높이면서 전쟁이냐 평화냐의 벼랑 끝 국면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표현을 빌리면 북은 대미 평화회담의 요구를 50년 한국전쟁 이래 ‘최후의 결판’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언급.
- 신문은 또한 <실제로 안보리의 추가 제재는 군사력 사용을 담은 유엔헌장 7장에 근거한 해상봉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북한은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다. 이미 북은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통해 해상봉쇄와 같은 추가 제재는 선전포고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전쟁이냐 평화냐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고 보도.
6)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실험일 경우, 그 파장은?
- 경향신문은 4일 <우라늄탄 실험이라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 북핵 중대 기로에>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실험이 성공할 경우의 파장을 보도.
① 북미 간 ‘게임’의 성격 변화.
- 경향신문은 기사에서 <우라늄 농축시설은 플루토늄을 재처리하는 것과는 달리 대규모 시설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어디서 얼마나 농축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추적·감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북한이 스스로 공개하기 전에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핵 폐기를 약속한다고 해도 이를 검증할 길이 없다. 협상을 통한 비핵화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3차 핵실험을 하게 되면 이는 곧 북핵 문제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단계에 들어서게 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오랫동안 북한 문제를 다뤄온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으로 핵실험을 한다면 이제 북한 핵문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사람들은 북핵 문제를 3차 핵실험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보도.
- 즉, 지금까지의 북미 간 ‘게임’이 ‘북의 비핵화’를 놓고 벌어졌다면 앞으로 북미 간 ‘게임’은 ‘북과 미국의 상호 군축’을 놓고 전개될 것을 암시.
② 핵탄두 소형화.
- 경향신문은 같은 기사에서 <또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핵실험은 이미 북한이 탄두 소형화 작업에 돌입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50㎏ 정도의 고농축우라늄으로 ‘건타입’의 폭탄을 제조한다면 굳이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고농축우라늄으로 핵실험을 한다면 이는 폭발 여부를 실험하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 탄두에 올릴 정도로 디자인을 소형화한 ‘내폭형’ 폭탄의 실험이 된다.> 고 보도.
③ 실질적인 핵무장 국가.
- 경향신문은 같은 기사에서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북한이 ‘핵무기’와 ‘운반수단’이라는 조합을 완성한 실질적 핵무장국으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고 보도.
④ 핵무기 대량생산 능력 입증.
- 경향신문은 같은 기사에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핵무기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면 누구도 북한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
- 즉,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실험 성공은 핵무기 대량생산 능력을 입증하는 것임을 암시.
2. 박근혜 당선인, 첫 번째 인선 실패.
1) 박근혜 인사, 방식과 내용 모두 비판 목소리 커져.
-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두 아들의 병역 면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1월 29일 후보직을 전격 사퇴.
- 한국일보는 1월 30일 <박근혜 당선인 '첫 인사' 실패. 김용준 총리후보자 전격 사퇴… 새 정권 출범 타격> 제목의 기사에서 <김 후보자의 전격 사퇴는 박근혜 정부의 첫 인사 실패를 뜻하는 것이어서 박 당선인이 상당한 정치적 상처를 입게 됐다.>고 보도.
- 오마이뉴스는 1월 29일 <[장윤선의 톡톡! 정치카페] 윤창중, 이동흡 그리고 김용준...박근혜의 선택은?>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가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그리고 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관통하는 하나의 맥이기도 합니다.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지탄을 받아도 박 당선인의 언질이 없다면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들의 공통점입니다.>고 보도, ‘방식은 밀봉, 내용은 봉건적 충성심 기준“의 박근혜 당선인 인사를 비판.
