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vs항명
집중 호우 당시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와 관련,
해병대 1사단장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사퇴 의사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쏟아졌지요, 그런데 웬 열, 해병대는 사퇴는 아니라면서 선을
긋고 자체 수사 발표 취소로 했어요. 경찰로의 사건 이첩이 외압일까요? 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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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듭니다. 처음엔 해병1 사단장의 첫 액션이 나오자 이태원
부터 오송 지하차도 참사까지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 나서지 않고 있는 와중에
"지휘관이란 이런 자리란 걸 보여 준다.“ "멋지고 참된 군인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보기 힘든 군인"이라고 끝없는 찬사가 이어졌는데 반전인가요. 군 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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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은 그만두고 싶다고 스스로 그만둘 수 없다며, "인사권자인 해군 참모총장
의 처분을 기다릴 것" 이라고 밝혔습니다. 어떤 식의 책임을 지겠다는 걸까요?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 같아요. 우선 책임지고 수사한 해병헌병대 수사
과장 수사내용 경찰 이첩을 앞두고 국방부 장관 결재가 난 수사내용을 변경
지시한 라인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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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1사단 수사과장보다 더 센 데는 국방부와 대통령비서실밖에 없다고 봅니다.
외압에도 불구하고 관련 수사내용을 경찰에 이첩한 해병1사단 헌병대 수사과장의
강단을 리스펙트합니다. 결과는 보직해임, 사유는 ‘항명’, ‘중대한 군기 문란’
수사과장 vs 국방부 1:1인 가운데 일이 점점 커지는 쪽으로 주사위는 던져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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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해병대령이 사단장에게 겁대가리 없이, 감히 택도 없어요.
불구하고 국방부 장관이 사인을 한 건 그의 말대로 윗선에서 모두 허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조서를 뒤엎을 수 있는 세력은 한 곳밖에 없을 것입니다.
까라면 까는 곳이 군대인데, 또 까야 하는 상황에서 수사과장이 자신의 군 생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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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맞짱을 트고 있는 것 같아요. 저라도 한 번 해볼 만한 싸움입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수사과장 입장에서는 이미 치명적 타격을 입었으니 어차피 죽을 바에야
산화하겠다는 겁니다. 참고로 해병1사단 수사과장은 대령입니다. 일반적으로 군단
헌병 대장이 중령이면서 직속상관인 사단장(별 두 개)이나 군단장(별 세 개)과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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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같이합니다. 저는 육군헌병으로 군 생활을 했습니다. 논산에서 보충대
교육을 마치고 후반기 교육을 해병대 동기들과 받은 일이 있고, 고삐리 때는 해병
스몰바지를 최고 가다바지로 쳐주었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속칭 뺑이 치는
훈련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병과에 대한 자긍심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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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해병 동기들은 자긍심이 유별납니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 아무나
해병대에 갈 수 있다면 난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다" 12.26 때 중정 김대령이
거사를 독려하며 장열히 죽어갔던 순간부터 유명해진 문구입니다. 해병1사단 수사
과장은 10. 26 사건 때 김선호 대령의 보직이니 엘리트 중의 엘리트, 끗발 중 최고봉
인데 1호를 상대로 media play를 한다는 건 상황의 끝을 다 안다는 뜻입니다.
이제 곧 누군가는 산화할 것입니다. 장세동 신윤희 김선호......,
2023.8.13.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