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부 연예인들이 다이어트나 미용을 위한 요가 비디오를 내놓으면서 요가가 일반인들의 관심을 보다 많이 끌고 있는듯하다. 사실 발생지인 인도 밖에서 일고 있는 요가 붐이 비단 최근의 현상인 것만은 아니다. 서구에서는 요가 붐(넓게는 인도붐)이
일찍이 1960 ~ 1970년대부터 일어나서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요가 수련원뿐만 아니라 여러 문화
센터의 요가강좌에서 일반인들이 요가를 배우는등 요가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어 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일반이들에게 알려져
있는 요가는 대체로 신체적 건강이나 질병치료를 위한 수련법 아니면 마음의 건강을 위한 마음 수련법 정도였다. 그리고 최근
에는 요가가 다이어트나 미용을 위한 방법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제대로 된 요가 수련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가져다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
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요가는 충분한 의미가 있을수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는 요가가 추구한는 목적의 극히 일부
분에 속한다. 요가의 발생지인 인도에서 요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진정한 본성을 완전하게 실현하는것, 즉 인간이 제약적
인 존재상황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의 경지에 이르는 것에 있었다. 건강한 신체는 이를 위한 전초 단계일 뿐이다. 따라서 요가
를 단순한 신체 강화 훈련으로 여기거나 최근에 연예인들을 내세워 요가를 다이어트의 한 방편으로 상업화시키려는 시도는 요가
의 진정한 목적이나 정신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인도의 요기들과 학자들 역시 현재 인도 국내외에서 행해지고 있는 요가는 요가의 일부일뿐 요가의 핵심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일반이니들이 알고 있는 요가는 신체의 건강과 질병의 치룓등을 목적으로 하는 (아사나와 호흡법이 중심이 되는) 하타
요가인데, 이것이 요가 전체와 동일시되는 문제를 지적한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요가의 진정한 정신이나 목적은 상실된 채 피
상적이고도 형식적으로 신체적 행위만을 하는 것이 요가로 이해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인도 바라나시에서 만나 대담
했던 요기 쁘라까쉬도 세계 각지에서 요가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요가를 신체적 훈련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을 매우 안타
깝게 여기고 있었다.
한편 요기들중에는 요가를 통해 특별한 능력을 얻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이러한 요가는 요가의
진정한 목적을 왜곡시킨 것이라 할수있다. 따라서 전통적 입장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경향과 인식이 확대되면 인도의
전통적인 요가와 그 정신이 상실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인도의 요가가 우리나라에 반드시 그대로 이식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필요에 적합하게 변형시켜 수용하기
위해서라도 요가에 대한 올바르고 포괄적인 이해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건강이나 미용과 같은 요가와 관련된 실질적인
관심에 앞서 요가의 정신적인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최근 국내에서 요가에 대해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1990년대 이후에 두드러지고 있는, 인도 정신문화에 대한 관심과
인도 여행 붐 현상과 연관지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최근 수년간 현지조사 연구를 위해 겨울마다 인도에 가고 있는데 특히
2003년 초에는 놀랄만큼 자주 한국인들을(젊은이들)을 만날수 있었다. 현지인들도 서양인과 일본인들에 이어 최근에는 한국인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인도를 찾고 있다며 그 이유를 궁금해했다. 이러한 현상은 해외여행이 이전에 비해 훨씬 자유로워지고 일반
화된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인도에서 만났던 국내외 여행자들의 경우나 기타 여러 관련 사례들에 근거해보면, 인도를 찾는 이유를
단순히 해외여행의 자유화나 일반화로만 설명할 수는 없을 것같다.
