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목)_여행 37일째>
프라하가 너무 아름다워서
민박집에 사람들과 같이 지낼 수 있어서
프라하에서 며칠 더 지내고 싶지만
그러면 남은 전체 일정이 너무 빠듯할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을 뒤로 남기고 프라하를 떠나기로 했다.
다음 목적지는 독일의 드레스덴인데
프라하에서는 빠르면 2일 늦으면 3일 뒤에 도착할 것 같다.
어제 얘기한다고 늦게 잤는데
습관처럼 6시에 일어났다.
침대가 너무 편해서 일어나기가 싫다
사람들이 일어나기 전에 인터넷으로
드레스덴하고 베를린, 마지막 도시인 프랑크푸르트에
대한 정보 검색을 미리 해보고 필요한 정보는 메모해두었다.
조금 있으니 민박집 사장님께서 아침을 준비해주시고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서 모이기 시작한다.
프랑스 파리 민박집 이후로 처음으로 먹어보는
제대로 된 한식에 정신을 못차리겠다~!!!
특히 저 제육복음~!!!!!!!
나를 포함해서 총 3팀이 민박집에 머물렀는데
처음 보는 분도 계셨는데
다같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수다떨면서
밥을 먹으니 한식구 같고 가족같아 너무 좋았다.
다들 비슷한 나이대에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유럽 여행을 하는 중이라 공감대도 많았고
서로의 여행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거웠다.
아침이 부페식이라 먹고 또 먹었다~
정신없이 밥을 먹다보니
민박집 사장님께서 오셔서 여행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드레스덴으로 간다고 하니 체코와 드레스덴 사이에
작센 스위스라는 국립 공원이 있는데 그 쪽을 꼭 가보라고 하신다.
겨우 하루를 만났지만 그래도 정이 들었던
호식이, 경욱이와 작별인사를 하고 같이 사진을 남겼는데
역광이라 얼굴이 안나와서 너무 속상하다ㅜㅜ
자기들이 먹으려고 샀는데 나중에 먹으라고
옥수수 통조림도 주는데 이게 뭐라고 감동이다ㅜㅜ
짐을 다 정리하고 나니 미련이 남는 것 같다
그래도 마음 단단히 먹고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블타바 강을 따라 북쪽으로 가다가
엘베강을 만나면 엘베강을 따라 최대한 멀리 가기로 했다.
체코와 독일 국경지역에 있는 드레스덴은
엘베강변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엘베강을
따라가면 드레스덴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아침부터 시계탑 앞 광장은 사람들이 많다.
어제 발견했던 기념품 가게에서
기념품 몇가지를 사고 다시 카를교로 갔다.
아침, 오후, 밤 시간에 따라 느낌이 다른 프라하 성
아침은 해를 받아서 더 밝게 보인다.
카를교 위에 있던 재밌는 아저씨~
여러가지 악기를 조합해서 연주를 하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카를교를 건너 이제는 강변 자전거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북쪽에서 바라본 카를교~
강 따라 달리다 보니 유람선 선착장도 보이고
어느새 프라하 시내를 벗어났다.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니 한가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시외곽으로 나오니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들이 나오고
길을 잘못 들어서서 달리다보니 막다른 길이다ㅜㅜ
다시 돌아나가서 겨우 길을 찾았다.
강 한편에 인공적으로 급류코스를 만들어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드디어 프라하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서
강따라 있는 자전거 도로로 신나게 달렸다.
체코는 대도시를 벗어나면
집들이 거의 없어서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포장이 잘되어 있던 자전거 도로는 어느새
비포장 도로로 바뀌고
햇빛은 강하고 기온이 높아서 금방 지쳐간다.
잠시 쉬면서 사과 한쪽으로 허기와 목마름을
달래고 다시 달리기 시작~!
블타바 강의 한가로운 풍경은 좋았지만
지나가는 사람 한명 보기 힘든 곳이었다.
너무 심심해서 달리면서 셀카도 찍고
자전거 도로가 끊겨서 길을 좀 헤매다가
겨우 길을 하나 발견했는데 이건 그냥 오솔길 같은데?
자전거 도로가 점점 좁아지더니
진짜 오솔길이 되었다.