- 조선일보는 1월 30일 <[김창균 칼럼] 10년째 오리무중인 '삼성동 實勢'> 제목의 칼럼에서 <박 당선인이 한나라당 대표가 된 2004년부터 지난 10년간 언론사 정치부 데스크들은 끊임없이 현장 기자들에게 "박근혜의 최측근이 누구인지 찾아내라"고 주문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부터 인연을 맺은 모 인사가 박 당선인의 귀를 잡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고, 박 당선인은 친박(親朴) 원로들 말만 경청한다는 설(說)도 있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누구와 상의하는지 정답을 찾았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새 정부 조각을 앞두고 언론이 총리가 누가 될지 추측 기사조차 내보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대선 이후 박 당선인의 인선 내용을 보면 정말 '그 분야 일을 가장 잘할 사람'을 골라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걱정스럽다.>고 보도, 박근혜 당선인의 밀봉 인사를 공개 비판.
- 동아일보는 1월 31일 <위기 맞은 박(朴), 그에게 없는 세 가지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에게 없는 세 가지를 첫째 정치적 동지(친박계를 박 당선인과 함께 정권을 창출하고 지켜내는 정치적 동지가 아닌 당선인의 부름을 기다리는 상하관계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둘째 직언하는 참모(김 전 후보자 인선 과정은 지금도 미스터리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조차 “(발표) 30초 전에 알았다”고 했을 정도다... 최대석 전 인수위원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대해서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선에 대해서도 억측만 무성하다... 그럼에도 이를 직접 문제 삼는 측근은 거의 없다.) 셋째 토론문화(박 당선인이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점도 참모들의 직언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 당선인은 25일부터 인수위 내 분과별 토론회에 직접 참석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매일 A4용지 10장 분량의 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거기에 인수위원들과의 자유로운 토론은 없다. 당선인의 일방적 지시만이 죽 나열돼 있을 뿐이다.)라고 보도.
2) 인사 실패를 인사청문회 탓으로 돌리며 제도 개악 나서.
- 박근혜 당선인의 ‘봉건적 충성심을 기준으로 한 밀봉인사’에 대하여 수구보수언론조차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도 박 당선인은 자신의 인사 실패를 성찰하거나 사과하는 대신 오히려 인사청문회를 비판하고,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악하려 해 우려.
- 한겨레신문은 31일 <‘부정부패 척결’ 박근혜 당선인, 이제와 ‘인사청문회’ 탓?> 제목의 기사에서 <박 당선인은 30일 서울 삼청동 청와대 안가에서 새누리당 소속 강원지역 의원 8명과 함께 한 오찬 자리에서 “인재를 뽑아 써야 하는데 인사청문회 과정이 털기 식으로 간다면 누가 나서겠냐”며 검증 과정에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어 박 당선인은 “후보자에 대한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이 제기되고 사적인 부분까지 공격하며 가족까지 검증하는데, 이러면 좋은 인재들이 인사청문회가 두려워 공직을 맡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인사청문 제도가 죄인 신문하듯 몰아붙이기 식으로 가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그런 방식으로 청문회를 하면 의원들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겠느냐”고 덧붙였다.>고 보도.
- 이어서 신문은 <이에 대해 ‘각종 비리 의혹으로 낙마한 지명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지는 못할 망정 제도 탓으로 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김 후보자 낙마의 가장 큰 원인이 ‘밀봉인사’ 때문이라는 여론의 비판에 아랑곳 않고, 당선인이 오히려 청문회 제도 자체를 탓하자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또다른 ‘유체이탈 화법’의 출현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언급.
- 한국일보도 2월 1일 <박근혜 "40년 전 일을…" 발언 논란■ 연일 인사청문회 문제점 지적> 제목의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연일 국회 인사청문회 방식의 문제점을 거론하자 "제도 타령만 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고 보도.
- 박근혜 당선인이 연일 인사청문회를 비판하며 “개인 신상문제는 비공개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1월 31일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회법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이한구 원내대표 산하에 구성키로 했다"며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도록 제도를 개악할 것임을 공식 선언.
3. 한진중공업 투쟁, 장기화 가능성.
