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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요세미티 밸리를 가다
'대장 바위'를 오르며
뉴욕한미산악회(회장, 김주천) 회원 20여명이 지난 5월 24일부터 6월 1일까지 요세미티 밸리(Yosemite Valley)로 원정등반을 다녀왔다.
요세미티 밸리는 캘리포니아주 중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 빙하의 침식으로 형성된 기암절벽의
절경으로 유명하다. 뉴욕한미산악회의 요세미티 등반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편집자
◇첫째 날= 요세미티 밸리로 향하는 42번 도로 전망대에서 엘캐피탄을 바라볼 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실제로 대하고 보니 훨씬 커 보이고 가슴을 꽉 막히게 한다. 고아텍스 재킷을 입고 재킷에 딸린 모자를 깊이 눌러 썼지만
한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대장 바위'를 뜻하는 엘 캐피탄은 요세미티에 노출된 화강암 중 가장 큰 덩어리로 높이가 약 3000피트에
달한다. 지상 최대의 단일 화강암인 엘 캐피탄은 모습이 웅장하고도 신비스러워 세계의 암벽등반 산악인들이 평생 한번쯤 오르고
싶어하는 암벽 중 하나다. 언제나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손짓을 했던 곳. 그러나 왠지 직접 상대하기는 두렵고 부담스러운 대상이었던
이곳을 드디어 찾아왔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써 마음속은 흥분 반, 떨림 반으로 긴장이 된다.
엘캐피탄의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백인 남자하나가 우중에도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로 간간히 등반하는 클라이머를 찾고
있었다. 앨캐피탄 동쪽 편에 조디악이라는 루트에 한 팀이 매달려 있고, 중앙에 나있는 사라테 월이라는 루트에 또 한 팀이 매달려
있다고 했다. 암벽등반은 움직임이 매우 느린 정적인 운동이므로 비를 맞으면 체온이 계속 떨어지며, 체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차가운 벽에 매달려 비바람을 맞으며, 정상을 향하고 있는 사람들의 무사를 기원하며, 캠프로 돌아왔다.
엘켑에서 도보로 20 여분 떨어져 있는 캠프4는 어머니의 품 같은 곳이다. 세계의 수많은 클라이머들이 엘켑 등반을 위해 묵는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캠프4는 평범해 보이기만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등반인 들에게는 자신과 동질성을 느끼고 어떤 문화적 차별이 없이 등반에
관한 많은 정보를 교류하며, 당일 아침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금세 친구가 되어 함께 등반을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늘도 하루 종일
비구름이 오락가락하고 날씨는 갤 줄을 모른다. 캠프4에 우리보다 먼저 들어온 인천연맹 소속 회원과 서울에서 온 태릉 클라이머 팀과
금방 허물없이 친해져 서로 음식을 나눠먹고 천막 밑에 모여 거벽 등반에 관한 기술과 경험을 교류하다 보니 마치 한국의 한 야영장에
온 듯하다.
◇둘째 날= 여전히 비구름에 중간 중간 날씨가 맑아지나 하면 곧 먹구름이 몰려온다.
캠프장 옆에 위치해 있는 백조의 호수(Swan's Lake)에서 등반훈련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장비를 챙겨
바위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인공등반 특성상 약간의 빗방울은 큰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암벽에 빗방울이 떨어지면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밑에서 보기에는 그리 경사가 없어 보이더니
조금씩 위로 올라가면서 내 마음속의 벽은 점점 더 서 보인다. 첫 번째 두 번째 훅을 걸고 스텝을 이동하면서 크랙에
들어서자 금세 빗방울이 굵어져 빗줄기가 콧등을 타고 내린다. 크랙 속 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암벽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랑에 손을 집어넣어 고기를 잡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40 피트 정도 올라서자 크랙 속에 설치한 캠이
빠져버리고 만다. 약 6피트를 추락했다. 그래도 겁보다는 오히려 그 설치물이 왜 빠졌을까 스스로에게 반문을 해본다.
아마도 약간 벙어리 모양의 크랙에 빗물로 도랑이 되면서 설치한 장비가 물로 인해 마찰을 덜 견뎌냈으리라는 생각에
약간 다른 곳에 장비를 다시 설치한다. 하지만 텝을 밟고 일어서는 순간 또 빠져 버리고 만다. 다시 추락.이런 날씨에
굳이 등반하려고 하는 것도 무리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2번의 짧은 추락으로 오늘의 등반훈련을 정리하기로 했다.
짧은 두 번의 추락으로 오른손 마디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지만 오히려 비로 인해 젖은 장비가 더 걱정된다.
◇세째 날= 헬리콥터가 특유의 긴박한 소음을 내며 요세미티 밸리를 다녀간 후 기어이 조난 소식을 접했다.
사라테 월 정상 부근에서 한 클라이머가 50여 미터 추락 했다.그 클라이머는 다리가 골절되었으나 구조대가 내려준
로프에 의지하여 골절된 다리를 끌고 정상으로 올라와 헬리콥터에 실려 병원으로 갔다는 소식이었다. 나흘 전에 내가
도로에서 엘캡을 정찰할 때 붙어 있던 클라이머인지는 불분명하다.
