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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11월 26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1126목] 저출산 대책 별도의 정부기구 운영하자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어제 '제1차 저출산 대응 전략회의'를 열어 향후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 동안의 논의와는 다른 차원의 정책 개발을 주문하며 '이 시대가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로 규정했다. 잊기 쉽지만 긴박한 '현재의 과제'라는 뜻에서다. 인구보건협회와 유엔인구기금(UNFPA)이 함께 발간한 현황보고서에서 우리의 출산율이 1.22명으로, 세계 186개 국가 가운데 185위라고 발표한 것이 며칠 전이다.
미래기획위원회는 출산율 증가의 새로운 방안으로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현재의 만6세에서 만5세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저출산의 주 요인을 자녀 양육비 부담으로 인식했기 때문이겠지만, 취학 전 만5세 아동에 대한 '부담'문제를 취학연령 조절로 해결하려 드는 것은 근본적 방안이 될 수 없다. 유치원 1년을 초등학교 1년으로 대체하는 데 대한 교육ㆍ사회ㆍ경제적 효과는 중ㆍ장기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이번에 내놓은 대책의 핵심이 0~5세 취학 이전 아동의 보육 및 육아 대책에 치중돼 있음을 주목한다. 특히 저소득층 위주의 지원에서 중산층을 포함한 전 국민 대상으로 보육ㆍ육아 지원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에 기대를 건다. 2006년에 시작된 제1차 저출산 기본대책이 가정과 여성의 문제에 중심을 두었고, 이제 제2차 기본대책(2011~2015)을 사회와 국가 차원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의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위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출산율이 1.0명 이하로 떨어지는 국가가 될 수 있다는 UNFPA의 경고로도 실감할 수 있다.'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전 사회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최대 변수인 상황에서 기업의 84% 정도가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대답하고 있는 상황(대한상공회의소 25일 실태조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 사회와 국가가 온갖 방안을 궁리하고 협력하는 체제가 확고하게 정립돼야 한다. 일본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미 별도의 국가기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1126목] 수자원공사 4대강 예산도 국회가 심의해야 한다
여야가 4대강 사업 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를 오늘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전보다 진전된 예산안을 제출함에 따라 사업의 타당성을 따져보는 일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정작 4대강의 핵심 사업은 심의 대상에서 빠져 있다. 수자원공사가 담당하는 4대강 보 건설 예산이 그것이다. 내년 4대강 관련 사업비는 정부 예산 3조6000억원, 수공 예산 3조2000억원 등 6조8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수공 예산은 국회 심의 대상이 아니어서 기본적인 자료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4대강 사업비가 정부와 수공 예산으로 나뉘어 있지만 같은 사업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수공이 전체 사업비 8조원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보증하고 이자를 대신 내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수공은 자기 사업으로 잡혀 있는 4대강 보 건설 사업 대부분을 지방국토관리청에 위탁해 시행하게 돼 있다. 형식상으로만 수공 예산이지 실제로는 국토부가 모든 과정을 주무르는 정부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3조2000억원이나 되는 막대한 예산이 국회 심의 없이 쓰이도록 놔둘 수는 없다. 국민의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심의하고 감시하는 일은 국회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어떤 형식이든, 국회는 수공에 4대강 예산을 별도로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관련 예산 심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 예산도 여러차례 진통 끝에 세부 내역이 제출됐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제출된 이 예산안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공구별로 제방 보강, 생태하천 조성, 자전거도로, 강변저류지, 하굿둑 건설 등의 항목이 전부다. 예를 들어 낙동강 27공구 준설 600억원, 자전거도로 6억원 이런 식이다. 제대로 예산 심의가 될지조차 의심스럽다. 정부 예산이 이 지경인데 수공 예산이 충실하게 짜였을 리 없다. 무리한 일정에 몰려 부실한 예산안이 편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4대강 사업은 재해예방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예비타당성 검사를 생략하는 편법으로 추진돼왔다. 또 시작부터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나중에 감사하고 징계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전에 철저하게 심의해서 걸러내는 게 올바른 길이다. 국민의 혈세를 지키는 데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것이 국회의 기본 책무다.