- 레디앙은 2월 3일 <주말 넘긴 한진중공업 사태 ... 장기화 조짐> 제목의 기사에서 <2일 민주노총 집중 결의대회 전후가 사태의 기점을 맞을 것이라 전망했지만, 사태 해결은 점점 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면서 <노사협상은 여전히 난망하다... 노조와 유족측은 회사 측의 책임 있는 인사가 최강서 열사 대책과 관련한 협상에 나서지 않는 한 공장 내부 투쟁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는 공장 점거를 풀어야만 유족과의 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고 보도.
- 한편 경찰은 김진숙 지도위원, 차해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 등 5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에 나서는 등 탄압 노골화.
4.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개그콘서트 징계.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박근혜 당선인을 소재로 삼은 한국방송(KBS)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 코너를 문제 삼아 개그맨 정태호 씨를 징계 조치, 파문.
- 방통심의위는 “이번에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님 잘 들어. ... 수많은 정책들 잘 지키기 바란다. 하지만 한 가지는 절대 하지 마라. 코미디. 코미디는 하지마. 우리가 할 게 없어. 왜 이렇게 웃겨. 국민들 웃기는 거 우리가 할 테니까...” 등 12월 23일 정태호 씨의 개그에 대해 “아직 국정을 시작하지도 않은 대통령 당선인에게 훈계조로 발언한 것은 바람직한 정치풍자로 볼 수 없다.” “대통령 당선인에게 반말을 사용한 것도 시청자에 대한 예의, 방송품위 유지 조항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징계.
- 징계 내용은 “프로그램 제작 시 유의하라.”는 행정지도. 즉, 코미디에서조차 박근혜 당선인을 풍자하지 말라는 것을 ‘공식 지도’한 것.
< 이 주의 필독 기사 >
[아침 햇발] 종북 프레임, 다시 경계하기 / 박창식
한겨레신문 2013.01.31 19:22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29·여)씨가 대선 기간 업무 시간에 특정 누리집에서 야당 대선후보를 비판하는 등의 글을 90차례 이상 쓴 사실이 확인되었다. 국정원 쪽은 ‘종북 성향 사이트와 네티즌들을 감시하는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활동한 ‘오늘의 유머’는 누리꾼들이 사소한 잡담을 즐기는 곳이다. 간혹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글이 눈에 띄는 게 고작이다. 북한과 회합하거나 통신을 꾀하거나 군사기밀에 호기심을 갖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정보기관이 방첩활동을 하기엔 워낙 번지수가 틀렸다. 정보기관의 부적절한 선거개입임은 당연하다. 아울러 국가기관이 시민들의 일상적 표현 영역을 사찰하고도 종북 프레임 뒤에 숨으려는 행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만이 아니다. 박근혜 당선인 쪽의 국민대통합위원회(위원장 한광옥)는 최근 “종북 단체는 대통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공언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서울 노원구청에서 한국사 강의를 하려다가 우파 단체들이 ‘김일성 찬양 교수’라고 몰아세우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우파 단체들이 저명한 남북관계 분야 지도급 인사의 저작을 왜곡해 색깔이 의심스럽다고 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종북을 들먹이며 시민의 자유를 옥죄는 짓이 잇따르니 정말 걱정스럽다.
이런 상황은 지난 한 해 보수세력이 강력한 프레임 싸움을 펼쳐 주도권을 움켜쥔 결과다. 발단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 시비였다. 애초에는 경선이 총체적 부정이냐, 관행적 부실 관리냐가 쟁점이었고 여기에 당내 회의장 폭력, 계파 패권주의, 분열주의 등의 쟁점들이 덧붙었다. 후진적 정치문화를 드러낸 사건이지만 쟁점은 그것대로 옳고 그름을 가려줘야 했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본래의 쟁점은 제쳐두고, 색깔몰이로 논점 바꿔치기를 했다.
