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통
정 호 영
2011년 10월 029일 토요일 아침 7시
“아빠 오늘 수원에 있는 지방공무원 연수원에서 면접시험 보는데 태워 주실 수 있으세요”
“그래 태워 주기로 했잖으냐. 몇 시까지 도착해야 하느냐?”
“9시 50분까지 입실해야 합니다. 죄송해요, 수원은 처음 가는 길이고, 전철로 가려면 너무 부담되어서요”
“8시에 출발하면 여유 있을 것 같다”
오늘은 막내아들 상우가 7급 국가 공무원 면접시험을 보는 날이다. 몇 일며칠째 친구들과 면접시험준비를 했는데도 긴장이 되는 표정이다.
양수리 집에서 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여 가면서 우리 부부는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조심조심 운전해서 간다. 그동안 공부한 자료를 살펴보든 상우가 묻는다.
“면접관이 부처 간의 이기주의에 대하여 묻는다면 아빠라면 어떻게 대답하실래요”
“그래! 나라면 우리 부처뿐만 아니라 상대 부처의 의견에 대하여도 철저히 조사 검토하여 국가와 사회 정의 차원에서 처리하여야 한다고 본다.”
내 의견이 시험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잘 표시된 이정표를 따라가는데, 입실 30분 전에 시험장에 도착하였다. 상우는 오전에 시험을 보고 나오는 친구들과 대화를 서로 주고받다가
시간이 되어 시험장에 들어간다.
“끝나면 전화해라.”
“기다리시게요”
“그래 기다리마, 엄마가 가겠나?”
우리 부부는 기다리는 동안 백운호수 구경이나 하면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고 이동을 하였다. 양수리의 팔당호수와 비교해서 너무 초라한 것 같아서 구경은 접고 점심 먹을 식당을 물색하는데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수원 시내로 이동을 하는 데 초행이라 그런지 주차장이 있는 식당이 눈에 뜨이지 않는다. 자식이 마음 졸이며 면접시험 볼 생각에 여유를 즐기면서 식사할 기분도 아니다.
“오늘 점심은 별식으로 제과점에서 샌드위치나 빵 종류로 해결하면 어때?”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흔쾌히 승낙동의하고, 시험 끝나고 나오면 먹을 상우의 몫까지 넉넉히 준비하여 다시 시험장으로 왔다. 기다리는 동안에 읽을 책을 준비했는데 집중이 되지 않는다. 연수원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는데, 운동장에서는 축구경기가 한창이다. 연휴에 집에 못 간 교육생들이 막걸리 내기 시합을 하는가? 휴게소에 설치된 혈압계에 혈압도 재보고 소파에 앉아 여유를 부리는데 시설이 많이도 좋아졌다. 나의 기억 속에서 희미한 30여 년 전 내가 교육받을 때는 기숙사가 없어 인근에 있는 가정집에서 하숙하였다. 그때 후덕하고 인심 좋은 아주머니가 아직도 살아계실까? 주변에 노송도 많았는대데 지금은 다 어디로 갔는지! 길은 넓어지고 어디가 어디인지 알 길이 없다.
오후 3시, 수험생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다들 표정이 밝다. 기다리든던 어머니들이 현관 쪽으로 몰려온다. 아버지는 나 혼자다. 아내는 한번 간 길도 잘 못 찾는 길치이다. 더구나 시험 보는 아들을 태우고 초행길을 갈 상상도 하지 않는다. 특별한 일도 없어 운전할 것을 흔쾌히 승낙했는데 내가 유별난가? 다 큰 아들을 파파보이로 만드는가? 그러면 어떤가? 형편대로 사는 거지!
4시가 다 되어 시험을 마치고 현관을 나오는데 표정이 우거지상이다. 궁금해서 묻고 싶지만 참으면서 기다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평소에 좋아하든던 샌드위치에 손도 대지 않는다. 뭔가 단단히 사달이 난 것 같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에게 연신 전화하는데 면접관에게 잘못 답변했다는 것 같다. 못 들은 척하면서 조심조심 운전만 한다. 집에 도착하여 말도 없이 제 방에 들어간다. 점심도 못 먹었는데 제과점에서 준비한 빵을 방에다 넣어주고 기분이 풀릴 때까지 기다릴밖에 없다.
초저녁부터 언뜻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자정이다.
“아빠 저 드라이브시켜주실 수 있으세요?”
되고 말고지 내가 얼마나 지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래 기분전환에는 드라이브가 최고다. 어디로 갈까?”
“아무 데나 괜찮아요”
“그럼 양평 쪽으로 분위기 있는대서 우아하게 커피나 한잔할까?”
“네 좋↝습니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사서, 차 안에서 마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하자구나”
이게 얼마 만이냐? 다 큰 아들과 이렇게 오순도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국도를 벗어나 구 길로 들어선다. 남한강 건너, 붉고 푸른 또 노란 형형색색의 불빛이 물속에도 구슬을 뿌려놓은 것 같이 영롱하다. 하늘의 별빛도 오늘따라 청량하게 다가온다.
“시험에 문제가 있느냐?”
“예, 떨어질 것 같아요”
“전문적인 건 모르지만, 일반 상식이라면 말 해봐라”
“다섯 문제는 무난히 답변했는데 마지막 답변에서 면접관의 표정이 묘했어요”
“ ‘건널목의 빨강 불에서 횡단한 적이 있나요?’ 묻는대 ‘없습니다.’ 라고 했는데 잘 생각해 보라면서 웃는 면접관의 표정이 묘했습니다”
“그래, 내가 한번 정리해보마, 세상경험은 아무래도 내가 더 많지 않겠나?”