지난 3일 동안 오락가락하는 빗속에 거의 정상까지 올라가면서 체력도 떨어지고, 집중력도 저하되어 순간 실수로 마침내
정상을 눈앞에 두고 추락한 것일 것이다. 헬리콥터가 요세미티 밸리를 긴급하게 다녀갈 때 우리 암벽 팀은 '제냐타 몬냐타'
(Zenyatta Mondatta)라는 루트를 등반했었다. 선발팀으로 금요일 새벽에 캠프4에 들어왔지만, 비 때문에 금, 토, 일을 캠프
주위의 낮은 암벽에만 만족해야 했다.
◇네째 날= 우중이라도 용기를 내어 경사가 90도가 넘어 비에 젖지 않은 루트를 찾아 장비를 챙겨 엘캡으로 향했다.
우리가 계획해서 등정할 루트는 Lurking Fear이였지만, 이렇게 비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정상을 향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그래서 찾은 곳은 제냐타 몬다타라는 루트인데, 처음 약100 여 미터는 빗물에 젖지 않았고, 그 밑도 빗물이 들이 치지는
않았다. 전체 그레이드A4, 첫 피치 그레이드 A3이다. A4 혹은 A3라 함은 루트마다 매겨진 등반 난이도의 등급이다.
A0부터 A5까지 등급이 있는데, A3이나 A4라 함은 사실 우리 실력이나 경험에 비추어 좀 무리였었다.
그러나 이 엘캡 등반을 위하여 거의 일 년을 준비하고 마음에 꿈꾸어 오던 이 커다란 바위 밑에 오니 욕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5월 재미대한산악연맹에서 주최한 등산학교에 강사로 초빙되어 서울에서 오신 경험 많은 김두원씨가 함께하기로 하여
마음이 든든했다. 먼저 우리 암벽팀 중에 맏형인 이춘길 대원이 선등으로 붙었다. 뉴욕근처의 The Gunks 암장에서 연습을 하는
만큼 했지만, 겅스는 그 높이가 30–40 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바쁜 일상생활의 시간을 쪼개 체력단련하고 주말이면 뉴욕 암장에
모여 차근차근 등반 방식과 훈련 상황을 점검하며 서로 격려하며 준비해 왔다.
그러나 막상 3000피트가 되는 이 거벽 엘캡을 밑에서 올려다보면, 그 위엄과 위압에 눌려 사기가 저하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 춘길 대원이 루트를 따라 루트 개척자들이 설치한 고정 확보물을 따라 조금조금씩 자기 몸을 끌어올렸다.
한 6미터쯤 올랐을까 이제 고정 확보물은 없고, 왼쪽으로 기와집 처마처럼 생긴 오버행 밑에 조그만 틈 사이로 임시확보물을
설치하며 한 5-6 미터 올라야 한다. 고정 확보물은 바위에 구멍을 뚫어 볼트를 박았기 때문에 사실 상당히 안전하다.
웬만한 승용차 한두 대를 매달아도 버틴다고 하니 클라이머의 추락 시 중력가속도를 고려해도 빠질 염려는 별로 없다. 그러나
임시 확보물은 사정이 다르다. 선등자가 그때그때 가지고 올라간 금속뭉치를 바위 틈새로 껴 넣었다가 후등자가 회수해가는
시스템이니 설치가 완전한지는 사실 추락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선등자의 경험과 촉감으로 자신이 설치한 임시확보물을
믿고 전체 체중을 실어야 한다. 웬만한 경험자 아니고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아무튼 이 춘길 대원은 처음 만난 오버행에
임시확보물을 차분히 설치하면서 통과 하고, 다시 고정 확보물에 자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좀 더 경사가 있고 그 틈이
작아서 임시확보물 설치가 용이 하지 않은 두 번째 오버행을 통과해야 했다. 이미 한번 두려운 크럭스를 통과하고 가져간임시
확보물을 많이 사용했다. 바로 눈앞의 오버행을 통과 할 때 사용해야 할 크기의 임시확보물이 부족한 것을 인지하고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었던 것 같다. 내려오기를 희망한다.
계속 ⇒
글=박승찬.권성운(뉴욕한미산악회)
http://cafe.daum.net/nykralp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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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햐~~요세미터 바위가 대단하네요,인수봉은 애기 봉우리 같은 느낌이 오네요,,,등정을 축하드리며,,,, 좋은 정보 많이 얻어 갑니다,,
뜨란채님 오랜만이시군요. 한국엔 연일 촛불때문에 소란스러운것 같은데, 저는 갠적으로 MB가 미국대선후보로 나오면 오바마보다 당선 확률이 높을것 같고요. 특히 텍사스쪽에서는 지지율 100%이상 나올것 같습니다. 아무튼 지난달 말 요세미티 같었는데, 등정은 못하고 밑에서 흉내만 내다 왔습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가뜩이나 흉흉한 세상 말 한마디실수에 목달아나기 쉬운세상이니 등정이 아니고 등반이라 알아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