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첸잇사(Chichen Itza)와 칸쿤(Cancun)
멕시코 남부, 유카탄반도의 한가운데에 있는 치첸잇사(Chichen Itza)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마야 유적지로‘잇사의 우물입구(Chi:입구,chen:우물,Itza:부족이름)’라는 뜻이라고 한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치첸잇사는 6세기경 마야인들이 남긴 유적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동록 되었다.
이곳 밀림지역은 석회암 지대로 지표면을 흐르는 강이나 시냇물이 거의 없고 지표면 7~8m 아래로 물이 흐른다. 물이 귀한 관계로 이런 우물이 있는 곳에 도시가 형성되었다고 하는데 이곳에는 당시의 우물(Cenote:마야어)이 있다. 우물은 지름이 10m 정도로 상당히 넓고 깊어보였으며 이 속에서 당시 제물로 바쳐졌던 10대 소녀 인골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 뼈와 금은 장신구 등 유물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치첸잇사는 상당히 넓은 지역에 건물유적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꽤 큰 도시였음을 알 수 있는데 유적의 한가운데 쯤에 쿠쿨칸 피라미드(El Castillo/Pyramid of Kukulcan)가 우뚝 솟아있다. 사면을 따라 꼭대기까지 각각 91계단, 모두 합치면 364계단이고, 맨 위의 제단(Central Platform)을 합치면 365계단으로 태양력 1년을 나타낸다고 하는 그 유명한 피라미드로 전체 높이는 25m이다.
피라미드를 오르는 계단 입구에는 입을 벌린 커다란 뱀의 머리조각이 있는데 춘분과 추분 때면 계단에 그림자를 드리워 뱀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형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마야인들은 이 뱀을 깃털달린 신성한 뱀‘쿠쿨칸(Kukulcan)’으로 불렀고 아즈텍인들은 '케찰코아틀(Quezalcoatl)’이라 불렀는데 자신들을 구원하러 온다고 믿었다고 한다.
치첸잇사 유적 입구 / 입 벌린 뱀의 머리 / 치첸잇사 유적 일각
그 밖에도 4개의 볼 경기장(Ball Court), 전사의 신전1(Temple of the Warriors), 해골의 신전(Temple of the Skulls), 재규어 시전(Temple of Jaguars), 신관의 무덤(Tomb of the high Priest), 사슴의 신전(Temple of the Deer), 조각(彫刻)과 판넬의 신전(Temple of the Sculptured Panels), 달의 건축(Edifice of the Nuns), 독수리의 단(Platform of the Eagles) 등이 산재되어 있는데 아쉽게도 내부를 공개하지 않는다.
나중 칸쿤의 쉬카렛(Xcaret)에서 실제로 경기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던 마야의 볼 경기는 상당히 높은 벽면에 설치된 둥근 구멍으로 공을 쳐서 통과시키는 경기로 손이나 발을 사용해서는 안되고 허리와 엉덩이로 공을 쳐서 넣는 꽤 복잡한 경기였는데 경기에 이긴 편 주장의 머리와 심장을 태양신께 바쳤고, 그것을 가장 큰 영광으로 여겼다는 섬뜩한 경기이다.
또 독수리의 단(Platform of the Eagles)은 희생자의 살아있는 심장을 꺼내서 올려놓으면 독수리와 재규어가 와서 먹었다는 자그마한 석조제단(石造祭壇)이다.
유카탄 반도 끝에 있는 세계적 휴양지 칸쿤(Cancun)은 아름다운 해변과 한겨울에도 수영할 수 있는 온화한 날씨, 쾌적한 휴양시설 등으로 미국인은 물론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멕시코 중부 서해안의 아카풀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휴양지이다.
인구 60만 정도인 칸쿤은 해변 쪽에 있는 몇 개의 작은 산호섬들을 연결하여 생겨난 거대한 초호(礁湖)인 니춥테 호수(Lagoon Nichupte)가 형성되었는데 그 23km의 호수주변 환상(環狀)연결로인 쿠쿨칸 대로(Kukulcan Avenue)는 야자수와 망고나무 가로수로 단장되어 시원스레 뻗어있고, 도로변으로는 엄청난 규모의 리조트시설과 호텔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치첸잇사에서 칸쿤까지는 대략 200km정도..
칸쿤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활용하여 멕시코 정부가 개발한 휴양지로 가는 곳마다 흰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 사시사철 수영을 즐길 수 있고, 또 멋진 리조트 시설이 들어찬 자그마한 여성의 섬(Isla Mujeres/Island of Woman), 조금 남쪽에 있는 제법 큰 섬인 코즈멜(Isla Cozmel)도 기막힌 풍광과 휴양시설을 자랑한다.