색깔몰이는 한 놈만 찍어서 패고, 다른 사람들은 겁이 나서 끼어들지 못하도록 하는 ‘악마 만들기’ 원리에 터잡고 있다. 공포심을 조장하고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불가능하도록 만든다. 1987년 미국 의회에서 이란-콘트라 사건 조사 청문회가 열릴 때였다. 레이건 대통령의 국가안보 담당 보좌관인 로버트 맥팔레인은 청문회에서 니카라과 반군 콘트라를 지원하는 미국의 정책이 “잘못임을 알았지만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말하지 못했다”며 “국방장관이나 유엔대사 등이 ‘너 혹시 공산주의자 아냐?’라고 말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미국 백악관 분위기가 그런데 한국은 오죽하겠는가. 통합진보당 한 세력만을 찍어 집요하게 따돌리는 방식은 효과를 발휘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종북 프레임 때문에 이른바 ‘종북주의적 당권파’ 대 나머지 모든 세력(피디 세력, 평등파 세력, 정당 밖의 시민사회세력에다가 조중동까지)의 동맹·연합이 짜였다고 설득력있게 분석했다. 이런 분열 구도는 야당의 대선 패배에도 밑자락으로 작용했다. 가령 문재인 후보는 연평도와 북방한계선(엔엘엘) 문제에서 수세적으로 대응했다.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할 우리 사회 여론지형이 더욱 기울어지니, 야권 전체가 오금을 펴지 못한 것이다.
마침 통합진보당의 김미희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잃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총선 재산등록 때 990만원을 빠뜨린 게 주된 문제인데, 1억8000만원을 누락시킨 다른 국회의원이 무죄를 받은 것에 견줘도 가혹한 야당 탄압이라고 김 의원 쪽은 주장한다. 비록 정당이 달라도 최소한 야당 하는 사람들이라면 함께 걱정해줄 법한 일이다. 그런데도 관심을 보이는 이가 적다고 한다. 여기에도 종북 프레임에 따른 분열 기제가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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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칼럼] 위기의 근혜노믹스
한겨레신문 2013.02.03 19:20
춘추전국시대에 송나라의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원숭이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앞으로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고 하였다. 이에 원숭이들은 몹시 화를 내며 아침에 3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도저히 못 견딘다고 거세게 항의하였다. 그러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였다고 한다. 독자 여러분도 잘 아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고사다.
아직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을 보면 영락없는 조삼모사다. 많은 불만과 반발을 야기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욱한 원숭이들은 대단히 좋아하였다고 하지만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에는 미안하게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원숭이가 아니었다.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른 사람들이 50대와 60대 이상 유권자들이었고 박 후보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 선거 때야 화수분이라도 끼고 앉아 있는 것처럼 그 사람들에게 무슨 약속인들 못하겠는가. 대통령 선거를 한달쯤 앞두고 대한노인회를 방문한 박 후보는 다급했던지 65살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해 버렸는데, 선거가 끝난 지금 다시 차분히 들여다보니 거기 드는 돈이 엄청나고 옆에 끼고 있는 줄 알았던 화수분은 없으니 난감해졌다. 그래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편법을 짜내고 있는 모양이다.
국민연금에서 일부 빼서 쓴다고 했다가 반발이 심해지자 세금으로 주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런데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은 앞으로 기초연금을 더 받으면 총액이 조금 늘기는 하겠지만 말이 기초연금이지 그중 일부는 실제 국민연금인데 이름만 바뀐 셈이다. 또 말로는 세금으로 준다고 하지만 결국 이 부분만큼은 국민연금에서 빼서 기초연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국민연금 혜택을 못 받는 어려운 처지의 노인들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기초연금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급자들이라도 대부분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것은 매일반이다. 특히 지역가입자들은 매달 18만원씩 10년을 내야 65살 이후에 겨우 월 22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한푼도 내지 않고 매월 20만원씩 받을 수 있다면 심각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도 노후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역가입자들의 국민연금 탈퇴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이들의 근거 있는 불만을 해소하지 못하면 기초연금 제도는 심각한 도전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박 당선인이 자기를 뽑아준 50대, 60대를 배신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민들을 위한 박 당선인의 다른 정책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 당선인의 하우스푸어 대책, 렌트푸어 대책,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서는 필자도 본지의 칼럼 등을 통해 이미 그 허구성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이제는 드디어 보수언론들마저도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하우스푸어 대책, 하우스푸어 두 번 울리나”라든지, “렌트푸어를 위한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 현실성 떨어져”라든지, 또는 서민들의 가계부채 부담을 해소해주겠다는 국민행복기금의 경우에는 “지금 당장 30%대 고금리 대출을 받아도 조만간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하면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으므로, 대부업자는 금리 장사를 할 수 있는데다 나중에 원금도 돌려받을 수 있어 행복기금이 노다지”라는 등 그 비판이 제법 신랄하다.