이대로 길이 이어져있는지 확신도 없어
돌아가고 싶지만 그동안 달린 거리가 너무 길어서
어떻게 되든 일단 계속 가보기로 했다.
결국 가다보니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있다ㅜㅜ
길이 맞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짐이 많다보니 짐을 다 풀어서 나무 건너로 옮겨놓고
자전거를 들고 건너간다고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이 지점을 지나고 나서부터
길이 다시 넓어지기 시작한다.
자전거 도로라고 하기엔 많이 열악한 모습
그래도 강과 바로 맞닿아있어서 강의 경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좋았다.
오~ 조금 더 가니 드디어 포장된 도로가 나왔다.
이제 조금 안심이다 싶었는데
다시 비포장도로가 나온다ㅜㅜ
어쩌면 이런 사소한 것에서 국가의 경제력이
느껴지는 것 같다.
다행히 비포장 도로는 금방 끝나고 큰도로로 연결된다.
아무래도 강따라 가는 것보다는 지도에 있는
큰 도로를 따라 가는게 나을 것 같아서
101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608번 도로가 나오면
608번 도로를 따라서 리토메르지체(Litomerice)까지 가기로 했다.
드디어 101번 도로를 발견하고 합류하고 달리다보니
TESCO 마트가 보여서 필요한 것도 사고
먹을거리도 좀 사기로 했다.
파리 까르푸에 간 이후로 보통 동네의
작은 마트만 이용했었는데 여기 테스코는
규모가 상당히 커서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샀다.
그나저나 캠핑용 가스를 사야되는데
나에게 맞는 규격의 가스는 팔지 않는다ㅜㅜ
오늘도 와일드 캠핑을 하기로 해서 먹을 걸 잔뜩 샀다ㅎㅎㅎ
달달한게 먹고 싶어서 산 롤케익, 애플파이
그리고 빵하고 먹을 소세지, 샐러드를 사고
마시는 대용량 요구르트, 플레인 요구르트, 야채쥬스를 샀다.
마트 주차장 한켠에 쪼그려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늦어진 점심인데다가 달콤한 것을 먹으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은 느낌이다.
점심은 애플파이, 롤케익, 요구르트로 해결했다.
먼저 애플파이부터 다 먹어주고
롤케익은 한국에서 먹던 맛에서 초코맛이 더 들어있는데
배가 고파 허겁지겁 너무 맛있게 먹었다.
빼빼로 처럼 보이는 과자도 후식으로 먹어주고
마시는 요구르트로 마무리했다~
이제는 글자를 읽지 못해도 그림만 보고
대충 어떤 음식인지 맞출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배도 부르겠다 힘차게 다시 출발 해보자~!!
조금 못가서 드디어 608번 도로를 만났다.
이제는 한동안 앞만보고 달리면 되어서
맘편히 달려본다~
중간중간 표지판도 확인하면서 달리는데
길이 계속 평지라서 어렵지 않게 달릴 수 있었다.
갈림길을 만나면 지도와 나침반으로
어느 방향이 맞는지 꼭 확인을 해야 한다.
지도상 이제는 608번 도로를 벗어나
북쪽 방향의 240번 도로를 타야 되니
여기서 우회전을 해야 되는 것 같다.
240번 도로는 차들도 조금 달리고 한적해서 좋았는데
온통 밀밭이라 조금 지루하긴 했다.
한참을 달려도 끝나지 않는 밀밭
저 도로끝까지만 가면 뭔가 새로운 풍경이 나올까?
기대하고 달려보지만
마찬가지 끝없이 이어지는 들판
대화할 사람도 없고 단조로운 풍경만 보고
몇시간을 달리다 보니 더 빨리 지치는 것 같다.
노래도 불러보고 큰소리로 소리도 쳐보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ㅜㅜ
여기는 보리밭인지 이삭이 영글어가고 있다.
길 양옆으로 끝없이 이어진 보리밭을 보니
그 규모가 대단하긴 하다 그 흔한 밭 경계도
안보이는데 이 넓은 밭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궁금하다.
몇시간을 달려 드디어 로타리에 도착!!
중간 목적지인 Roudnice를 가야 되기 때문에
로타리에서 우회전 하면 되는 것 같다.
여긴 제법 이삭이 익어가는 거 같다.