“면접관의 처지에서 두 가지로 요약이 된다. 첫째는 더는 질문이 없어 시간 보내기용 이고 아니면 두 번째는 기본적인 상식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가 가벼운 질문으로 보인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있다.’와 ‘없다.’외의 다른 답은 있을 수 없다.”
“합격을 축하한다.”
“아빠 말씀을 듣고 보니 이제 마음이 놓입니다. 친구들은 위반한 적이 있었는데 적당한 사유를 대고 이후로는 위반하지 않는다. 가 답이라는데 저는 위반한 사실이 없거든요”
“웃기는 놈들이구나! 요즈음 꼼수가 유행이라 드만 해괴한 이야기를 다 듣겠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면접관은 있어도 안 되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작년은 합격하고도 모 부처에 임용포기 했는데 올해에는 너무 신경 쓰는 것 같다.”
“올해는 7급이든 5급이든 합격하는 대로 가야겠어요, 5급은 금년에도 어려울 거 같아요. 5급은 근무하면서 도전해야겠어요. 7급은 필기 점수가 거의 수석이라 원하는 부서로 갈 수 있는데 아까워서요”
“그래 나는 너의 영원한 편이고 너를 믿는다. 7급이면 어떻고 5급이면 어떠냐? 이제 세상은 100세를 사는 시대인데 정년 이후를 위한 포석을 깔아야 하고, 그때는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네가 찾아야 할 것이다.”
“미래는 알수 없을뿐만 아니라 지금의 너의 것이라 할수없고 더구나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여 진리와 진실에 충실하고 감사하면서 즐기면 세상이 너를 도울 것이다.”
“나는 지금 아들과 오순도순 이야기하는 이 여건과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천국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천국이 아닌가 싶다.”
“아빠 시 한 편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멋 지구나, 한 번 더 낭송해 보아라, 나의 애송시로 하여야겠다."
"누구의 시냐?"
"조선시대 어떤 문장가의 시 인대, 한번 보았는데 외워 지드더군요."
"그러고 보니 중학교 다닐 때 올림픽 공원 백일장에서 입선한 적이 있구나."
"너도 언젠가는 글을 쓰고 싶어지면 문예창작에 대한 공부도 하여 보아라"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집에 도착하여 안방 문을 열어 보니 아내는 부자가 어디를 갖다 왔는지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마음 놓고 푹 자라”
쉽게 잠이 올 것 같지가 않다.
오니디오에 명상 음악을 틀어놓고 가부좌를 하고 앉아 명상하는지 공상을 하는지 음악에 젖어본다. 기다리고 참으면서 가치관만 서로 소통한다면 세월이 무슨 장애가 되겠는가?
나라는 행성을 중심으로 공전하든 위성이, 이제는 독립하여 스스로 자전력을 키워 하나의 행성으로서,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기를 오로지 바라보기만 할 뿐 나의 별은 서서히 희미하여지고, 한 가닥 부자간이라는 인연의 끈으로 남아 있겠지!
우주 자연의 순리가 아닐까? 내일은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새로운 태양이 뜨겠지!
첫댓글 지난주에는 별로 하는일 없이 바빠서 등록을 못하고 이제야 올립니다.
다들 금요일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전 회원 페널들께서 가차없는 의견을 답글로 올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장 신란하게 의견을 제시하신 한분께는 후사하겠슴.
제 막내아들 면접시험보든 하루동안을 기록해 보았습니다.
5급 시험은 낙방하였고. 7급(화공직)은 합격하여 특허청에 임용될 예정인대
이제는 자기의 길을 찾아 가는것 같내요.
아드님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그기쁜모습을 오늘 뵌 것 같습니다.
'소통' 잘 읽었습니다. 단숨에 읽어내려갔어요!
아드님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도 써주세요. 궁금합니다. 오타있습니다. 오니오-> 오디오
합격 축하 합니다. 7급도 과거부터 고시라고 합니다. 김은호 선생 수정글 부터
읽어 훨씬 읽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글이 길어져서 좋습니다. 특히 대화가 많아서 좋아요. 소설이 돼 간다는 것에 대한 소설가의 반가움? '사랑 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런 말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쳐요. 진실의 말씀이란 그런 것. 부자간의 대화가 부럽습니다. 아버지 앞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 자식은, 그 자체로 효도 아닐까요?
붉은 색은 종전의 글을 수정또는 삭제한 글이고 파란색은 삽입 또는 수정한 글입니다.
도움주시고 읽어 주신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마지막 부분은 일상적인 내용이라 문학적인 용어로 바꿔 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글을 올려주시고 서로 의견을 교환 하다보면 일취월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 합니다.
저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있지만 가족간의 깊이있는 소통은 부족한 시대. 부자간의 정이 잘 느껴지는 글입니다.
쫀쫀한 지적이라 죄송......2011년 10월 0일 토요일 아침 7시...라고 하는 것보다 그냥 구체적인 날짜를 쓰는 게 어떨지요? 아니면 10월 某일 이라고 하거나.
대화를 서로 주고받다가....대화라는 것이 상대방이 있어 서로 주고받는 것임으로 뒤에 '서로' 라는 불필요한 말은 빼버리는 것이 좋겠어요. 문장이 부드럽게, 걸치적거림 없이 흐르게 하는 습관을. 정 선생님 문장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빵 종류로 해결하면 어때?”에 물음표를 넣으시고/'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흔쾌히 승낙하고',....에서 '승낙'이라는 말보다는 찬성이나 동의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요? 이제는 언어의 뉘앙스 차이를 느끼는 차원으로 오셨습니다.^^
저에게는 모두가 주옥같고 글쓰기의 양식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올해가 가기전에 만나야겠지요. 주선해 보겠습니다.
이 글을 아들에게 보여 주었드만 몇일은 며칠로 고치라고 상우가 알려주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