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위원 박 팽 련
천존(天尊)과 지존(地尊)보다 인존(人尊)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 마음을 부지런히 하라.
‘인존’이란 상제께서 인간을 구하고자 하신 마음과 그 권능에서 이루어지는 큰 덕화이며, 인간을 존귀케 하는 새로운 당위성(當爲性)을 표현하는 것이다.
-인존(人尊)의 조건(條件)을 중심(中心)으로-
1.머리말
상제(上帝)님께서 밝히신 지상선경(地上仙境)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尊嚴性)을 드러내는 인존시대(人尊時代)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대순사상(大巡思想)을 개관(槪觀)하여 볼 때, 상제께서 행하신 만고미문(萬古未聞)의 천지공사(天地公事)는 궁극적으로 인간종중(人間尊重)의 후천세계를 열기 위한 기초작업이요,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具禮的)인 대역사(大役事)였음을 가(可)히 짐작할 수 있다.
본고(本稿)에서는 인존공사가 우리에게 주는 의의와 의미를 살펴보고자 하며, 또한 인존의 주체적・객체적 조건을 나름대로 파악하여 인존공사에 대한 해석을 내려보고자 한다.
2. 인존(人尊)의 의의(意義)
「천존(天尊)과 지존(地尊)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교법2-56)했듯이 상제께서는 인간을 하늘이나 땅보다 더 높이는 공사를 보셨다. 즉 지난날에는 인간들이 하늘신명에게 호소하여 자신들 성사(成事)를 맡겼던 것이나 이제는 하늘 신명들이 일을 하여서 인간에게 성사를 이룩하게 하는 공사를 일러 인존공사라고 한다. 따라서 상제의 인존사상은 동학(東學)에서 제시한 인내천사상(人乃天思想)에서와 같이 인간과 하늘 신명을 동등(同等)한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모사재천(謀事在天), 성사재인(成事在人)」을 강조함으로서 인간이 하늘신명보다 더 경위(經緯)가 올바르다면 하늘신명이 사람을 깊이 믿어 그가 하자는 대로 하는 (언청신계용言聽神計用)것을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아야 인간은 타인(他人)을 신적(神旳) 존재보다도 더 귀하고 존엄한 것으로 평가하게 되며 따라서 그러한 평가에 의해서 타인의 인격(人格), 가치(価値), 자율(自律) 등을 자각하게 되어 타인을 존중하는 상생의 도리로서 균등한 사회의 건설이 가능해 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경위가 올바르다면 모든 것에 대해서 이치가 합당하기 때문에 인간사이의 억울한 원(冤)이 쌓이질 않는다. 이에 대하여 상제께서는 「촌양반은 읍내의 아전을 아전놈이라 하고 아전은 촌 양반을 촌양반놈이라 하나니 나와 너가 서로 화해하면 천하가 다 해원하리라.」(공사1-25)고 하셨다.
따라서 필자는 인존공사를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사회 즉 인류가 무편무사(無偏無私)하고 정직과 진실로서 상호이해하고 사랑하며 상부상조의 도덕심이 발현되는 사회로 이끄는 기반으로 본다.