저 멀리에 흐리지만 조그맣게
도시가 보이는 것 보니 저기가 Roudnice 인 것 같다.
도시가 조금 더 선명히 보이기 시작하니
다시 힘이 생겨서 열심히 페달을 저어본다.
제대로 된 활주로로 없는 것 같은데
그냥 풀밭같은 들판에 착륙하는 경비행기들
역시 공군출신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비행기, 활주로만 봐도 왠지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더 가니 관제하는 건물과
비행기 격납고 건물들이 보인다.
아무래도 여기가 지역의 작은 공항인 것 같다.
드디어 Loudnice 도시에 도착~!
이제 날이 점점 저물어가는 시간대라
잠잘 곳을 염두에 두고 달려야 했다.
오늘 목적지인 리토메르지체(Litomerice)가
20km 남았다는 표지판!
표지판대로 좌회전을 하니
Loudnice 중심가인 듯한 곳이 나온다.
차도 많고 사람들도 많다.
하루종일 사람구경하기 힘들게 달리다가
그래도 시내 중심가에 차와 사람들이 많으니
괜히 반갑고 뭔가 안심이 되는 느낌이다.
드디어 만난 엘베강~!!
Loudnice 중심을 흐르는 엘베 강은
독일 북부지역을 가로지는 큰 강으로 커지는데
이 강만 따라가면 드레스덴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더없이 반가웠다. 뭔가 독일에 가까워진 느낌
리토메르지체까지 가기 전에 날이 저물 것 같아서
텐트를 칠만한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체코에서는 처음보는 포도밭을 지나 조금 더 달리니
다시 만난 엘베 강
강 옆에 Kresice 라는 작은 마을이 있어서
마을 안쪽으로 가보니 어떤 정원같은 곳에
정원 손질하시는 아주머니와 아저씨 부부가 계셨다.
여기가 그 분들 집인 줄 알고 울타리 밖에
텐트를 쳐도 되는지 물었더니 정원 안에 들어와서
텐트를 쳐도 된다고 하셨다.
생각보다 넓고 관리가 잘 되어있는 정원
멀리서 볼 땐 집인 줄 알았는데 부부께서
정원 손질하고 쉬는 쉼터인 곳 같은데
비도 오는데다가 마침 테이블이 있어서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주머니께서 저녁은 먹었냐면서
이것저것 먹을 것들을 챙겨주시고 자기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되니까 여기서 마음 편하게 자고 가라고 하신다ㅜㅜ
아주머니께서 주고 가신 빵, 샐러드, 딸기, 순무(?)
딸기는 어찌나 크고 달콤한지 그 자리에서 다 먹었다.
뭔가 맛있게 보이는 빵은 먹어보니
역시 아무 맛도 안나는 그냥 밍밍한 빵이었다
다이제스티브 같은 초코 과자로 일단 허기를 채우고
쉼터 안에 텐트를 치기로 했다.
매트 같은게 있어서 우선 바닥을 깔고
텐트를 다 치고 나니 이제 비가 그치기 시작한다.
밥하는 동안 일단 책을 좀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본격적으로 저녁을 차리기 시작했다.
낮에 산 소세지를 잘라 굽고
아주머니께서 주고 가신 순무를 넣은 된장찌개를
끓이고 나니 이거 완전 진수 성찬이다.
저녁 만찬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한다.
저녁을 다 먹고 설겆이를 하고나서
쉼터 뒷쪽으로 가보니 불을 피우는 화덕 같은게 있었다.
오늘이 아무래도 체코에서의 마지막 밤이 될 것 같아
혼자만의 캠프 파이어를 해보기로 했다.
비가 와서 마른 나무를 구하기 어려웠지만
여기저기서 마른 나무를 긁어모아 불을 피웠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있으려니
조금 무섭기도 했는데
이렇게 어두운 밤에 불을 피워놓고 있으니
무서운 마음은 사라지고 왠지 따뜻한 기분이 든다.
체코의 이름모를 마을에서 혼자 캠프 파이어를 하면서
체코에서의 마지막 밤을 기념해보았다.
☆ 오늘 달린 거리 : 90.9km(누적거리 : 2,485.2km)
★ 오늘 지출액 : 203.8코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