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군 상오안리에 있는 며느리고개를 출발해 홍천강을 끼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오프로드를 밟았다.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오지를 탐험하는 오프로드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굴지리에서 출발해 장항리∼남노일리∼노일리로 이어지는 홍천강 수변도로는 순정 4WD도 무난히 달릴 수 있는 평탄한 길이어서 주말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옛날 한 노인이 며느리와 함께 친척집에서 받은 선물을 당나귀에 싣고 고개를 넘고 있었다. 고갯마루에 도착해 보니 매달아 놓았던 짚신 꾸러미가 보이지 않았다. 노인이 짚신을 찾으러 갔다가 한참만에 돌아오니 며느리는 보이지 않고, 당나귀만 있었다. 시아버지를 찾으러 산 속으로 들어간 며느리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그 뒤로 시아버지가 있는 여자들은 이 고개를 넘지 않았고, 사람들은 이곳을 ‘며느리고개’라 불렀다.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상오안리에 있는 며느리고개 전설이다. 며느리고개는 양평을 지나 6번 국도와 만나는 44번 국도에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는 44번 국도가 며느리고개를 타고 넘었지만 ‘며느리고개 터널’이 뚫려 지금은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이달 오프로드 도전기의 출발점이 바로 며느리고개다. 여기서 시작되는 오프로드를 따라가면 홍천강 굽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관이 펼쳐지고, 홍천강 수변도로를 따라 한적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코스가 비교적 평탄한데다 경치가 빼어나 순정 4WD나 오프로드 초보자도 도전해 볼만하다.
옥빛 강물 내려다보며 마음을 씻고
서울에서 출발해 홍천군 남면 양덕원리를 지나 44번 국도를 타고 3km쯤 달리면 며느리고개터널이다. 터널이 보이자마자 오른쪽 길로 올라가야 며느리고개. 옛 44번 국도다. 길 어귀에 ‘왕산 장뇌삼고’라는 작은 간판이 있으니 참고하자. 길을 놓쳐 터널로 들어갔다면 처음 만나는 신호등에서 유턴해 터널 밑에 뚫린 굴다리를 지나 옛 44번 국도로 올라가면 된다.

사진설명 : 며느리고개로 올라가는 길. 길 어귀에 있는 ‘왕산 장뇌삼고’ 간판을 놓치면 안된다
고갯마루에 서면 국유 임도 안내표지판을 만난다. 표지판에 따르면 며느리고개부터 도사곡리까지는 11.3km. 홍천강 물줄기가 내려다보이는 곳이 도사곡리다.

사진설명 : 임도를 타고 도사곡리를 향해 내려가는 길. 맘껏 속도를 내보았다
며느리고개를 떠나 6km쯤 달리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하오안리, 왼쪽길은 도사곡리 길이다. 하오안리는 며느리고개 터널을 통과해 직진하면 닿는 곳으로, 중앙고속도로 홍천IC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갈림길에서는 8.4km의 오프로드를 달려야 한다. 차머리를 왼쪽으로 돌려 도사곡리를 향했다.
갈림길에서 1km를 내려가면 이색적인 볼거리를 만난다. 전통 생활양식을 가르치기 위해 1994년 세워진 ‘다물자연학교’다. 황토를 바른 집과 수동식 탈곡기, 지게 같은 옛 물건들이 향수를 자극한다.

사진설명 : 전통생활양식을 가르치는 다물자연학교. 지게를 얼마 만에 보는 것인가
며느리고개에서 8.5km 지점, 다물자연학교에서 1.5km를 내려가면 차창 밖으로 진풍경이 펼쳐진다. 굽이굽이 서남쪽으로 흘러가는 홍천강이다. 눈앞에 너른 모래펄이 펼쳐진 굴지리 유원지가 손에 잡힐 듯하다. 옥빛 강물을 내려다보며 찬바람에 몸을 맡기니 마음에 쌓인 앙금이 말끔히 씻겨 나가는 듯하다.

