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부터 개는 그 영리함과 충성심으로 인간과 가장 친한 반려동물로 자리해 왔다. 개는 용감하고 의리있는 동물의 대명사로서 비겁하고 신의를 저버리는 인간과 곧잘 비교되기도 하며, 또 자신의 목숨을 던져 주인의 목숨을 구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을 실천한 견공(犬公)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동서고금을 통해서 전해오고 있다. 그 만큼 개는 인간과 함께 생활했고, 사랑을 받아왔던 동물이다. 과거 마당 한구석에서 먹다 남은 밥을 먹으며 집을 지키던 것이 이제는 주인과 같이 자고 밥을 먹는 수준으로까지 인간과의 관계가 발전하였고,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완견을 예쁘게 가꾸고 건강을 관리하는 데에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고 있다. 또 이러한 경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개는 전신이 털로 덮여 있고, 맨발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매우 더러워질 수 있고 냄새도 난다. 따라서 실내에서 키우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마다 씻어주고 털을 깍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일은 힘들고 기술적으로도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가 직업으로서 등장하게 되었다. 개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갖고 개의 미용과 청결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바로 애견미용사(트리머, Trimmer)이다. 이들은 애견전문 미용실을 경영하거나 애완견 전문점(Pet Shop) 혹은 동물병원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애완견 전문점에서는 애견 미용을 포함하여 강아지 판매와 애완견용품 판매를 함께 하고 있으며, 동물병원(주로 도시의 소동물병원)에서는 개나 고양이 등 소(小)동물에 대한 의료행위 외에도 애견미용을 겸업하고 있다. 작업 순서를 보면, 우선 고객이 개를 데리고 오면 애견미용사는 고객과 개의 커트 모양에 대해서 상담을 하면서 작업 방식을 정한다.
그런 후에 마스크와 앞치마를 착용하고서 개의 털이 엉켜있는지 혹은 피부병으로 털이 빠져있는지 등 털상태와 건강상태를 확인한다. 건강상태가 나쁘거나 병이 있는 경우에는 고객에게 알려주어서 수의사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한다. 이렇게 기본적인 개의 상태를 확인했으면 털을 가지런히 빗고, 개의 발바닥과 발등, 항문 주위, 배 부위를 클리퍼(털깍기용 전기기계)로 짧게 깍는 클리핑 작업을 한다.
특히, 푸들인 경우에는 입 주위와 꼬리도 클리핑 작업을 한다. 다음으로 털이 긴 개는 털을 고르게 빗질하고, 목욕을 시킨다. 개를 목욕통 안에 넣고, 따뜻한 물로 털을 적신 후에 샴푸로 감겨 준다. 그리고 린스로 다시 한번 감겨서 털을 부드럽게 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잘 닦은 후에 드라이기로 털을 충분히 말린다. 그리고 귀청소를 하고 발톱을 깍는다. 털이 긴 개는 트리밍(Trimming)작업을 한다.
트리밍은 견종(犬種)의 특성과 각 개의 개별적 특성에 맞게 미용을 고려하여 가위와 빗을 사용하여 털을 잘라주는 것이다. 이때 애견 미용사는 개 주인이 원하는 커트 모양을 바탕으로 자신의 감각과 기술을 발휘한다. 이러한 커팅 기법에는 털만 제거하는 스포팅, 머리, 꼬리, 다리의 끝부분의 털만을 남기고 깍는 서머마이애미, 허리와 목 부분의 털만을 깍는 로열터치 등 기본커트 방법만도 10여 가지가 된다.
허리가 길거나 다리가 짧은 혹은 등이 굽는 등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서 몸의 각 부분의 균형을 고려하여 잘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 작업으로 털을 잘 털고 빗질을 한다. 앞서 설명한 전체 작업과정을 구루밍(Grooming)이라 하고, 총 2시간 정도 걸린다. 작은 개를 맡으면 혼자서 일을 할 수 있지만, 성질이 사나운 개나 몸집이 큰 개를 대상으로 작업할 경우에는 2명이 한 팀이 되어 일을 한다. 애견 미용사는 간혹 고양이를 손질하기도 하는데 고양이의 경우에는 커트 일은 없고, 털을 빗거나 씻는 일만 한다.