3. 해원과 인존공사
「머리를 긁으면 몸이 움직이는 것과 같이 인류의 기록의 시작이고 원의 역사의 첫 장인 단주의 원을 풀면 그로부터 수천년 쌓인 원의 마디와 고가 풀리리라. 단주가 불초하다 하여 요가 순에게 두딸을 주고 천하를 전하니 단주는 원을 품고 순을 창오에서 붕케하고 두 왕비를 소상강에 빠져 죽게 하였도다. 이로부터 원의 뿌리가 세상에 박히고 세대의 추이에 따라 원의 종자가 퍼지고 퍼져서 이제는 천지에 가득차서 인간이 파멸하게 되었느니라. 그러므로 인간을 파멸에서 건지려면 해원공사를 행하여야 하느니라」(공사3-4) 장병길 교수는 이 구절을 통해, 단주의 원의 본성은 단주 스스로가 황위에 오르고 싶다는 욕망이 차단되어 일어나는 분노이나, 단주가 세 사람에게 행한 것처럼 견딜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힌 반격이라고 언급한다. 또 단주의 반격행동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원이 계획적인 보복을 안고 있음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원은 욕망이 차단 된 데서부터 시작하여 보복→반격→보상→욕망충족이란 방향에로의 행동을 동반한다고 본다. 또한 이 구절에서 원이 천지에 가득하다는 뜻은, 인간사회에서 발생 전개되는 원이 천지에 옮겨 펼쳐지기 때문에 세대의 추이에 따라 원의 종자가 퍼지고 퍼져서 천지에도 원이 퍼진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래서 인간이 욕망을 채우지 못하면 그로 인한 원이 쌓이고 맺혀 천지도 욕망을 채우지 못하며 이로 인하여 삼계(天地人)는 원한이 가득차 상도를 잃고 말았다고 본다. 상제께서는 이와 같은 사실중의 하나를 아래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天用雨露則必有萬方之怨 地用水上之薄則必有萬物之怨 人用德 化之薄則必有萬事之怨 天用地用人用統在於心(천용우로칙필유만방지원 지용수상지박칙필유만물지원 인용덕 화지박칙필유만사지원 천용지용인용통재어심)--중략
吾心之樞機門戶道 大於天地(오심지추기문호도 대어천지) (행록3-44)
한편 상제께서는 「이후로는 천지가 성공하는 때라 서신이 사명하여 만유를 제재하므로 모든 이치를 모아 크게 이루나니 이것이 곧 개벽이니라.」(예시30)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천지가 성공하는 때라 함은 욕망을 보복, 반격으로 채운 천지가 공욕(公慾)으로써 해원하는 것을 의미 한다고 본다.
여기서 공욕이라함은 상도를 잃지 아니하고서 하늘은 하늘의 구실을 다하고 땅은 땅의 구실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것이 곧 개벽이다. 예를 들자면 명부의 착란에 따라 온 세상이 착란하였고. 지기가 통일되지 못함으로 인하여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류가 제각기 사상에 엇갈려 반목 쟁투하는 것은 욕망을 채우지 못한 천지가 보복, 반격의 보상으로서 인간사회에 미치는 영향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상제께서는 신도로서 명부공사와 지벽공사를 행하시어 천지로 하여금 공욕으로써 욕망을 채우게끔 하였던 것이다.
결국 천지에 쌓인 원의 시발점은 인간인 단주에게서 비롯되고 그 종자가 퍼져 천지에 원이 가득하게 되었기 때문에 상제께서는 이러한 원을 해소하고 상생의 장을 열기 위해 인간을 높이고 인간을 존귀케 하는 인존공사를 하시게 된 것이라고 본다.
4. 인존의 조건과 후천선경
인존공사란 말 그대로 인간을 존중하는 공사이며 그러기위해서는 주체적・객체적 조건이 충족되어져야 한다고 본다. 즉 「인존」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인간이 주체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는 것이며, 또한 객체적인 환경의 조성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 양자의 조건이 충족되어 졌을 때 후천선경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여기서는 「인존」을 위한 주체적・객체적 조건들을 상제님의 말씀을 통해서 정리해 보고자하며 단, 객체적 조건은 후천의 환경과 구별하지 않고 동일시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주체적 조건
우선, 여기에 선택된 전경상의 구절들이 꼭 「인존」에 국한시켜 해석되어 지는 것을 아님을 밝혀둔다.
「지금은 해원시대니라. 양반을 찾아 반상의 구별을 가리는 것은 그 선령의 뼈를 깎는 것과 같고 망하는 기운이 따르나니라. 그러므로 양반의 인습을 속히 버리고 천인을 우대하여야 척이 풀려 빨리 좋은 시대가 오리라」(교법1-29) 이 구절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인습이나 폐습 등을 따져 상대를 천대한다면 거기서 척이 계속 쌓여 결국 인존시대는 요원(遙遠)하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그러므로 「인존」을 위해서는 우선 신명이 인간을 받드는 것은 차치(且置)하고라도 인간이 인간을 서로 존중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 마음을 부지런히하라.」(교법2-56)
「・・・너희들도 지성을 다하여 수련을 쌓으면 모든 일이 뜻대로 되리라」(권지2-35)
이 두 구절에서는 앞으로 이루어질 인존시대를 위해서는 이간이 스스로 마음을 닦고 지성을 다해 수련을 함으로써 「인존시대」의 주역인 주체적 인간이 됨을 나타내 주고 있다.