대선 기간에는 언론사인지 정당 홍보지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던 보수언론들이 선거에서 박 후보가 이기자마자 한목소리로 성공한 정부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대선 공약부터 잊어버려야 한다고 조언하더니, 이제는 좀더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비판까지 하기 시작했다. 보수언론들도 걱정이 되기는 하는 모양이다.
근혜노믹스의 위기다. 박 당선인은 이를 어찌 극복하고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나. 이 나라는 내 나라이고, 또 우리 모두의 나라이기 때문에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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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원 직원의 아이디 5개 ‘제3인물’이 썼다
한겨레신문 2013.02.04 07:21
“김씨 아이디 16개 중 5개 건네”…경찰, 확인 중
사용장소 달라…국정원 ‘조직적 여론조작’ 의혹 커져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가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서 만든 아이디 중 5개를 김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사용한 사실을 경찰이 확인한 것으로 3일 드러났다. 애초 김씨가 만든 16개의 아이디 중 일부를 제3자가 사용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국정원이 김씨 외에도 다른 요원 또는 제3의 인물을 동원해 인터넷 여론조작 활동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3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씨의 컴퓨터를 조사해 특정 사이트(‘오늘의 유머’ 누리집)에서 활동한 16개의 아이디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선 “김씨가 (경찰 조사에서) ‘내가 사용한 아이디는 11개’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이디 5개의 행방이 묘연했던 것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 경찰은 제3의 인물인 ㄱ씨가 이 5개의 아이디를 사용해 인터넷 활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경찰은 이 아이디들이 인터넷 활동을 벌인 아이피(IP·인터넷상의 각 컴퓨터가 갖는 고유 주소)를 분석한 결과, 김씨가 사용했다고 인정한 아이디 11개와 전혀 다른 장소에서 사용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정원 직원 김씨의 컴퓨터에서 발견한 16개의 아이디는 주민번호 인증 없이도 전자우편 계정을 사용해 만들 수 있는 포털사이트 야후 서비스를 통해 생성된 것으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김씨가 이처럼 신분 노출을 피해가며 국정원 업무를 위해 만든 아이디 가운데 일부를 제3자인 ㄱ씨가 사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ㄱ씨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이번 수사의 또다른 핵심으로 떠올랐다.
ㄱ씨는 이 아이디들을 이용해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거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게시글에 ‘추천·반대’ 표시를 하는 등 김씨와 비슷한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ㄱ씨는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또 ㄱ씨가 사용한 5개의 아이디와 아이피가 겹치거나 유사한 활동을 벌이는 등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또다른 아이디 수십개도 추가로 확인하고 이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의 유머’ 누리집 활동에 김씨뿐만 아니라 제3의 인물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김씨가 소속된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여론에 개입해온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김씨가 소속된 국정원 심리전단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김씨가 어떤 지시를 받았고, 이런 활동을 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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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여직원 사건, 4·19혁명 때와 비슷한 상황”
동아일보 2013-02-04 10:43:28
"만일 국정원이나 경찰이 이런 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건 4·19혁명이 일어났던 상황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완주한 강지원 변호사는 4일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29) 사건과 관련해 "이건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변호사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공무원은 중립성을 지키게끔 되어 있고, 선거에 개입하면 큰일 나는 것"이라며 "그런데 다른 공무원도 아니고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국민이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을 의심하고 있다며 그 근거로 경찰의 수사태도를 들었다.
