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한국불교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교학사상을 중국을 통해 수입한 우리나라의 불교는
그 전승을 충실히 수용하면서도 나름대로의 독창성과 주체성을 발휘하여 대단히 독특한 발전을 이룩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신라의 불연국토설을 들 수 있겠는데, 신라는 석가모니부처님뿐 아니라 그 이전의 과거불인 가섭부처님 등이 설법하셨던 터가 그대로 남아있는 본래부터 부처님과의 인연이 깊은 땅이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불교를 단지 수입종교로서가 아니라
민족의 주체적인 종교로까지 승화시킨 대단히 질높은 신앙의 한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불교의 보다 본질적인 특징이라고 한다면 통불교 즉, 회통의 전통을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화통이란 화회소통을 줄인 말로서 서로 다른 교학상의 주장들을 정리해서 융합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중국불교가 종파불교로서 나름대로 불교의 본질을 추구하던 치열한 교학연구가 무수한 갈래로 나뉘어
서로간의 논쟁을 일삼는 종파들로 발전했던데 반해
한국불교는 그같은 종파불교를 계승하면서도 다시금 그들 사이의 화해와 융합을 시도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화통의 전통은 제일 먼저 원효 스님의 화쟁사상에서 나타나는데, 원효스님은 화쟁의 논리를 세워 대승과 소승의 수많은 대표적 경론들을 일관된 논지로 해석하고 정리해냄으로써 중국불교의 한계를 극복하는 위대한 과업을 성취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전통은 다시 고려시대 지눌 스님의 정혜쌍수와 조선시대 휴정 스님의 교선일치 사상으로 이어졌는데, 오늘날의 한국불교가 통합불교로서 선과 교, 염불, 진언 등을 별다른 무리없이 아울러서 수행하고 있는 원인도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