산호섬을 연결하여 생긴 호수 니춥테 / 요시다 하우스의 저녁시간 일본아가씨 노래
일본인이 경영하는 도미토리인‘요시다(吉田) 하우스’에 숙소를 정했는데 1박에 100페소(9달러)로 상상외로 싸다. 이 숙소는 큰 방에 침대를 여러 개 들여놓고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잘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남녀 따로 화장실이 있는 것은 물론, 샤워실, 세탁실(세탁기 1회 사용 25페소), 공동 취사실이 있고 아침 식사로 식빵과 버터가 무료로 제공된다. 대신 위치는 별로 좋지 않아서 관광을 나가려면 버스를 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세계적인 휴양지임을 감안할 때 매우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또 휴게실에는 여행에 관한 각종 도서는 물론, 여행자들이 기록으로 남긴 각종 여행정보들도 많이 비치하고 있다.
낮에는 각자 스케줄에 따라 관광을 하다가 저녁에는 다시 모여 여행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와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며 담소를 나누었는데 일본 오끼나와 출신으로 클럽에서 노래를 했다는 20대 후반의 아가씨는 가지고 온 류트(우쿠레레)에 맞추어 멜랑꼴릭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서 박수를 받았다. 또 아침이 되면 모두들 식당(취사실)에 모여 각자 준비한 아침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무헤레스(Mujeres/여성의 섬) 섬에서 보낸 하루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칸쿤 부두에서 크루즈를 타면 50분 걸리고 배삯은 70페소이다. 이곳의 바다 빛깔은 정말 에메랄드 빛깔이라 해야할지 이루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해변은 운치있게 볏짚으로 지붕을 씌운 파라솔들이 들어차 있고 잔잔하고 따뜻한 바다와 백사장은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여성 관광객 중에는 상반신을 완전히 벗어 버리고 상반신 누드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노클링을 쓰고 다리 밑을 들어가 보았는데 붉고 푸른 열대어들이 엄청나게 많이 모여 있어 손을 뻗으면 바로 잡을 수 있을 정도이고 어떤 것은 무척 큰 것도 있다. 또 갈매기와 함께 앨버트로스(군함새)와 펠리컨도 섞여 나르고 있어서 무척 신비로웠다.
이 바다를 건너면 바로 쿠바와 자메이카인데 저만큼 보일 것만 같은 착각에 빠졌다. 서인도제도(西印度諸島), 카리브의 해적, 미스터리의 삼각해역(Miracle Triangle)이 바로 이곳이다.
바다에서 실컷 노닥거리다가 늦은 점심으로 탁 트인 야외 식당에서 바닷가재(Lobster) 요리를 시켰는데 살아서 꿈틀거리는 가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꺼내어 바로 요리를 한다. 바닷가재 요리는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사이드로 나오는 새우튀김도 푸짐했는데 특유의 향이 강한 멕시코 소스로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에메랄드빛 카리브해(무헤레스섬) / 노천식당의 랍스터
식당 한 옆에서는 80세쯤 되어 보이는 노인 두 분이 식사하는 내내 엄청나게 큰 마림바로 멕시코 노래를 연주하였는데 기막힌 앙상블을 이룬다. 베사메무초, 관타나메라 등 귀에 익숙한 곡도 연주하여 10페소를 통에 넣어 주었더니 노래를 해도 좋다고 하였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사양하였다. 맥주 2병 씩 곁들인 식사비는 일인당 180페소(만 8천원)로 관광지임을 감안할 때 터무니없이 싸다. 서울에서 이렇게 먹으려면 얼마를 내야할까....
돌아가는 배시간이 여유가 있어 식당에서 맥주를 홀짝거리며 시간을 보냈는데 바다로 떨어지는 저녁노을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워 사진으로 여러 컷 찍었고, 또 매우 가까이 펠리컨이 날아들고 앨버트로스도 무리지어 해안을 배회한다. 배를 타러 가는데 골목길에서 음악소리가 요란하여 들어가 보았더니 흡사 브라질 리우카니발을 연상시키는 현란한 옷차림의 무희들이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거리는 불빛으로 일렁거리고, 현란한 삼바 리듬에 맞춘 무희들의 율동이 환상적이었다.
카리브해의 저녁 놀 / 현란한 삼바리듬의 무희들(무헤레스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