작업환경
애견미용사는 환경이 양호한 실내에서 일한다. 이들은 작업 중에 마스크와 앞치마를 착용하고, 한번 작업을 시작하면 보통 2시간 정도 서서 일을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앉아서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사람의 머리를 담당하는 이·미용사처럼 어깨나 허리에 통증을 경험하기도 하고, 작업 중에 개의 성격에 따라서는 물거나 할퀴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다.
고객이 이른 아침이나 저녁 늦게 방문하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에 근무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교육훈련 및 자격
애견미용사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학력이나 자격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동물병원이나 애완견 전문점에서는 애견미용 전문학원을 졸업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다. 물론 현재, 애견 미용사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격증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점차 업체와 고객들이 자격증 소유자를 원하므로 애견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필수로 될 것이다. 자격증은 국가공인자격은 없고, 민간단체인 한국애완동물보호협회와 한국애견협회에서 각각 [공인 트리머]와 [공인 애견미용사]라는 민간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두 자격증에는 1·2·3급과 교사, 사범의 등급이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전문학원에서 6개월 내지 1년 정도의 과정을 이수하고 3급 애견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또 일정 기간 경력을 쌓은 후에 2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이렇게 경력과 다음 상위 자격증을 취득하여 최종적으로 사범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학원에서는 실습을 위주로 구루밍의 이론과 실제, 핸들러의 이론과 실제, 컷트의 기초, 애견미용학, 피부미용관리학, 공중위생학, 개의 질병과 이해, 응급처치학, 개의 종류 및 연혁·용도, 견학(犬學), 견종표준학, 동물심리학, 애완동물상품학, 펫숍(Pet Shop)의 경영관리, 전람회의 출전요령 등을 가르치고 있다.
애완미용을 배우려는 사람은 개를 좋아하고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가 유리하며, 학원 학생들은 6개월이나 1년 동안 실습위주의 교육을 받기 때문에 취업을 하면, 곧바로 실전에 임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된다. 이들은 전람회의 쇼커트(show cut)를 할 수 있는 정도면 실력을 인정받게 된다. 간혹 사람의 헤어(hair)를 취급하는 미용사가 애견미용사로 전직하는 경우도 있고, 애견미용사 중에는 개 조련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고용현황
대부분의 애견미용사는 동물병원과 애완견 전문점(Pet Shop)에 취업하거나 애견미용실을 자영한다. 또 해외 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애견미용사의 총인원은 자격증 없이 활동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자격증 취득 현황을 보면, 1999년 현재, (사)한국애완동물보호협회에서 발급하고 있는「공인 트리머」자격 취득자수는 사범이 8명, 교사가 9명, 1급 자격자가 81명, 2급 자격자가 463명, 3급 자격자가 643명이며, (재)한국애견협회에서 발급하고 있는「공인 애견미용사」자격 취득자수는 사범이 10명, 1급 자격자가 48명, 2급 자격자가 158명, 3급 자격자가 309명이다. 두 자격증의 취득자 총수는 1,729명이다.
현재 활동중인 애견미용사는 20대 중·후반의 여성들이 많고, 남녀 비율도 2대 8로 여성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애견 미용을 배우려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임금
동물병원이나 애견 전문점에 취업하는 애견미용사의 초임 수준은 일반적으로 1급이 150만원 정도, 2급이 100만원 정도, 3급이 70만원 정도이다. 개인 자영을 하면 본인의 노력에 따라서는 월 200만원 정도의 순수입도 올릴 수 있다.
임금 형태는 월급제인 경우도 있고, 기본급에 개 마리수에 따라 일정 비율의 성과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업체에서는 마리당 2∼2.5만원 정도의 비용을 받고, 큰개인 경우에는 3만원 정도의 비용을 받고 있다.
직업전망
애견미용사의 고용은 향후 5년간 증가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애견미용기술은 198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일본에서 도입되었고, 애견 관련산업도 경제성장과 생활 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성장하여 왔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에는 애견관련 시장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애견 미용은 2∼3개월 주기로 받아야 하고 자신의 애완견에게 애견미용 서비스를 한번 해주기 시작한 고객은 그후로도 서비스를 계속 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경기 하락에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애견미용업은 아직 일본의 1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작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이고, 시장규모의 성장에 비해서 아직은 애견미용사의 수가 적기 때문에 인력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