[동아일보 사설-20091126목] 일하면서 아이 키울 수 있는 정책 구체화하라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어제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앞당기고, 다자녀 가장의 정년을 연장하며, 셋째 자녀에게 대학입시나 취업 때 혜택을 주는 저출산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일견 파격적으로 보이는 제안들이 나온 것은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1.22명)이 경제위기의 여파로 1.0명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다른 부문과 다소 마찰을 감수하더라도 밀고나갈 필요도 있다.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것은 아이들의 빠른 발달상황에 대처하고 사교육시장에 맡겨진 만 5세 아이들을 공교육 체제에 흡수해 유아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는 혁신적 방안이다. 그러나 조기취학 효과 분석, 교실증설 및 교사수급, 사회 조기진출에 따른 문제가 충분히 검토돼야 할 것이다. 다자녀 가장의 정년연장이나 셋째 자녀에 대한 입시와 취업의 혜택도 기회균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은 선에서 추진돼야 역차별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양육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은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프랑스처럼 ‘낳기만 하면 국가에서 길러준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이 필요한 때다. 사교육비를 비롯한 양육비 부담으로 부모의 허리가 휘고, 양육의 짐이 전적으로 여성에게만 지워지며, 출산한 여성들이 직장에서 차별받는 사회에서는 출산율이 높아질 수 없다.
저출산 대책은 실천 가능하고 실제 효과가 기대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책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아이디어는 모두 모아놓은 백화점식이라는 느낌도 든다. 지식경제부 산하기관 중 60%가 직장보육시설 의무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김정훈 의원(한나라당)의 조사결과는 기존의 저출산 대책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조기입학보다는 만 5세의 무상교육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민간기업의 협조도 절대적이다. 직장보육시설은 생산직 여성 근로자에게 유용한 제도이지만 모든 분야의 근로자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아이를 부모의 직장으로 데려올 것이 아니라 부모를 집에 보내주는 탄력근무제가 더 유용하다는 것이 선진국의 경험이다.
저출산을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성장도, 국가 안보도 기약하기 어렵고 국가경쟁력도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든 부처가 지혜와 역량을 합쳐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091126목] '세계 최강' 흑표 전차 엔진이 크게 잘못됐다니
방위사업청이 24일 국회에 "차세대 전차 흑표의 시운전 중 핵심 부품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내년으로 예정된 양산(量産) 체제에 들어갈 수 없으니 내년 예산 심의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엔진과 변속기가 결합된 파워팩(Power Pack)이라는 부품의 베어링 마모가 심해 화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당국은 2003년부터 2500억원을 들여 흑표를 개발하고 작년부터 700억원을 투입해 독일 제품을 쓰던 파워팩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해왔다.
국방 당국은 흑표가 헬기를 공격할 수 있고 포탄이 적 전차 장갑을 뚫으며 첨단 장비로 미사일도 피하는 세계 최강급 전차라고 자랑해왔다. 전차의 엔진은 사람의 심장과 같은 부품이다.
