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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산.들.바람 0409 원문보기 글쓴이: 진공묘유
섭지코지에 도착하니 벌써 어둑어둑. 대충의 답습후... 선도차는 점심식사 때 갈치조림집 사장님의 추천을 받아둔 횟집으로 먼저 출발하고, 1시간 남짓한 거리를 달려 서귀포로 향한다. 하지만, 얼마나 유명한 맛집인지 40분 정도를 대기하랬다나? 복잡한 일방도로를 따라 대타를 물색하던 중. 길 건너편에 흑돼지 전문점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수미(秀味)흑돈" 064-732-7466, 010-9458-7976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태평로 448 윤복열 사장님. 백두(白頭),호방,다혈,두주불사,영웅호걸, 주색잡기 뭐 대충 이런 단어가 연상되는 스타일을 소유한 분. 마포주먹구이 크기와 두께로 시작하는 정통 제주흑돈명가. 크게 일 잔 하고 켄싱턴으로 ,,, 섯부른 예단의 결과는 참담했다. 무려 1m가 넘는 폭설이 쏟아진 한라산간의 그 두터움이 이렇게 쉽게 열릴줄이야,,, 모든것 포기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로 확인한 어리목대피소의 상황. "출입이 가능하고요,다만 아직 러셀이 되지않아 단체 등반객부터 출발시키고 있습니다." 부랴부랴,허겁지겁 준비해서 어리목 도착. 벌써부터 하부 주차장의 만차로 인해 되돌아온 차들이 제주시 방향으로 내려오며 갓길주차를 하고있다. 무지몽매했음에 뒷골이 땡긴다. 내심 윗세오름, 남벽분기점까지를 염두에 둔 사람이라면 일행들의 상황을 파악컨대 8시 정도는 산행을 시작했어야 했다. 어리목 출발시간이 11시 가까이 됐다. 이 여인의 유려한 몸짓을 보라. 카메라가 응시하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DNA가 작동한다. 그것은 인위적 예찬이 아니다. 확실한 물증으로 자리한다. 피사의 배경에 따라 응시의 각도에 따라 요청없는, 독자적이고 순간적인 응전의 에너지가 또아리를 틀고있다. 피사체를 관찰하는 응시자의 입장에서도 그 순간 대응력은 실로 대단하다. 일행중 절반은 시내관광을,,, 절반은 윗세오름을 향해... ㅎ ㅎ ㅎ 속이 뜨겁다. 부끄러움이 전신을 강타한다. 설산진경산수화에 목말라 하며 따라온 민초들에 대한 경건한 속죄의 타격을 가한다. 설산진경이 눈앞이 쏟아진다. 아뿔싸!!! 카메라 밧데리가 앵꼬상태다. 한 컷 하고 분리해서 체온으로 감싸고, 탑재해서 또 한 컷. 이러기를 수십차례. 몰려드는 자괴감. 엄습해 오는 속으로의 부끄러움. 섯부른 예단이 충전이라는 기본마저도 앗아간 것이다. "사람이 먼저다" 라는 대명제가 한동안 유효했었다. 하지만, 그놈의 시간이라는 변수가 그 명제를 흔들어 버린지 좀 됐나?.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노화해가는 인간의 아름다움에는 한계가 있더라. 바뜨, 자연에는 그것이 없다. 시간의 경과에 지배받지 않는, 항상 언제보아도 사시사철 변화무쌍한 그 아름다움 때문에 몸둘바 몰라하며 경외해 왔던 그 진경이 눈앞에 있음에 감사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