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화도 앞바다 염하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새우잡이배들로 북적거립니다. 김장철에 전국에서 소비하는 새우젓의 절반 이상이 강화도에서 잡은 새우로 담근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을철이 되면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 부근의 좁고 긴 해협에는 그물질하는 새우잡이배들로 가득합니다.
느닷없이 성현희로부터 새우를 잡으러 가자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옷만 차려 입고 떠났습니다. 해마다 이맘 때면 친구들과 함께 한두 번씩 새우잡이를 떠났으니 이제는 연례행사가 된 셈이지요.새우잡이라고 해야 준비랄 것도 없습니다. 족대와 새우를 담을 통 하나, 그리고 갈아입을 옷이 새우잡이 채비의 전부입니다. 배를 타고 그물질하는 것이 아니라 물속에 들어가 족대로 물밑을 훑는 지극히 원시적인 방법으로 잡기 때문입니다. 그저 물속 깊이 족대를 담그고 물살을 거슬러 몇 걸음 훑다가 족대를 끌어올리면 새우가 잡히지요.
아침 일찍 박현호 부부, 성현희, 이기홍과 함께 강화도 초지대교를 건너 화도면 내리의 갯바위 아래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열시 30분께 썰물 때가 되어 물이 빠지면서 갯벌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닷가 갯바위에는 망둥이 낚시꾼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바닷물은 그다지 차갑지 않았으나 새우를 잡기 위해 허리까지 차는 물속에 들어가 족대질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족대를 들어 올릴 때마다 조그만 새우가 한 움큼씩 잡혔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어린 아이 손바닥만 한 꽃게가 잡히기도 했으며, 우럭과 광어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촌놈들이 아니라면 그토록 미련한 방법으로 새우를 잡진 않았을 겁니다. 두어 시간 족대질을 했는데 꽤나 많은 새우를 잡았습니다.
새우를 잡는 동안 바위에 붙어 있는 굴껍데기에 살갗이 스쳐 여기저기 상처가 났습니다. 그리고 거짓말 보태 새우를 한 소쿠리를 잡은 뒤 밀물이 들어올 즈음 서둘러 새우잡이를 끝냈습니다. 그 자리에서 끓는 물에 새우와 게, 그리고 생선을 듬뿍 넣고 라면을 끓였습니다. 강화도에서는 이렇게 생새우를 넣고 끓인 라면을 ‘털래기’라고 부릅니다. 고향친구들과 더불어 털래기를 안주 삼아 마시는 막걸리 맛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파아란 하늘과 하얀 갈매기, 그리고 멀리 새우잡이배가 떠 있고, 갈대와 갯바위가 있는 바닷가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첫댓글 저는 새우를 잡다가 피를 봤습니다.
반바지 차림에 운동화만 걸치고 새우를 잡다가 굴껍데기에 긁히는 바람에 다리가 온통 상채기 투성이지요.
어제 저녁에는 여기저기가 쓰라려 잠을 못 이룰 정도였습니다.
내년도 가을 야유회는 밤이 익을 즈음 강화도 새우잡이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볍게 전등사를 둘러본 뒤 모두 바닷물 속에 뛰어들어가 새우잡이 하는 멋도 괜찮을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