흑표 핵심 부품의 결함이 드러남에 따라 내년 882억원을 투입해 양산 체제를 갖춘 뒤 2011년 300여대를 실전 배치하고 터키 등에 수출한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미 체결한 터키와의 수출계약에는 파워팩이 포함되지 않아 계약 이행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우리 기술의 체면을 크게 구겼다. 다른 나라와의 수출협상에까지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첨단무기 개발은 언제나 실패의 위험이 따르고 뜻하지 않은 문제에 부닥칠 수도 있다. 문제는 당국이 문제를 감추려고만 했다는 데 있다. 흑표의 부품 파워팩은 지난 7월에도 베어링에 결함이 드러났고 넉 달 걸려 보완한 엔진을 지난 15일 시험하던 중 또 결함이 발생했다고 한다. 지난 18일 국회 국방위에서 한 의원이 "흑표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데 심각한 것 아니냐"고 묻자 방위사업청은 "연기는 났지만 별문제 아니다"고 했다. 내년 흑표 예산안은 20일 예산소위와 23일 국방위를 통과했고 방사청은 24일에야 결함 사실을 시인했다. 예산안 통과를 위해 사실을 숨겨 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국은 이제라도 흑표 개발의 어떤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정확한 진상부터 밝혀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091126목] 모든 공무원이 자기 분야 최고 되길
행정안전부가 어제 각종 분야에서 최고 기록을 보유한 공무원 94명에게 ‘대한민국 최고기록 공무원’ 인증서를 수여했다. 공모대회에 접수된 1548건 중에서 엄격한 심사와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업무경쟁력 종목 60건, 특이기록 종목 34건을 최고 기록으로 인정했다. 전신마비 장애를 이기고 외환관리사 등 업무 관련 자격증을 9개나 딴 세무 공무원, 1490억원 상당의 원산지 표시 위반물품을 단속한 세관 직원, 2150명의 범인을 검거한 부산 경찰 공무원, 논문 203편을 전문학술지에 게재한 국립연구소 연구원 등이 공직 사회를 대표하는 얼굴로 뽑혔다. 업무와 연관은 없지만 마라톤 250회를 완주한 서울시 공무원, 428회의 헌혈기록을 세운 충청남도 공무원 등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우리는 박봉과 격무 속에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해 경쟁력을 키운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공무원은 국가의 녹을 받는 공복임에도 그동안 국민으로부터 미덥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이번에 선발된 94명은 우리 공직사회 구성원의 잠재된 에너지와 발전 가능성을 새삼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모든 공무원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할 때 공공부문 경쟁력은 물론 국가경쟁력도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고기록 공무원 선발이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의 틀을 깨고 공직사회가 솔선수범, 창의행정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126목]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경제파장 최소화를
금 원유 설탕 등 주요 원자재의 국제시세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어 걱정이 크다. 원자재 가격의 지나친 급등(急騰)은 이제 겨우 수렁에서 벗어나고 있는 세계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게 불을 보듯 뻔한 까닭이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예사롭지 않다.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국제 금값은 지난해 말 대비 40%가량이나 뛰어올랐다. 배럴당 80달러선을 오르내리는 원유는 올 들어 상승률이 100%를 훌쩍 넘어섰다. 설탕 홍차 코코아 등 주요 농산물 가격 역시 잇달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주요 원자재 및 농산물 가격이 급등세를 줄달음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달러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각국이 금융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점이 중요한 원인이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 및 풍부한 유동성을 배경으로 싼 값에 조달된 달러화가 국제 상품시장을 휘젓고 있다는 이야기다. 달러화 보유로 입게 될 손실을 회피하려는 의도는 물론 상품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챙기겠다는 투기심리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아시아 등 주요국 증시가 올 들어 큰 폭으로 상승한 것도 이 같은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유입에 힘입은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와 원자재값 상승 등이 새로운 자산버블을 키우고 있고,이는 우리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어제 내놓은 '2010년 한국기업의 5대 불안요인과 대응방안'보고서에서 내년에 원화가치,금리,유가가 동반 상승하는 '3고 현상'이 과거보다 심각할 것으로 전망했다. 적정한 가격에 각종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귀금속을 비롯 다양한 상품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1년께 상품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상품유통 관리를 개선함으로써 원자재가격은 물론 수급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유광종(논설위원)-20091126목] 코뿔소
최대 3.6t의 몸무게를 자랑하는 코뿔소는 한 방향 진행형이다. 시속 50㎞의 빠른 속도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에서 우직한 이미지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코뿔소의 최대 약점은 시력이다. 다소 떨어진 거리에 있는 물체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한다. 물론 빼어난 후각과 청각이 그 약점을 보충하지만.
코뿔소는 종종 엉뚱한 상대를 향해 돌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 멀리 떨어진 곳의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자신을 위협하는 적이 나타난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다. 육중한 몸에 속도를 붙여 쫓아가 보지만 아무것도 없는 허탕이다. 다 눈이 나쁘기 때문에 생기는 헛수고다.
