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간 하늘을 뿌옇게 가리고 있던 황사가 잦아든 어제의 서울 하늘은 모처럼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꽃들은 만발하고, 바람은 살랑살랑...
활짝 갠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의 따사로움.
봄나들이 하고픈 유혹을 뿌리치고 이렇게 좋은 시절에 우리는 자제정사에서 모였다.
저번 달에 처음 참가한 직지와 푸르뫼 법우님이 이번에도 참석한다고 하고,
든든한 파인법우도 내리 3번째 동참한다 하고, 비비츄님이 새로이 함께 하겠다고 하니
출발 전부터 발걸음이 가볍고 맑은 날씨만큼이나 기분도 상쾌하였다.
김밥으로 요기를 하고 금정역에서 "앗싸! 비비츄" 님을 태운 후, 수원역으로 달려 직지 법우와 랑데부하고,
봄빛 완연한 들녘으로 질주한다.
일체유심조이련가, 마음이 그래서인지 차창 밖으로 스치는 모든 사물도 밝은 기운으로 다가온다.
산본이나 수원에서 30여분 거리에 있고, 서해안 고속도로 비봉 IC와 새롭게 잘 닦여져 고속도로나 다름없는
39번 국도 ??나들목에서 10여분 거리에 있어 비교적 교통도 좋은 편인 자제정사는
내가 보기에는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기에는 아주 제격인 곳이다.
하기야 10년 전 조계사청년회 시절에 처음 이곳과 봉사활동 인연을 맺을 때에
서울 및 수도권의 불교계 복지시설에 관한 정보를 나름대로 알아본 후,
서울에서의 이동성, 복지시설 운영자의 마인드나 순수성, 친절도, 우리가 주로 해야 할 봉사활동의 내용,
장래 비젼 등을 고려한 후 가장 적당한 곳으로 선택된 곳이 바로 이곳 자제정사이니,
우리 불가사 법우님들은 이곳과 인연 맺은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좋으리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이 곳에 머무는 동안 개인적으로 절친한 도반들에게 꼭 소개해 주고 싶고,
인연을 맺어주고 싶은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곳 자제정사이다.
지금 현재 "사회복지법인 자제공덕회"란 이름으로 새 출발을 모색하고 있는 이 곳은
현재 모시고 있는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몇 년 후면 치매 노인, 중증 장애자 등도 모실 예정이고,
세월이 훨씬 더 지난 후에는 청소년 수련원, 병원 등도 운영할 계획인지라,
봉사활동에 뜻이 있는 불자들로서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경험하실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 곳 복지법인을 이끄시는 분과 이곳 스님들의 마인드가
"정말 제대로 된 불교 사회복지사업 한 번 해 보자"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져 있고,
법인의 의사결정기구인 이사진에 사회복지학 공부를 하고 있는 교수님, 오랫동안 공직에서
사회복지분야 일을 하신 경험이 풍부한 행정실무가, 특히 자제정사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순수한 일반 평신도가 다수 이사진에 포함되어 있어, 제가 보기에는 지금 이대로, 이 마음 그대로 간다면,
몇 년 후에 우리나라 불교 사회복지시설 중에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시설이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다 우연히 이 곳 법인 운영에 조금 관여하게 된 저로서는,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들러리(?)만이 되지 않도록, 가능하면 이곳 복지법인 운영진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운영자와 봉사활동자 간에 인간적인 정이 흐르고,
혼연 일체가 되는 정말 모범적인 불교 복지단체로 발전해 가기를 간절히 희망해 보고 있기도 하고,
이런 의견을 이곳 이사진에 자주 개진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곳은 밭농사를 짓는 곳인지라 우리 법우님들로서는
부담스럽기도 할 금전적인 지원 이외에 노력봉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고,
생명의 모태인 흙을 밟으며, 자연과 함께 하면서, 땀을 흘리며 느끼는 노동의 가치나 생명에 대한 경외감
등의 감동은 아마도 남다르리라 생각하며, 마치 주말농장과도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인지라
아이들 등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최적의 봉사활동 장소이기도 할겁니다.
아무튼 답답한 회색빛 도시를 빠져 나와 싱그러운 봄들녘의 운치를 만끽하면서 자제정사에 도착하니,
잘 가꾸어진 정원에 핀 온갖 봄꽃들이 화사하게 웃으며 우리들을 반겨 주었다.
식당에 들러 모닝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자니 석천님과 푸르뫼 님이 도착하고,
연이어 무구 법우를 필두로 한 조계사청년회원들이 대거 몰려 왔으며, 오늘 할 일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우리들은 오전에는 고추 모종을 심을 두덕을 만들고 약과 비료를 뿌린 후 비닐을 씌우는 일과
저번 달에 심은 콩밭의 잡초를 제거하는 일을 하였고, 일부 여자 법우님들은 식당에서
점심 공양 준비 등의 부엌일을 도와 주었다.
오후에는 다시 밭으로 가서 잡초 제거와 새로 객토한 밭의 돌을 주워내는 작업을 하고,
일부 남자 법우들은 힘든 식당 대청소(천정 및 바닥, 유리창 등을 양잿물 등을 이용하여 닦는 일인데
한 번 해 보시면 장난 아닙니다. 특히 천장 닦을 때...)를 하였다.
