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식 단출, 빈약한 베트남 태권도 실상 드러나
한국대표팀 종합우승, 여자개인전 金 놓쳐 아쉬워
강신철 이란 기술위원장 “이란 품새 선수 1천명”
 |
베트남 시니어 품새대표선수들이 음악에 맞춰 공연을 하고 있다. |
|
|
5월 4일 베트남 호치민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주니어태권도대회(겨루기 6회-품새 1회) 개막식은 단출했다. 이날 오후3시, 10세 미만의 태권도 유급자 수련생들이 참가국의 국기가 그려져 있는 피켓을 들고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개회식이 시작됐다.
이대순 아시아태권도연맹 회장과 베트남태권도협회 회장의 인사말이 끝난 뒤 유급자 수련생들이 주축이 된 시범단이 태권도 수련을 하는 목적과 태권도 기본동작을 간략히 선보였다.
곧 이어 베트남 시니어 품새선수들이 공연을 했다. 남녀 10여 명이 사뭇 진지한 자세로 품새를 하고 경쾌한 음악에 맞춰 율동을 선보였는데, 태권체조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품새복을 입고 에어로빅을 하는 것인지 모호했다. 대회 준비와 진행도 어설퍼 국제규모 대회라고 하기엔 부족한 것이 많았다.
이런 광경을 현자에서 보면서 베트남 태권도의 실상과 수준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중고연맹의 한 임원은 "서울 구지회 대회보다 못하다"고 혹평했다.
2001년부터 하노이에서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는 이명식(50) 사범은 “현재 베트남은 남부에 있는 호치민과 북부에 있는 하노이 간에 경쟁이 치열하다”며 “베트남태권도협회가 호치민에 있어 하노이에 있는 나는 대회조직위원회에 임원으로 되어 있지만 할 일이 없다. 2-3명에 의해 좌지우지 되다보니 대회 준비와 진행이 두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주의인 베트남의 특성상 베트남태권도협회의 권한이 막강하다고 설명하면서 “베트남태권도협회장 명의로 단증이 발급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뒷거래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기원 단증을 취득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말 속에는 국기원이 중국과 인도처럼 베트남도 전략적으로 공략해 국기원 단증을 세계화해야 한다는 뜻도 담겨져 있었다.
 |
조정원 WTF 총재가 한국 품새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
|
|
5월 4일 16개국 99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아시아주니어품새대회에서 한국은 종합우승을 했다. 남녀 각 개인전 및 단체전, 남녀 복식 등 5개 종목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삼았지만 금메달 3개, 은메달과 동메달 각 1개를 획득했다.
여자개인전에 출전한 양은선은 이란 선수들에 발목이 잡혀 은메달에 머물렀다. 이것을 놓고 한국팀은 “예선 1위로 결선에 진출해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심판들의 애매한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품새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회식자리에서 이봉섭 중고연맹 사무국장과 임원들은 양은선 선수를 가리키며 “네가 1위”이라며 위로 섞인 격려를 했다.
이날 밤 기자들과 마주 앉은 김태선 한국대표팀 단장(인천협회 부회장)은 “도장에서 아이들에게 품새를 가르쳐 봤기 때문에 나도 품새에 관심이 많다”며 “허갑철 감독을 비롯한 코치들이 우승에 대한 집념이 강했다.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 호텔 로비 옆에 있는 공간에서 집기를 치우고 품새 훈련을 시켰다”고 말했다.
 |
이란 품새선수들을 지도한 강신철 이란태권도협회 기술위원장(오른쪽)이 금메달을 획득한 이란 여자품새선수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
중동의 태권도 강국 이란의 품새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겨루기에 치중했던 이란은 7면 전부터 품새 선수들을 집중 육성해 왔다. 이번 대회에서 이란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해 태국과 중국을 제치고 종합 2위를 했다.
이처럼 이란이 품새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는 강신철 이란태권도협회 기술위원장의 역할이 컸다. 강 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란올림픽위원회와 3개월 계약을 체결해 이란 선수들에게 품새를 지도했다.
5월 4일 품새대회 시상식을 앞두고 그를 만났다. 강 위원장은 자신의 지도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란도 (초창기) 한국처럼 심판의 자녀나 심판에게 품새를 배운 선수들이 1, 2위를 하는 등 부조리가 많았다. 그래서 5위 안에 들어가는 못한 선수들 중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불러 테스트를 하고 실력이 있으면 선수촌에서 함께 훈련했다. 하루 반나절만 가르치면 옥석을 가려낼 수 있다.”
강 위원장은 이란의 품새 발전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품새는 겨루기와 달리 나이제한이 없어 현재 품새 선수층만 1천 여 명이라고 했다.
한편 5일에는 시니어품새대회가 열리고, 6일부터 8일까지 주니어겨루기대회, 9일부터 11일까지 시니어겨루기대회가 각각 열린다.
<서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