그러므로 「인존시대」를 누릴 수 있는 복은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은 아니며 그 시대의 인간으로서 갖추어야할 전제조건이 되는 심신의 수련과 끊임없는 정성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자가 닦은 공덕에 따라 앉을자리에 앉혀서 신명으로 하여금 각자의 옷과 밥을 마련하게 하리라. 못 앉을 자리에 앉는 자는 신명들이 그 목을 끌어내리라」(교법3-44) 「・・・자리를 탐내지 말며 편벽된 처사를 삼가고 덕 닦기를 힘쓰고 마음을 올바르게 가지라. 신명들이 자리를 정하여 서로 받들어 앉히리라」(교법1-29)
이 말씀들은 신명에게 대접받는 「인존」으로서의 자격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다시 말해 각자의 닦은 바의 공덕과 온전한 처사와 올바른 마음을 가졌을 때 신명도 그 응당한 대접과 존중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몇 구절을 통해 인간이 갖추어야 할 주체적 조건을 살펴보았다. 물론 이외에도 많은 관련구절이 있지만 생략하기로 한다.
(2) 객체적 조건
「묵은 하늘은 사람을 죽이는 공사만 보고 있었도다. 이 후에 일용백물이 모두 핍절하여 살아 나갈 수 없게 되리니 이제 뜯어 고치지…」(공사1-11). 여기서는 묵은 하늘이 사람을 오히려 죽이는 공사만 보고 있음을 상제께서 살피시고 이를 뜯어고쳐 하늘이 가활만민(可活萬民), 인간존중을 할 수 있도록 하신 것이다.
「지기가 통일되지 못함으로 인하여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은 제각기 사상이 엇갈려 제각기 생각하며 반목쟁투하느니라 이를 없애려면 해원으로써 만고의 신명을 조화하고 천지의 도수를 조정하여야 하고 이것이 이룩되면 천지는 개벽되고 선경이 세워지리라」(공사3-5). 이것은 땅의 기운이 통일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인간의 상극상을 상제께서 지지통일, 신명조화, 천지도수 조정 등으로써 해소하여 인간이 「인존」의 객체적 토대를 마련하신 것이다.
「후천에는 또 천하가 한집안이 되어 위무와 형벌을 쓰지 않고도 조화로써 창생을 법리에 맞도록 다스리리라. …백성은 원울과 탐음의 모든 번뇌가 없을 것이며 병들어 괴롭고 죽어 장사하는 것을 면하여 불로불사하며 빈부의 차별이 없고 마음대로 왕래하고 하늘이 낮아서 오르고 내리는 것이 뜻대로 되며 지혜가 밝아져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시방세계에 통달하고 세상에 수・화・풍의 삼재가 없어져서 상서가 무르녹는 지상 선경으로 화하리라」(예시81). 이 구절에서 우리는 상제께서 인간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셨는지 알 수 있으며 이는 곧 인간이 고통과 번뇌를 떠나 복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신 종합적 조건인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객관적 조건은 「인존」시대를 열기위해 상제께서 천・지・인 삼계의 제반 문제점을 해결하신데서 비롯된 것이며 곧 인간을 구하고자 하시는 상제님의 마음인 것이다.
5. 맺음말
지금까지 「인존」의 의의와 해원과 인존공사와의 관계 인존의 조건과 후천선경 등에 관해서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결국 「인존」이란 상제께서 인간을 구하고자 하신 마음과 그 권능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에 대한 덕화이며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제반 환경과의 조화를 통해 인간을 존귀케 하는 개벽적 조치로 이루어진 하나의 새로운 당위성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존」의 주체이자 「인존시대」의 주인공인 인간은 「인존」을 위한 주체적 조건을 완성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