| 사진설명 : 도사곡리, 홍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 시원하게 펼쳐진 홍천강이 장관이다 |
서서히 저물어 가는 해를 보고 퍼뜩 정신을 차려 보니 오후 4시. 오후 5시만 넘어도 어둠이 깔리는 자연시계를 감안해 발길을 재촉했다. 이때껏 달린 길은 승용차도 다닐 수 있는 마을 신작로에 가까웠다. 도사곡리를 지나쳐 조금 더 내려가면 중앙고속도로 고가로도 밑에서 포장길과 포장되지 않은 두 갈래 길을 만난다. 아스팔트길은 홍천강 휴게소 뒤쪽으로 이어지고, 포장되지 않은 길은 강변 자갈밭으로 안내한다. 망설임 없이 왼쪽으로 접어들었다.

사진설명 : 중앙고속도로 밑에 선 갤로퍼. 이곳에서 1km만 더 가면 소매곡리로 들어갈 수 있다

사진설명 : 홍천강 휴게소 뒤쪽의 오프로드. 강변 경치를 즐기며 달릴 수 있다.
오프로드는 어이없게 1km도 못 가서 막혀 있었다. 많은 차가 다닌 탓에 길의 경계는 뚜렷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흙더미로 길을 막아 놓았을까. 튜닝한 4WD도 지나기 어려워 보이는 장애물이다. 차를 돌려 나가려는데 옆에 차곡차곡 쌓인 돌덩이가 보였다. 차는 제방 위에 서 있었다. 마른 풀에 가려 얼른 알아채지 못했을 뿐 길이 될 수 있었다.
우선 직접 걸어 내려가며 바퀴가 밟아야 할 길을 확인했다. 바퀴가 빠질 수 있는 곳에 큼직한 돌을 채워 평탄하게 만들고, 경사로를 지나 어렵지 않게 자갈밭으로 내려설 수 있었다.
중앙고속도로 고가도로 밑에서 시작되어 4km 남짓 이어지는 강변 오프로드는 홍천군 북방면 소매곡리에서 끝이 난다. 오프로드의 끝을 알리는 이정표는 강 건너편에 자리한 홍천온천 관광단지. 이 일대는 낚시꾼들 사이에서 꺽지와 쏘가리가 많이 잡히는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굴지리∼노일리, 홍천강 따라 15km 이어져
소매곡리 강변에서 올라가 마을길을 따라 300여m 달리면 오른쪽으로 소매곡 다리가 보인다. 소매곡교를 건너 언덕을 넘으면 홍천군 북방면 상화계리 마을. 직진하다가 삼거리가 나오면 좌회전, 5번 국도를 탄다. 이곳에서 3km쯤 더 달리면 팔봉산 유원지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이 두 번째 오프로드, 굴지리∼장항리∼남노일리∼노일리로 들어가는 입구다.
팔봉산 유원지 표지판 앞에서 출발해 언덕을 넘어 7.2km를 내려가면 굴지리 이정표를 만난다.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해 다시 4km쯤 가면 비포장길이 시작된다. 이곳이 홍천군 북방면 굴지리다. 굴지리 입구부터는 도로포장을 위해 곳곳에서 길을 다지고 있다. 오지로 들어서고 있다는 증거다. 굴지리에서 시작되는 비포장도로는 ‘홍천강 수변도로’라는 이름이 붙지만 노일리까지 15km의 긴 오프로드가 이어진다.
도로 옆으로는 잔물결 하나 없는 강물이 흐르고, 시동을 끄면 새소리가 시끄러운 그런 곳이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올라 차를 세우고 강물 위에 물수제비를 떠보았다.

