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참사 수습과 관련한 아이티의 안타까운 소식이 아직도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다시 한번 이러한 역경과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나라와 많은 분들의 성원과 노력뿐 아니라 민관 공동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난 금요일 청계천에서 열린 사진전 개막식이 더욱 뜻깊었습니다. 바로 미국대사관이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손잡고 주최한 한미 양국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첫선을 보이는 자리였습니다. 이번 사진전은 1960, 70년대 한국에서 활동한 미국 평화봉사단원들이 찍은 사진과 KOICA 자원봉사자들이 최근 몇년 동안 전세계에서 활동하며 담은 사진을 나란히 전시하는 의미있는 행사인데요.
주한미국대사관-KOICA 사진전 개막식에서 다함께 리본 커팅을 하며 (2010년 1월 22일)
미국의 평화봉사단은 1961년 3월 1일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력 양성을 위한 시급한 과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창설하였습니다. 지금까지 19만명 이상의 평화봉사단원이 139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였으며 아직까지도 과거 바르샤바 조약 기구 회원국과 구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를 비롯해 70여개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답니다.
1961년 평화봉사단 창설일에 케네디 대통령은 “평화봉사단을 자극제로 삼아 이들 국가가 자국민의 열의, 에너지, 능력을 모아 우리의 평화봉사단과 비슷한 활동을 통해 모든 인류의 복지 증진과 국가간 이해를 강화하는 노력에 물꼬를 틀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이야말로 케네디 대통령의 이러한 꿈을 완벽히 실현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화봉사단을 받은 국가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해외로 자원봉사자를 파견하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KOICA는 매년 41개가 넘는 국가에 300여명의 봉사자를 파견하고 있으며 창설 이후 18년 동안 70개국을 지원하였습니다. 또한 KOICA는 단숨에 전세계에서 세번째로 자원봉사자를 많이 파견하는 기관으로 발전했으며 지금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1966년부터 1981년까지 미 평화봉사단의 한국 활동과 1991년부터 현재까지 KOICA의 해외활동에 담긴 가슴 훈훈한 이야기와 양국이 공유하는 봉사활동의 정신이 전시된 사진 속에 고스란히 녹아 청계천을 흐르는 물에 흘러가는 듯합니다.
물론 이번 사진전의 핵심 주제는 자원봉사활동이지만 사진을 통해 한국의 놀라운 성장과 발전상도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1966년과 81년 사이 약 2000명의 평화봉사단원이 한국에서 활동을 했는데요, 저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을 처음 찾은 우리가 본 당시 한국의 모습은 지금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것이죠. 제가 75년에서 77년까지 2년 동안 처음 한국 생활을 할 때 제 눈으로 직접 그러한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새마을 운동으로 초가지붕이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고 산간벽지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던 일,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도시화, 산업화 되어가던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당시 한국에서 근무하던 미국 평화봉사단원은 의료 지원, 직업 훈련, 영어 교육 등을 맡아 한국을 도왔습니다. 오늘날, 한국 자원봉사자들도 전세계 각지에서 비슷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지진 참사가 발생한 아이티에도 KOICA는 35명으로 구성된 긴급구조팀을 파견하기도 했지요. 양국의 자원봉사자 모두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낯선 문화 속에 살고 일하면서 새로운 세계관을 이해하게 되고 그로 인해 인생이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청계천변에 전시된 사진들
지난 금요일 리본 커팅식 참석차 광화문 대사관에서 청계천으로 걸어가면서 살을 에는 찬바람에 1970년대 저의 첫 한국 생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의 매서운 겨울 나기였거든요. 하지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귀빈들이 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라진구 서울 부시장, 유지은 KOICA 이사, 서울 중구 지역구를 대표하는 나경원 의원, 어윤대 국가 브랜드 위원회 위원장을 비롯, 각국 대사와 외교관, 그리고 과거 평화봉사단과 KOICA를 통해 활동했던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해주셨습니다. 외교 사절 중에는 해외 봉사단 파견 국가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등 외국 봉사단을 받는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관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습니다.
전시된 사진을 둘러보며 KOICA 해외 자원봉사활동을 했던 분들과 담소를 나누었는데요, 그 중에는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했던 이수진씨도 있었습니다. 수진씨는 지난 11월 오바마 대통령 방한 때 미리 선보인 사진전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인도네시아어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무척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때 수진씨는 한참 구직중이었는데 이제 해외 봉사활동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다고 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또 탄자니아 봉사활동 사진의 주인공도 만나보았습니다. 스와힐리어를 익히고 문화가 다른 곳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함께 이야기하였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해 축하해주셨답니다.