인도를 찾거나 인도의 정신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흔히 인도의 신비로운 분위기나 가난하지만
욕심이 없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들기도 하고, 현재의 삶에서 느끼는 답답함이나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라거나,
아니면 자신의 현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변화의 계기를 갖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실제로 삶의 의미나 목적 그리고
기족의 삶의 방식에 회의와 공허함을 느끼거나 극단적으로는 실존적인 한계 상황에 처하게 될때 한번쯤 인도를 떠올리거나
인도를 찾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종교의 핵심적인 기능이 인간의 실존적인 물음에 대해 해답을 제시해줌으로서 실존적
위기상황을 해소시키고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것이라면, 이들에게 '인도'는 마치 일종의 종교적기능을 행하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현상을 접하면서 욕망의 충족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 물질문명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물질문명의
발달이 삶에 물질적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가져다준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과연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주었
는가하는 자문을 하게 된다. 인도인들의 삶과 문화를 처음 접하는 이들은 지독한 물질적인 가난에도 불구하고 인도인들이 보여
주는 평온한 듯한 표정과 미소에 일종의 충격을 받곤 한다. 물론 그들의 빈곤은 해결되어야만 할 문제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실에 초연한듯한 그들의 삶의 모습과 태도가 현실의 삶에 옥죄어 자신의 삶이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
에겐 충격으로 다가올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러한 경험이 이제까지 자신들이 추구해왔던 삶의 목적과 가치 그리고
의미를 되묻게 하는 것같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해 질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해왔고, 또 많은 것을 성취하려
해왔다. 그래서 많은 부와 높은 사회적 지위 또는 명예를 얻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러한 가치나 목표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안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외부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정한
행복의 근원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그것에 합치되는 삶을 사는 것에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각
을 하게 될때 자기안을 들여다보기, 즉 자아찾기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것이다. 인간의 내면에 대한 깊은 명상을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요가는 이점에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를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행하는 모든 것들이 실은 행복에 이르기 위한 노력일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행복하지 못하다. 요가는 우리가 잘못된 곳과 잘못된 것들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행복이 인간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고 선언한다. 요가는 몸과 마음의 욕망으로는 결코 만족된 상태에 이를 수 없으며 욕망이 없는 상태를 통해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은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과정을 통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인도의 정신문화는 삶과 인간에 관한 보다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들을 대면케 해주는 것같다. 또,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 사색케 하고 깨달음을 통해 존재와 삶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인도의 전통적인 사상과 문화는 모든 다양
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면서도 그들을 하나의 통일성을 이루고 있는 것들로 이해하는 일원론적인 인식체계와 가치관을 지고 있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이 일원론적인 인식체계와 가치관이 종합적이고 직관적이며, 유연함과 편안함 그리고 자유로움을 지닌것으
로 느껴진다. 서구의 이성 중심적이고 분석적인 그리고 배타적인 이원론적 인식체계와 인식체계와 가치관이 자아내는 경직되고
비관용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고 할수 있다.
현대의 위대한 요기 중 한 사람인 마하리쉬 요기는 최근에 패러다임의 대전환, 즉 '존재를 아는 것(Knowing to Being)'으로의
대전환을 예언했다. 사실 우리는 여러 세대동안 지적 수준의 앎, 그러니까 알의 표면적인 수준에서 삶을 영위해왔다. 그러나
그는 존재의 영역이 앎의 토대이자 모든 가능성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내적 존재가 모든 가능성의 영역이자 모든 창조
성, 지성, 에너지의 토대이므로 우리가 존재의 차원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면 모든 수준의 성취, 진전, 행복
의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성적인 차원에서 나 자신을 아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차원에서 나 자신이 될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요가의 핵심 가르침이기도 하다.
근대 이후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현대화와 합리화가 이루어지면서 적어도 외면적으로는 물질적 풍요로움과 그에 따른 행복도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정신적인 불안과 불만족 그리고 여러가지 심리적인 질병들에 시달리느라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현대문명이 낳은 합리성(이성)의 비대화, 효율성과 기능성을 강조하는 빠른 속도감에 짓눌린 채 존재
자체를 향유할수 있는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삶은 자꾸만 기능화되고 물질화되어 가고 있고 이로 인한 심리적이고 정신
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성보다는 직관을, 욕망보다는 욕망의 버림을, 물질보다는 정신을 강조하는
그리고 근원적인 존재의 차원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요가가 대안적인 삶의 철학으로 부상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볼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