사진설명 : 굴지리와 장항리를 잇는 홍천강 수변도로. 맑은 공기와 고요한 강물, 새소리만이 정겹게 들린다
굴지리에서 3km 내려가면 ‘노루목’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장항리에 들어선다. 마을 중간에 강 건너 마을과 이어지는 너비 2m, 길이 150m 정도의 콘크리트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건너에 있는 마을이 노루목이다. 노루목은 완만한 산자락이 넓게 펼쳐져 풍광이 빼어나다. 곳곳에 펜션이 들어서 있어 가족과 함께 호젓한 휴일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사진설명 : 노루목으로 들어가는 다리. 폭이 좁아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다
노루목을 거쳐 8.6km를 달려 남노일대교에 도착했다. 남노일대교를 타고 좌회전하면 홍천군 남면 양덕원리로 갈 수 있고 우회전하면 아스팔트길을 따라 고드레미에 닿는다. 도로를 가로질러 직진하면 본격적인 오프로드가 시작된다. 남노일대교에서 고드레미로 이어지는 오프로드는 굴지리에서 시작된 홍천강 수변도로의 연장선이다.
남노일대교를 뒤로 한 채 400m쯤 들어갔을까. 진입을 막기 위해서 그랬는지 강가에서 퍼낸 모래와 자갈을 수북히 쌓아 놓았다. 순정 타이어를 끼운 갤로퍼로는 쉽게 지날 수 없는 높이지만 비교적 낮은 모래더미 가장자리를 타고 겨우 넘어갈 수 있었다. 오프로더의 진입을 막기 위해 쌓아 놓은 것이라면 참으로 안타깝다.

사진설명 : 누군가 모래와 자갈로 길을 막았다. 비교적 낮은 가장자리를 겨우 넘어 여정을 이어갔다
장애물을 넘어 1km쯤 들어가면 강변 자갈밭을 따라 여유 있게 오프로딩을 즐길 수 있다. 고드레미를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한 것인지 자갈밭 위쪽에 새 길을 만들고 있었다. 자갈밭을 따라 내려가면 갈대와 키 작은 나무가 듬성듬성 서 있는 넓은 퇴적층에 올라서게 된다. 오랜 시간 상류에서 밀려온 모래가 쌓이고 다져져 이국적인 풍경을 담고 있었다.
모래펄 스턱에 걸려 40분이나 시간 허비해
한 번의 실수는 좋은 길을 두고 모래펄을 통과해 마을길로 올라가려는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천천히, 멈춤 없이 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른쪽 뒷바퀴가 헛도는 것이 느껴졌다. 아차 하는 순간 갤로퍼는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차에서 내려 살펴보니 왼쪽 앞바퀴와 오른쪽 뒷바퀴가 스턱에 걸렸고, 차 바닥까지 모래에 묻혀 있었다. 준비해 간 야삽으로 오른쪽 뒷바퀴와 바닥의 모래를 파낸 뒤 후진으로 어렵게 빠져 나와 시계를 보니 40분이나 씨름을 했다.
마을길로 올라가 끝까지 갔지만 더 이상 길이 없었다. ‘조용한 집’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식당이 고드레미의 맨 끝 집이었다. 식당 주인에게 남노일리로 가는 길을 물었더니 강을 건너야 한단다. 식당 앞의 바리케이드를 올리면 강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일러주었다. 살펴보니 유속을 줄이기 위해 군데군데 물길을 튼 둑이 있고, 물길은 험해 보이지 않았다. 식당 주인은 낯선 길손의 방심이 걱정스러웠는지 한마디 거든다.
“둑 아래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건너가요! 물길이 터 있는 데는 깊거든.”

사진설명 : 노일리 마을 앞길. 자갈이 깔린 갈대밭 사잇길이 마을 신작로로 쓰이고 있었다

사진설명 : 고드레미에서 노일리로 가려면 강을 가로질러야 한다
식당주인의 충고를 받아들여 둑에서 한참 아래쪽을 가로질렀더니 의외로 쉬웠다. 차들이 많이 다녀서인지 강바닥이 평평했다. 강을 건너면 노일리로, 굴지리에서 시작된 10.9km의 오프로드가 끝난다. 노일리는 마을길이 강변 자갈밭에 나 있었다. 키 큰 갈대밭 사이로 뻗어 있는 운치 있는 오프로드는 마을의 신작로였다. 때마침 석양이 비쳐 노일리 마을은 온통 장밋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사진설명 : 5번 국도에서 굴지리로 들어가는 입구. ‘팔봉산 유원지’간판이 눈에 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