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은 주자가 뽑은 사서 중에 한 권으로, ‘예기’의 Chapter 1입니다. 공자의
손자 자사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중용은 맘먹고 읽으면 하루에 독파할 정도로
짧은 내용을 갖고 있으나 내용을 음미해본다면 한 구절로 하루를 보내도 짧을
정도로 심오하기 이를 데 없어요. 도올은 1강에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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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정신현상학’을 열거합니다. 이 두 권은 아직 국민국가로 발전하지 못한
독일을 ‘사상적으로 통일시킨 위대한 책’이라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이 두 책이
위대한 것은 단순히 철학서가 아니라 근대의 주축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이 두
권의 책은 프랑스 혁명에 정신적 기초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20세기 모든 철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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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되었습니다. 20세기에 세계 최강대국이 된 미국 역시 그 영향을 받았으니
어찌 위대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오늘날의 미국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대요. 얼마 전 국가신용등급이 트리플 A에서 AA+로 강등될 정도로 국가재정이
심각하고,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된 대로 이라크에서 무고한 시민을 살상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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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로 도덕성 역시 심각한 수준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세계의 중심축이 미국에서
어디론가 움직이는 건 당연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도올은 다음 패권국가로 ‘중국’
을 말할 정도로, 온 세계는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말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초강대국으로 거듭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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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나라는 가위바위보로 손쉽게 세계 패권국가가 된 것이 아닙니다. ‘미국사
산책’ 같은 책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미국은 신이 축복한 듯한 엄청난 크기와 지하
자원이 매장된 땅과 탄압과 압제를 피해서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몰려들어 온
인재들이 만들어낸 나라예요. 만약 구교의 신교 탄압이 없었다면, 히틀러가 유럽을
탄압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미국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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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와 이라크전에서 볼 수 있지만, 미국은 분명 추악한 얼굴을 가진 패권국가
입니다. 그러나 세계 2위부터 10위까지의 국가들의 군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국가
예산을 국방비에 쓰고 있으며, 산술적으로는 그들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이길 수
없을 만큼 군사력을 지니고 있어요. 그뿐인가? 전 세계를 이끌어가는 경제력은 말할
필요가 없으며, 할리우드를 비롯하여 철학과 과학 등등에서 세계를 이끌어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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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입고 있는 청바지는 ‘자유’를 실천하고자 했던 미국의 정신으로부터
태어난 것입니다. 어디 청바지뿐인가? 여름이면 해수욕장에서 여인들이 입는 비키니를
비롯하여 전기를 비롯한 현대가정의 필수품인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등은 미국에서
발명되었거나 대중화된 것들입니다. 즉, 철학은 단순히 우리 삶과 괴리된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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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사회 전 분야에 퍼져 우리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칩니다. 21세기는 세계의
중심축이 미국에서 동아시아로 올 걸로 예측되는 시기입니다. 도올 선생 얘기인즉
한류를 가지고만 보더라도 미국보단 중국이 더 ‘이득이다‘는 겁니다. 중국은 이미 미국
보다, 더 많은 교역을 하고 있으며, 남북통일을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친해져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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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과 무조건 가까이 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아무리 미국의 힘이 예전만 못하고, 도덕적으로 큰 흠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미국의 힘은
세계 최강대국입니다. 우린 광해군처럼 청나라와 명나라 사이에서 외교적 실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에 있다는 말입니다.
2023.9.13.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