강 변호사는 "경찰이 계속 감춰오다 갑자기 (대선 직전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고 지적하며 "결국 경찰도 여론 조성을 위해 개입한 것이 아니냐. (국민이) 엄청난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어느 나라의 경찰과 정부기관(국정원)이 선거에 개입 하느냐"며 "만일 장기화하고 시끄러워진다면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의 수사발표 내용이 계속 바뀐 것을 지적하며 "당시 수사결과를 발표했던 경찰 간부들은 사퇴해야 한다"며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국정원과 경찰이 이렇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국민들 깔보고 있느냐"고 질타했다.
강 변호사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관련해 "본인이 사퇴하지 않으면 청와대가 빨리 제명처리를 해야 한다"며 "오기를 부리는 것이 정치인가. 아무리 정권 말이라고 해도 국민에 대한 예의를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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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없는 설움… 2400억짜리 위성 발 묶이고, 발사비 '부르는 게 값'
조선일보 2013.02.01 03:05
[로켓 자력개발, 이제 시작이다] [2]
발사일 18개월 넘긴 아리랑5호
- 러, 계약 후 "돈 더 달라" 생떼… 다른 위성 2개도 줄줄이 지연
위성 발사 시장, 러·佛 등 독과점
- 발사 비용 120억→270억 올라 "지금은 540억까지 달라고 해"
2010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 5호 개발을 마쳤다. 아리랑 5호는 영상 레이더를 장착해 우리나라 위성으로는 처음으로 구름이 낀 날이나 밤에도 지상을 관측할 수 있다. 개발비만 2381억원이 들어갔다. 그런데 아직도 아리랑 5호는 대전 항우연 청정실에 발이 묶여 있다. 위성 발사를 대행하기로 한 러시아가 비용을 더 요구하면서 예정된 발사일을 1년 반이나 넘긴 것이다.
항우연은 2007년 코스모트라스와 190억원에 아리랑 5호 발사 대행 계약을 맺었다. 우주로켓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우주로켓으로 개량한 '드네프르'. 양측은 2011년 8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국경 지대의 야스니 우주기지에서 아리랑 5호를 발사하기로 했다. 문제는 군(軍)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원화로 계약했는데 갈수록 원화 가치가 떨어지자 러시아군이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 항공우주연구원 전자기파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아리랑 5호의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시험하고 있다. 아리랑 5호의 발사가 1년 반 넘게 지연되면서 연구원들은 정기적으로 부품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발이 묶인 것은 아리랑 5호뿐이 아니었다. 같이 가기로 한 과학기술 위성 3호도 지상에 발이 묶였다. 지난해 말 러시아 로켓으로 발사하기로 했던 경희대의 시네마 위성도 아리랑 5호 발사가 미뤄지면서 연쇄적으로 발사가 지연됐다. 한국의 위성 프로그램 3개가 러시아 탓에 동시에 중단된 것. 아리랑 5호 개발 책임자인 항우연 이상률 항공우주시스템연구소장은 "다행히 정부 간 협상이 잘 진행돼 올 4월 하순 발사를 논의하고 있다"며 "독자 우주로켓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일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국제 계약을 무시하고 억지를 부릴 수 있는 것은 세계 위성 발사 대행 시장이 프랑스와 러시아 등 몇몇 공급자가 좌우하는 사실상 독과점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다. 2006년 아리랑 2호 발사 때 러시아에 낸 비용은 1200만달러. 당시 환율로 120억원 남짓이었다. 지금은 2500만달러(약 270억원)를 부른다. 지난해 일본 'H2A' 로켓에 실려 우주로 간 아리랑 3호는 발사비로 2000만달러를 냈다. 계약 당시 환율로 250억원 정도 됐다. 이상률 소장은 "일본이 처음으로 쏘는 외국 위성인 데다 자기들의 위성과 함께 일종의 '택시 합승' 식으로 진행해 비용이 적게 든 것"이라며 "지금은 5000만달러(약 540억원)까지 부른다"고 말했다.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국가 간 정보전이다. 아리랑 2호를 발사할 때 항우연은 가격 대비 성능이 러시아 로켓보다 뛰어난 중국 '창정(長征)' 로켓을 먼저 택했다. 그런데 아리랑 위성 부품은 대부분 미국제였다. 미국 정부는 중국으로 미국 위성 부품 정보가 유출될 것을 우려해, 한국에 중국 로켓을 쓰면 위성 부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우리 정부는 러시아 로켓으로 발을 돌렸다. 조광래 항우연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중국과 계약한 터라 위약금까지 물어줘야 했다"고 밝혔다.