코뿔소의 시력이 좋지 못한 이유는 뭘까. 기린과 코끼리, 하마를 제외하면 가장 큰 동물이라는 점에서 달리 시력을 발달시킬 만한 동기가 없었다는 설명도 있다. 생존을 위협받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코뿔소의 코 위에 우뚝 서 있는 원통형의 뿔이 그 시력의 발달을 가로막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눈앞을 막고 서 있는 작지 않은 뿔은 먼 곳을 내다보는 데에는 틀림없는 장애물이다. 섬유소가 각질화해서 생긴 뿔은 소뿔처럼 가운데가 비어 있는 동각(洞角)이 아니라 꽉 차 있는 중실각(中實角)이다. 이 뿔은 코뿔소의 생명이 붙어 있는 한 계속 자란다. 머리 양쪽에 붙어 있는 눈의 시선은 코뿔에 가릴 게 뻔하다.
뿔에 가려 먼 곳을 보는 데 지장을 받는 코뿔소의 눈은 그래도 장점 하나는 있다. 뒤쪽을 바라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곳만 관찰하고 가끔씩 뒤쪽으로도 눈길질을 한다는 점에서 코뿔소는 분명 특이한 동물이다.
중국인들은 이 코뿔소가 무언가를 바라볼 때에는 분명히 어떤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코뿔소가 달을 바라보다(犀牛望月)’라는 성어는 사물과 현상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을 지적할 때 쓰인다. 일의 앞과 뒤, 겉과 속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도 코뿔소의 이미지를 얻어 조롱의 대상이 된다.
지독한 근시안에 뒤쪽을 살피면서 한 방향으로만 내닫는 돌격성. 각종 현안에 대립각만 세우는 한국 정치권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 청와대나 국회 모두 국민들의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한 뒤에는 좀 나아질까. 동물에 비유되는 수치스러움은 벗을 수 있을까.
[경향신문 칼럼-여적/박성수(논설위원)-20091126목] 핑크택시
밤길은 술 취한 남성에게는 흥이 넘치는 낭만의 거리일지 모르지만, 여성에게는 공포의 길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택시강도, 성추행 등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강력사건을 보노라면 택시라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것도 아닌 듯싶다. 늦은 밤 여자친구를 택시 태워 보내는 남자가 번호판을 외우는 것은 어느덧 기본 에티켓이 되었다고 한다. 심야에 택시를 모는 여성기사도 남자 취객이 무섭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성 손님만 태우고, 여성 택시기사가 운전한다면 이런 공포는 사라지지 않을까.
‘핑크택시’는 ‘무서운 밤길’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여성전용 택시다. 3년 전 모스크바와 런던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호응이 커지면서 지구촌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지난 3월 베이루트에 등장한 ‘바넷 택시’(Banet Taxi)는 외관을 분홍색으로 도색한 것은 물론 기사들이 하얀 티셔츠에 분홍넥타이를 매고, 분홍색 꽃 장식까지 달아 여성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멕시코 푸에블라시(市)가 첨단장비를 갖춘 핑크택시를 도입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GPS시스템으로 현 위치를 택시회사로 실시간 전송하고, 긴급상황 때 연락할 수 있는 비상버튼까지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핑크 레이디 택시’는 엄마를 대신해 아이들의 등·하교를 시켜주고, 여성 노인의 외출을 돕는 등 서비스 제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10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여성문화집단 ‘이프’가 주관한 ‘밤 마실’ 행사가 열렸다. 여성들의 안전한 밤길을 위해 핑크택시 도입을 촉구하는 이벤트였다. 무서운 밤길이 우리나라 여성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국내에도 핑크택시가 곧 선보일 것 같다. 국토해양부가 여성전용 택시와 1000㏄ 이하 경차택시, 외국인전용 택시, 심부름 택시 등을 도입하고 불량 택시를 퇴출시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28일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핑크택시가 상륙할 길이 국내에도 열린 셈이다. 오늘도 성폭력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불평등하게 느껴지는 분야는 ‘밤길 안전’이었다는 한 조사결과가 여성의 불안감을 짐작하게 한다. 핑크택시가 여성을 핑크 빛으로만 바라보는 욕망의 시선까지 막아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매일경제신문 칼럼-기자24시/신익수(여행전문기자)-20091126목] 안철수의 비효율 경제학
"어? 신 기자님이시죠? 너무 오랜만이네요. 안녕하세요."
