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아이들과 생활해보니 일부 아이들은 보이는 것이 비슷하면 같은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문제는 아이들 관심사가 고차원적인데 있는 게 아니라 주로 먹을 것에 있다는데 있습니다. 밥상에 차려진 음식물과 다 먹고 남겨진 음식물, 그리고 버리려고 따로 모아둔 음식폐기물. 모두 음식이긴 하지만 그 의미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한 밥상에 차려진 음식물 혹은 식당에서 각자 테이블에서 주문해서 먹는 음식들은 내것과 남의 것에의 구분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남의 것에는 절대 손대지말아야 합니다. 태균이도 어릴 때 패스트후드점에 가서 남의 테이블 음료를 집어들고 먹어버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아마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게 되면 거의 한번씩은 경험해 보았을겁니다.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먹을 것에의 구분이 아예 되질 않아서 음식물이면 아무거나 먹으려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음식물쓰레기 버리려고 모아서 밖에 놔두었던 것까지 손대는 아이가 둘이나 있었습니다. 지금은 봐주지 않지만 과거 리틀준이도 이런 행동을 가끔 하곤 했는데 이런 장면을 목격하고나면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까지...
완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아직 옥석구분이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먹을 것으로 치자면 '남이 먹다남긴것 먹기'가 너무 일상화되어있고 그리고 주방에 있는 음식물에 손대기가 문제입니다. 이런 행동특성을 알기에 다 먹고나면 다른 아이들 것은 바로 치우곤 하는데 어제와 같이 제가 미친 듯 몸살을 하느라 겨우 밥만 차려주고 제대로 주방을 정리 못한 경우 일이 아직은 발생합니다.
가끔 중식요리를 하면 단무지를 잘 먹기에 놔두었던 단무지가 너무 짠 것 같아 소금기빼려고 물에 담가두었더니 그걸 국퍼먹던 숟가락으로 막 쑤셔놓고, 고등어구이 담았던 접시를 다 못 치웠더니 그걸 손으로 집어먹고 그 손 그대로 단무지 통에 담구었는지 고등어 껍질이 떠있습니다.
간만의 몸살기에 주방을 치우지못하고 어수선하게 두었더니 이렇게 바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부분은 꽤 잡혔다 여겨도 일단 눈에 먹을 게 보이면 어쩔 수 없이 과거에 했던 그대로 행동을 해버립니다. 보이는 것이 비슷해보여도 의미가 다 다른 것인데 이런 구분이 아직이 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는 제주도일기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것과 같이 사람에게 특히 심합니다. 야외에서 부딪치는 처음본 사람에게 무조건 안기고 따라가려는 행동은 아직도 심합니다. 아저씨들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 건 대부분 아빠대용이라 완이는 아저씨들만 보면 더 깔깔거리며 치대는 문제행동이 유독 심해집니다.
지난 여름 혼인지에서 산책하다가 갑자기 공연 광장에서 어떤 중년부인에게 뛰어가 안기는데 제가 딱봐도 그 여인이 완이 발달학교 다닐 때 담임과 체격하고 외모가 너무 비슷합니다. 완이에게는 이유가 있었을지라도 그 여인이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라는지 너무 미안할 정도 였습니다.
지미봉 정상에 갔을 때도 어떤 낯선 여인에게 안겼던 경험 역시 그녀의 옷차림 색깔이 그날 저하고 거의 비슷한 건 있었습니다. 이런 점은 이해를 해준다해도 사람구분 않고 보이는대로 행동하는 것은 위와 같이 상태가 어떻든 음식물이면 모두 먹을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전두엽 불개입 행동임은 틀림없습니다.
학령기 전에 아이들이 흔히 하게 되는 같고 다른것 찾고 구분하기 훈련도 이렇게 미세하지만 다른 측면을 이해하고 구분할 줄 아는 전두엽 자극훈련입니다. 시각만 가동해도 바로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좀더 복잡한 시각적 판단을 요구하는 것도 있고, 더 나아가서 카테고리를 정하고 같은 것과 다른 것을 구분하는 전두엽적 작동이 되지않으면 안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보여지는 것이 다 같은 것이라는 저차원적 대응방식은 사실 시각적 판단의 어려움의 부작용입니다. 시각적 변별능력이 없는 것은 보이는 것의 의미하고 전혀 상관없이 살아가는 동물적 방식입니다. 시각적 문제를 빨리 개선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리 좋게 만들어도 일반 사회 속에 들어가 그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행동하지 못하면 '바보 멍청이' '4차원 또라이' '말 못하는 이상한 사람' '비정상 장애' 등으로 취급받는 것이 우리 세계인데, 동물적 행동까지 하게 된다면 발달장애에 대한 일반인식은 더 추락하게 됩니다. 해외나가면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듯이 발달장애인 내 자녀가 어떻게 성장했느냐는 사실은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 그 자체가 됩니다.
우리는 슬프게도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운명들입니다. 내 아이의 이상행동을 최소화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불행하게도 일반사람들은 심한 발달장애 이상행동을 이해할만큼 너그럽지도, 여유가 있지도, 그래야할 필요도 느끼지 않습니다. 안 좋은 인식은 너무 쉽게 가지면서 이해하려는 마인드는 결코 그들 세계의 일이 아닙니다.
이런 냉철함을 생각해서라도 그들과 섞여 일을 하는 것까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이 즐기는 것에 들어섰을 때 표시나는 일은 최소회해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더 많이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합니다. 아이들의 생존이 아닌 부모의 생존을 위해 그런 노력은 꼭 있어야 할 것입니다.
첫댓글 예, 백퍼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