건국대 이창진 교수(항공우주공학과)는 "우주로 가는 길은 우주로켓밖에 없다"며 "우리 로켓이 있어야 위성 개발 일정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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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민주화 없으면 경기 회복 어렵다
[이정전 칼럼] 대공황과 2008년 경제 위기의 교훈
2013-01-31 오전 8:19:26
지난 대선 때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경제 민주화에 대하여 가장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취했던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당선자가 되었으니 앞으로도 경제 민주화에 대한 공방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벌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짓인가? 낙수효과를 낳지 못하는 재벌을 우리 국민이 왜 계속 껴안고 가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둘러싼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와중에 경제 민주화의 참뜻이 묻혀버릴 수도 있다. 경제 민주화를 좀 더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
경제 민주화라는 말은 '경제'라는 단어와 '민주화'라는 단어를 합친 것이다. 여기에서 경제는 '자본주의 시장'을 가리키고 민주화는 '민주주의 정치'를 가리킨다. 자본주의 시장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민주주의 정치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즉, 두 영역이 서로 다른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으뜸 가치는 생산성 내지는 효율이다. 반면에, 민주주의 정치 영역에서 으뜸 가치는 평등이다. 그래서 국민의 동등한 주권 행사와 법 앞의 평등을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과 민주주의 정치의 이런 차이를 정치학자들은 "1원 1표"의 원칙과 "1인 1표"의 원칙으로 풀이한다. 자본주의 시장은 재력에 비례해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영역이며, 민주주의 정치는 모든 국민이 똑같이 한 표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런 견해를 확대 적용하면, 경제 민주화란 1원 1표의 원칙이 초래하는 시장의 횡포를 1인 1표의 원칙에 입각해서 제약하고 나아가서 시장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자본주의 시장과 민주주의 정치 영역을 지배하는 그 두 가지 다른 원리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경제 민주화의 핵심 사항이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 민주화는 자본주의 시장을 수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930년대 대공황 이전의 자본주의 시대는 자유방임주의를 기조로 하는 고전적 자본주의 시대였다. 이 시대에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믿음이 아주 강하던 시대였다. 시장은 내버려두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부를 최대한 창출할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자동 조절 장치를 갖추고 있어서 스스로 안정적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시장의 자율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자유방임주의를 낳았다. 그러나 자유방임은 늘 독과점, 투기, 부정부패를 심화시켰고 큰 빈부격차를 낳았다.
미국의 경우 대공황 직전에는 최상위 1%의 부자가 미국 국민소득의 23.1%를 차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일련의 악재들이 겹치면서 드디어 서구 경제가 대공황에 빠지게 되었다. 단순한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체제를 위협하는 엄청난 '시장의 실패'가 터진 것이다.
이렇게 파국으로 치닫던 자본주의를 구출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 정부가 좀 더 신속하게 시장에 개입하였더라면 대공황의 재앙을 예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보이지 않는 손과 자유방임에 대한 재계와 정계의 믿음이 너무 강했다. 잘못된 신념 탓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뒤에야 어쩔 수 없이 각국 정부가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서게 되었다. 독과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으며, 사회복지제도가 도입되었고, 공공투자에 의한 실업 구제가 대규모로 벌어졌다.