지난 22일 새벽 두바이 국제공항 에미레이트 항공 전용 터미널 T3. 이역만리에서 한국말이라니. 깜짝 놀라 돌아본 자리에 씩 웃으며 선 인물. 대한민국 `희망 바이러스`로 떠오른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다. 5년 만의 해후인데도 기자의 이름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두바이 정부 초청으로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했다는 안 교수. 여행 좀 즐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어제 오전에 도착했다"는 안 교수는 "24시간도 안 돼 다시 출국한다. 요즘은 안철수연구소 대표 때보다 더 바쁘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8시간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에 도착한 안 교수가 두바이에 머문 시간은 고작 18시간. 두바이를 느낄 시간도 없이 다시 8시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의 요즘 일정은 상상초월이다. 지난 3개월간 그가 맡았던 외부 강연은 무려 100회. CEO 때보다 더 바쁘다는 말이 실감난다.
기자는 그가 바쁜 이유를 안다. 그는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다. 그의 삶엔 편법ㆍ요령도 없다. 짧게 가는 지름길을 두고 굳이 먼 길을 돌아간다. 바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철수 연구소 대표직을 사임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경영자 MBA과정도 마찬가지. 교환교수라는 지름길도 있었지만 기어이 그는 `학생`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2년`을 돌아간 셈이다.
문득 그가 TV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 기억난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도전정신이다. 경쟁의식이나 효율성이 아니다. 효율성 측면에서 아마 가장 비효율적인 사람이 나일 것이다."
18시간짜리 가장 비효율적인 두바이 여행(?)을 하고 가는 안철수 교수. 어쩌면 세상을 움직이는 건 `경제의 효율성`이 아니라 이런 인간적인 비효율이 아닐까.
[서울신문 칼럼-동십자각/임석훈(정보산업부 차장)-20091126목] '합의제 정책결정' 문제 많다
예전에는 일주일이면 될 게 이젠 두 달이 걸립니다."
최근 기자가 만나본 방송통신위원회 공무원들의 공통된 푸념이다. 그들의 불만은 이렇다.
정보통신부 시절에는 보고 라인이 담당 과장-국장-실장-차관-장관으로 심플(단순)해 정책결정과 집행이 빠르게 진행됐으나 방통위 출범 이후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상임위원(차관급)들의 논의로 정책결정이 이뤄지는 합의제 구조여서 한 가지 정책이 확정되는 데 이전보다 3~4배의 시간과 절차가 필요해졌다. 정통부 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3~4번의 보고로 사안이 마무리됐지만 지금은 위원장을 제외하더라도 4명의 상임위원에게 일일이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 직원은 한 사안에 대해 각 상임위원에게 5차례씩, 모두 20번의 보고를 하고 나서야 그 안건이 방통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경험을 털어놨다. 상임위원마다 입맛(의견)이 다르다 보니 추가자료 요청이 많아 이를 준비하고 설명하는 데 거의 두 달이나 소요됐다고 그는 전했다.
업계에서도 방통위의 '합의제'에 대한 볼멘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요한 정책방향에 대해 상임위원 한 분은 이쪽으로 가야 한다고 하고 다른 상임위원은 저쪽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사례가 빈발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주면 업계는 일부 이견이 있더라도 그쪽에 집중할 준비가 돼 있는데 어정쩡한 상태에서 감마저 잡히지 않으니 답답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탄생 후 정책결정자들이 '규제'에만 무게중심을 두고 '진흥과 육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ㆍ신제품이 쏟아져나오는 통신시장은 한 발 앞선 투자와 시장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발 빠른 정책결정으로 민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더라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요즘처럼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정부의 확실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갑론을박으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
물론 중요한 국가정책 결정에 대해 신속성ㆍ효율성만 강조할 수는 없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정책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방통위의 합의제는 급변하는 방송통신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규제와 진흥'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제도변화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