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굴을 보라>
남원 실상사(實相寺) 바로 앞 입석리에 자리잡고 있는 돌장승.
돌장승이 서 있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입석(立石)이다.
원래 4개의 돌장승이 서 있었지만, 하나는 없어졌다고 한다.
앞에 세 사진은 각각 다른 돌장승이고, 4번 사진은 2번과 같은 돌장승.
서울 상도동의 <장승배기>는 장승이 서 있던 동네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국의 지명 가운데 '입석리'는 대체로 돌장승이나 중요한 비석이 서 있던 것에서 마을이름이 되었다.
한때 <장승>을 보고 미신 유물이라면서 걸신들린 듯 알레르기 반응을 미친듯이 보이는 무리가 있었다.
그런 자들은 단정적으로 말해서, 인간의 마음속에 깃듯 신앙심을 왜곡하는 정말로 미친 무리이다.
이것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나는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근원적인 염원과 소망, 비손의식은
그 어떤 '종교유형과 상관없이 소중하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에 대한 논쟁은 사양한다.
돌장승은 돌장승을 세우던 당시 사람들의 소망이 담겼으며,
그 동네, 혹은 그 당시 민중들의 의식에 남아있는 인물을 표현하였다.
순박하고 해학스럽고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명상하는 표정을 짓고자하는 걸 담았다.
이런 돌장승은 석공(石工)이 혼자 골방에 박혀 저 혼자 상상한대로 조각지 않고,
동네 잔치를 하면서 이 사람 저 사람이 간섭하면서 돌에 표정을 입혀 갔을 것이다.
얼굴 표정을 새길 때, 분명히 이런 소리도 한마디 끼어들었을 것이다.
"아따 이 석수쟁이야, 코좀 더 크게 혀. 그래야 복받는당께."
그래서 돌장승 코는 더 커지고 삐죽삐죽 새어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을 것이다.
때마침 돌장승이 서 있는 마을엔 신라시대에 세워진 <실상사>가 있다.
실상(實相)이란 무엇인가? ' 실상이란 바로 "모든 존재의 참된 본성"이다.
돌장승은 바로 절보다는 훨씬 뒤에 세워졌지만, 참된 실상을 옅은 웃음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실상사 앞 돌장승 앞에서는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도 스스로에게 한번쯤 묻게 된다.
"나의 실상은 무엇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