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은 호박 두 덩이와 꼬부라진 고추 등을 실고 벌교로 갔다.
한의원에 침 맞으러 나오신 어머님도 계신다.
조성에 들러 누님을 태우고 예당 저수지 옆 달국자에서 양탕을 먹는다.
차가 도는 방향이 달라서인지 어머님은 친정이라 하면서도 어딘지를 모르신다.
꼿꼿하신 어머님도 세월에는 어쩔 수가 없으신가보다.
덕촌에 모셔드리고 챙겨주신 깐마늘과 양파를 실고 광주로 온다.
혼자 고흥에 다녀 온 길이 아까워 쌍봉사로 들어간다.
본 지 오래인 학포당에 들르기로 하고 쌍봉마을로 간다.
지나치며 못 본 풍영정 앞에 차를 세운다.
쌍산의소 기념탑이 서 있고 숲 공원도 있다.
쌍산의소 의병에 참여한 사람들의 직책과 이름 본관을 한참 읽어본다.
공사중인데 개천에는 세찬 물이 다 채우며 소리를 내며 흐른다.
마을의 절반은 빈 집이다.
흙과 돌로 쌓은 돌담에 시멘트를 덧댄 담장도 본다.
오래 전에 빈 집, 그리고 빈 지 얼마 되지 않은 빈 집을 본다.
개가 지키고 있는 빈 집도 있다.
빗물이 흐르는 길을 따라 이 골목 저 골목 들른다.
회관 앞 나무 아래 물소리를 들으며 쉬고 있는 두 할머니가 날 보고 어디서왔느냐고 묻는다.
학포당 보라 왔다고 한다.
차로 돌아오는 길에 술 하시면 집에 막걸리 있는데 한잔 하시겠느냐고 한다.
웃으며 운전해야 한다며 인사한다.
운전 때문에 고마운 술을 못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