우리집 아이들과 무록 법우, 가연 법우님의 아이들도 정원청소 한답시고 힘을 보탰구요.
물론 일하는 중간에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들이키며
부담없는 얘기와 정이 오고 가는 시간도 있었고(이 맛에 오는 사람도 아마 다수 있을걸요),
유채꽃이 활짝핀 밭과 자제정사 법당 앞 잔디 언덕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여유도 부려보았으며,
이번에는 먹을 복이 많은지 스님께서 주신 토마토와 바바나와 찰떡을 중참으로 먹기도 하고,
일이 끝난 후에는 식당에 모여 술떡과 수박을 먹기도 하였답니다(쌀가루를 막걸리로 발효시켜 만들었다는 술떡,
우리가 4월 순례시 능륜스님 토굴에서 먹었던 바로 그 떡이 왜그리 맛있는지 많이 먹었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 일을 시작하기 전에 법당에 들러 간단히 예경을 드린 후,
앞이 탁 트인 법당 앞 널찍한 잔디 위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따사한 봄볕을 만끽하며
노곤함에 빠져들어 보는 여유와 편안함도 아주 좋았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계사 청년회원들과 함께 가까운 곳인 수원 외곽에 있는 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에 들러 예경을 드리고, 마음을 여미는 시간도 가져 보았는데 아주 좋았답니다(부럽지요?).
이번 4월 봉사활동에 동참한 우리 회원님들은 저 명진과 연꽃 가족(4명), 무록 법우 가족(4명),
가연 법우 가족(4명), 푸르뫼, 석천, 비비츄, 무구, 직지, 파인, 심전심, 선일, 단상, 혜인,
강신근(공돌이), 해피, 서가네 법우로 아이들 6명을 포함하여 도합 25명이었고,
나머지 조계사 청년회 회원들까지 합치면 도합 약 40여명이 동참하는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아직도 창 밖에는 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네요.
언제인가 기억도 까마득한 옛날 학교 다닐 때 배웠던 "봄비"라는 시가 생각나는군요.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이 비를 자양분 삼아 자제정사의 들녘도 더욱 푸르른 싱그러운 향연이 펼쳐지겠지요.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
존경하는 우리 불가사 법우님들도
봄비를 맞고 왕성한 생명력으로 피어날 초록의 식물처럼
하시는 모든 일이 힘차게, 원만히 성취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무량향님도 개인적으로 봉사활동 하시는 것 잘 하시구요. 존경하옵는 하형님께서도 이번에 둥지 봉사활동 열심히 하셨다고 하시고... 우리 님들 모두 처처에서 불국정토를 가꾸는 첨병인지라 너무 흐뭇합니다. 꼭 자제정사가 아니더라도 인연있는 곳에서 인연 닿을때까지 우리 모두 열심히 합시다. ^*^
첫댓글 봉사모가 아무쪼록 활발해지길 바랍니다. ()
오늘 봄비까지 흠뻑 내려, 땀흘려 일한 밭에서 풍성한 결실을 맺을거 같습니다. 수고하신 법우님들께 박수를.ㅉㅉㅉㅉ
이번에두 불가사에서 많은 인원이 참여하게되어 흐믓한 마음입니다.앞으로도 잘되어야할텐데.....직접참여한분이나 마음으로 참석하신분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량향님도 개인적으로 봉사활동 하시는 것 잘 하시구요. 존경하옵는 하형님께서도 이번에 둥지 봉사활동 열심히 하셨다고 하시고... 우리 님들 모두 처처에서 불국정토를 가꾸는 첨병인지라 너무 흐뭇합니다. 꼭 자제정사가 아니더라도 인연있는 곳에서 인연 닿을때까지 우리 모두 열심히 합시다. ^*^
절집에서 울력하고 맛보는 '기정떡(남도에서는 술떡을 이렇게 부르며 주로 음식물이 쉬기 쉬운 여름철에만 해먹는 떡으로 예전에는 칡잎이나 연잎 등을 깔고서 찜)' 맛은 그만이지요.^^ 모두 모두 수고들 하셨습니다. ..()()..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가서 일하는 것보다 맛나는 것을 더 많이 먹고 왔네여... 집에 오니 몸은 약간 뻐근하구 마음은 가뿐한게 너무 좋구여 명진 법우님 항상 수원에서 카풀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우리 가족들이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모든분들 대단 하십니다. 제게도 기회를 주세요()()()
고생들 하셨습니다. 진한 흙내음과 봄향기 그리고...불국정토를 가꾸는 사람들...푸르뫼, 무록, 석천, 명진, 가연, 파인, 비비츄, 직지, 연꽃 심전심, 선일, 단상, 혜인, 공돌이, 해피, 서가네 ...
명진 법우! 수고 많이 하셨소.
보아하니 명진님.. 어제종일 입이 귀에 걸렸구만요..날마다 그렇게 좋은날 되세요^^
행복한 모습.....진정한 극락세계를 본 느낌입니다.........^^
자연보다 아름다운 우리 법우님들을 보았습니다.()
명진법우님 수고 많이 하셨읍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