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사금
여드름 무염치로 돋아나던
중 1학년 쯤이었을까
월사금 내기로 선생님과 약속한 날
감나무에서 감꽃 하나 둘
바람 타던 날
쇠두엄 지고 들로 나가려는
바쁜 아버지 졸랐었네
쇠두엄 지고 일어서던 아버지,
갑자기 오지랖에서
쌈지를 꺼내 던지며
다 가져 가거라
던져진 쌈지를 주어들고 펼쳐보았네
아버지 지문이
수만 번이나 묻고 흘러 넘쳐
불어오는 바람에
실오라기만 너덜거렸네
그 안엔 울아버지 빈 가슴만
가득했네
사람을 먼저 알고 나서 나중에 시를 알게 된 세 분의 시인이 있다. 대부분 시와 사람이 겉돌기 일쑤인 문학 판에서 늦깎이면서도 한결같이 詩行一致의 전범을 보이는 경우들이다. 새록새록 턱없이 부족한 품성이 부끄러운 처지이지만, 그분들과 남다른 인간적 거래를 키워간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참으로 행복하기만 한 것을 어쩌랴.
그 중 거침없고 정 많기로 하면 곡성 공취헌에 스스로를 위리안치하고 해거름이면 장작불에 삼겹살을 구어 獨杯를 기울이며, 허우재 골짜기 맹수 같은 수리성의 情愛를 내뿜는 윤석주 형을 들겠고, 빈틈없이 정결하고 단단하면서도 동자승처럼 여리고 순수하기로는 이인범 형을 들겠고, 그 둘의 특성을 꽃숭어리처럼 열듯 다물고 있는 경우로 김병윤 형을 들겠다.
김 병윤 형! 세월의 때가 낄수록 오히려 신선한 인품의 맛과 향이 새삼스럽고 곡진하면서도 행여 엄정한 格과 質을 놓치지 않는 그 둥글고 올곧은 중용지덕이 그저 경이롭고 부러울 뿐이다. 누구에게도 감히 피해라고 끼친 적 없듯이 도움이 된다면 누구에게나 기꺼이 손을 내밀고 어깨를 다독여 주는 것만으로 그 분은 이 험한 병고의 시절에 꼭 필요한 上藥이자 감초 같은 존재이다.
그 형이 이번에 두 번 째 시집을 낳았다. 그것도 『문학들』에서다. 작품에 대한 고견은 이미 고재종 선생이 충분히 아로새겨놓았으니 나는 그냥 북채를 드높여 한바탕 고수의 장단을 치는 것으로 독자의 몫을 다하려 한다. 아무쪼록 오랜 독공 끝에 내놓는 득음이자 바디인 만큼 관심 깊고 애정 어린 일독을 권한다.
첫댓글 축하합니다.
저의 졸작 월사금을 올려주신 김규성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 저의 졸작들을 집약 하여 엮어 주신 문학들 여러 가족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정원 선생님의 축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