당시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과감한 조치는 모범이 되었다. 그는 업계의 책임을 강하게 추궁하였다. 뉴딜 금융개혁법을 통과시킴으로써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회계 부정 및 시세 조작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폈고, 거대 금융기관의 분할 해체, 은행업과 증권업의 분리, 증권시장 규제 강화 등 제도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요즈음 말로 하면 일련의 강력한 경제 민주화 조치가 단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덕분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안정적으로 번영을 누리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특히 케인스 경제 이론의 총본산이었던 미국은 바로 이 시기에 황금기를 맞았다. 성장의 열매가 고르게 퍼지면서 소득불평등이 가장 적었다. 온 국민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면서 미국은 세계적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서구 사회에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면서 시장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라는 요구가 거세졌고, 이런 시대적 흐름을 타고 영국에 대처 정부, 그리고 미국에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면서 신자유주의가 주도하는 자본주의 시대가 열렸다. 사회복지 지출이 대폭 삭감되었고, 부유층에 대한 조세 부담이 경감되었으며, 시장에 대한 각종 규제가 대폭 풀리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경제 민주화가 실종되었다.
하지만, 규제 완화 조치, 특히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조치는 자본주의 선도국인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을 투기의 도가니로 몰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개인이나 정부나 수입의 범위 안에서 지출한다는 원칙이 깨지면서 온 나라에서 빚잔치가 벌어졌다.
대공황 전야처럼, 경제적 불평등도 극에 달하였다. 미국 국민소득에서 최상위 1% 부유층이 차지하는 몫이 2007년 23.5%까지 치솟았는데, 이 수치는 대공황 직전의 23.1%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결국, 부동산과 금융 상품에 잔뜩 끼었던 거품이 꺼지면서 미국의 금융 시장이 붕괴했고 이어서 대공황 이래 최대의 세계 경제 위기가 찾아왔다.
자본주의 체제가 또다시 위기에 빠지자 이번에도 정부가 구원투수로 등장하게 되었다. 수차례에 걸친 양적 완화 덕분에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었지만, 1930년대 대공황의 교훈을 되새기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고삐 풀린 시장은 기본적으로 불안정하며 심지어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를 구렁텅이로 몰아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정부의 개입만이 자본주의를 위기로부터 구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사실이 재확인되었다.
그러나 세계 경제 위기에 대처하는 각국 정부의 개입은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왕 정부가 나설 바에는 좀 더 신속하고 과감하게 개입하였더라면 세계 경제 위기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공황 때처럼 시장에 대한 재계와 정계의 과신이 정부의 신속한 개입을 막는 요인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 막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보다 더 큰 아쉬움은 좀 더 강력한 경제 민주화 조치가 뒤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 위기에 대응해서 선진국 정부들이 취한 대응책은 그저 돈을 마구 찍어내서 시장에 뿌리는 것뿐이었다. 물론, 경제 민주화 조치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로 의료개혁법과 금융 규제 개혁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그 실효성이 극히 의심스러운 상태다. 금융 규제 개혁법은 큰 틀만 제시하고 있을 뿐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규칙들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양적 완화 정책 덕분에 미국 경제가 한숨 돌리는 틈을 타서 기득권층과 금융업계가 이 법에 반대하는 로비 활동을 대대적으로 벌였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의료 개혁법과 금융 규제 개혁법의 폐기를 벼르고 있어서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 조치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세계 금융계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뿌리 뽑고 경제적 불평등을 대폭 시정하는 경제 민주화 조치를 단행하지 않는다면 지금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경기 침체의 먹구름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제 민주화는 시장에 대한 고삐를 조임으로써 시장을 제자리에 되돌려놓기 위함이며, 그럼으로써 자본주의의 파멸을 막기 위함이다. 이것이 대공황과 2008년 세계 경제 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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