사진전 개막행사에 참석한 분 중에는 따님이 아이티에 평화봉사단원으로 활동했던 분도 있었는데요. 그녀는 지진 발생 후 아이티 상황을 전해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티로 날아가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KOICA든 평화봉사단원이든 봉사의 경험은 평생 동안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는 과거 평화봉사단으로 활동했던 많은 분들이 외교관으로 일하고 있거나 그 외 자신의 해외 봉사경험을 발휘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 주한미국대사관에도 과거 봉사자로 활동한 분들이 꽤 있는데요, 말리, 모로코, 과테말라, 네팔, 그리고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랍니다.
이번 사진전은 2월 4일까지 청계천에서 열리며 이후 2월 8일 인천을 시작으로 한국 내 여러 곳에서 순회 전시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도 꼭 와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맛보기로 청계천에 전시중인 사진 몇점을 공개합니다. 즐겁게 감상하세요!
옛 제자들 몇명과 찍은 사진입니다. 저는 우측 상단에 있고요. 충청남도 예산 (1976년)
Hibre Fire 초등학교 과학/미술 수업 장면, 에티오피아 (2007년) – KOICA 사진 제공
“머리, 어깨, 무릎, 발” 노래를 배우고 있는 영어 수업 시간
대성 남자중학교, 경상북도 대구 (1973년) – Friends of Korea 사진 제공
의료 캠페인 활동, 페루 (2007년) – KOICA 사진 제공
평화봉사단원들은 한국 문화에 대해 더 알아가는 것 또한 즐거워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가수 양희은에게 한국 포크송을 배우고 있는 사진이네요. 강원도 춘천 (1973년) – Friends of Korea 사진 제공
첫댓글 귀한 사진 공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당. 흑백 사진속의 사람들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요즘 몸이 아파서 우울한데 대사님 글과 사진들을 보고 에너지가 생기네요. ^^ 나경원 의원은 워낙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적인 스타입니당. 그 분이 나오는 티비 토론도 많이 봤구요. 원희룡 의원과 서울 법대 동기라고 하더군요. 퀸카로 유명했다던데 지금은 금뱃지를 달고 계시죠. 나씨 성이 한자로 보면 그물로 새를 잡는다는 뜻이 있기 때문에 산 새인 저는 그분을 경계할 수밖에 없습니당.ㅋㅋㅋㅋㅋ 참고로 저는 봉사를 김치만큼 싫어합니당.
참으로 마음의 고향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늘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포용해주는 어머님 같은 따듯한 마음을 느낍니다. 대사님이 1970년대의 평화봉사단원으로 활동했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서점으로 갔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의 우리의 생활상을 엿볼수있다는 사실에 늘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꼭 책을 읽고 싶었는데 말이죠...아직 청계천을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지만 귀한 사진이 전시됐다니 꼭 방문해보고 싶습니다.아무튼 귀한 사진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청계천은 2월4일까지이네요. 혹시 광주는 언제쯤 전시가 되는지요?
블로그에 올린 옛사진들을 좋아하셨다니 다행이네요. rich님이 찾고자 하신 책은 “Through Our Eyes: Peace Corps in Korea 1966-1981”인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평화봉사단원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며 찍은 사진들을 기반으로 만든 책이죠. 제가 찍은 사진 몇 장도 들어가 있습니다. 보실 기회가 있으시다면 나중에 어땠는지 알려주세요. 광주에는 4월초에 전시가 될 예정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1976년도에, 충청남도 예산에서 제자들과 함께 하신 대사님의 모습 참 아름답습니다.
귀경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당시 평화봉사 단원들의 글과 활동사진을 보고 나니까, 힘들고 어린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 회상은 아름답고 달콤한 이미지로 떠 올랐답니다. 또한 그 시절의 끈끈한 정(情) 이 그리웠습니다. 또 한가지 제가 잊지 못할 사실은 당시 평화봉사단으로 활동한 많은 분들의 땀과 노력과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구 반대편의 머나먼 동방의 나라 ,코리아! 대학을 갓 졸업하고 젊음과 열정 하나로 어려운 나라를 도우려 오셨던 많은 분들의 고상의 뜾을 깊이 간직하겠습니다.그 분들은 실로 우리 사회 각 분야에 커다란 공헌을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