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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편 아함경 법문
제6장 신행 공덕과 응과응보
제1절 삼보에 귀의와 수행의 과보
1 부처님이 왕사성 대숲절에 계실 때이다. 어느 날 춘디라는 공주가 수백 명의 소녀들을 데리고 대숲절에 와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 저의 언니 순다가 말하기를 "어떤 사내에게도 어떤 여인에게도 의지하지 말고 누구나 부처님께 귀의하고 부처님 법에 귀의하며, 수도하는 스님에게 귀의하여, 산 목숨 죽이지 않고, 남이 주지 않는 물건 도둑질하지 않고, 사음邪婬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술 마시지 않으면 죽은 뒤에도 좋은 곳에 나서 결코 나쁜 세상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부처님을 찾아뵙고 사뢰어 보고자 하였습니다. 어떻게 부처님과 법과 스님네를 믿고 또 계를 지키게 되면 죽은 뒤에 좋은 곳에 나게 되겠습니까?"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춘디야, 여래는 모든 생명체 가운데서 제일이니라. 그러므로 부처님을 믿는 것은 제일의 믿음이 되는 것이다. 그 믿음의 결과도 제일의 것이 된다. 또 모든 학설과 교법 가운데서 자만심을 깨뜨리고, 애욕과 번뇌를 없애고, 나고 죽음의 윤회를 벗어나는 것은 여래가 가르쳐 보인 열반의 법이 제일이다. 그러므로 이 법을 믿음이 제일의 믿음이 되면, 그 결과도 제일이 되는 것이다. 또 여래의 제자인 스님네는 곧, 네 쌍 여덟 짝(수다원 · 사다함 · 아나함 · 아라한의 네 성인이 각기 초기학과 졸업자가 있는 까닭)의 성인들은 모든 수행 단체 가운데 제일이 된다. 이것을 믿음이 제일의 믿음이 되며, 그 믿음의 결과도 제일이 되는 것이다. 또 여러 가지 계 가운데 깨뜨릴 수 없고 상대가 없는 여래의 계법이 제일이므로 이 계를 지니는 것이 제일이 되며, 그 결과도 제일이 된다. 춘디야, 이렇게 불 · 법 · 승과 계법을 믿고 지켜 나가면 그는 죽은 뒤에도 좋은 곳에 나고, 결코 나쁜 세상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춘디는 기뻐하여 한평생 불법에 귀의하여 계를 지니기를 서원했다.
2 부처님이 마가다 나라를 떠나 파타불 성에 이르렀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법을 듣고 불 · 법 · 승 삼보에 귀의하여 신자가 되기를 간청했다. 부처님은 그것을 허락하시고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산목숨을 죽이지 말고, 남의 물건을 도둑질 말고, 간음하지 말고, 거짓말하지 말고, 술 마시지 말라. 사람이 이 계를 범하면 다섯 가지 손해가 있으니, 첫째는 재물을 구해도 원대로 되지 않고, 둘째는 설사 소득이 있더라도 날로 없어지고, 셋째는 이르는 곳마다 여러 사람이 공경하지 아니하고, 넷째는 추한 이름 나쁜 소리가 세상에 들리고, 다섯째는 죽으면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누구든지 계를 가지게 되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으니, 첫째는 구하는 것은 무엇이고 원대로 되고, 둘째는 소유한 재산은 날로 늘어가고 줄어들지 않으며, 셋째는 가는 곳 마다 사람들이 존경하고, 넷째는 이름이 널리 떨치고, 다섯째는 목숨이 마치면 반드시 천상에 나게 된다."
여러 신자들은 이 가르침을 받고 기뻐하며 믿고 행했다.
3 "또 계행을 지니는 이는 다섯 가지 공덕을 이루게 된다. 첫째, 큰 재산을 얻어 거부장자가 되고, 둘째, 명성이 널리 떨쳐지고, 셋째, 임금 · 바라문 · 거사 · 사문 등의 어떤 모임에 가더라도 두려울 것이 없고, 넷째, 죽을 때에 정신이 어지럽지 않고 바른 생각으로 임종하게 되고, 다섯째, 죽은 뒤에는 좋은 곳-천상에 나게 된다.
계행을 지니지 않고 살생 · 도둑질 · 음행 · 거짓말 등을 함부로 하는 자는 다섯 가지 손해가 있으니, 첫째, 재산을 모으지 못하고 있던 재산은 흩어지고, 둘째, 나쁜 소문이 떠돌고, 셋째, 임금 · 바라문 · 거사 · 사문 등의 모임에 가면 공포심에 떨게 되고, 넷째, 죽을 때에 정신이 어지러워 혼미 · 발광하고, 다섯째, 죽은 뒤에 삼악도에 떨어지게 된다.
4 부처님이 바티 시로부터 비사리에 이르러 대림정사에 계실 때이다.
비사리성 사자장군獅子將軍은 부처님께 말하였다.
"부처님, 보시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보시에 대한 현재의 과보를 보여 주옵소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장군, 보시하는 현재의 과보로서는 첫째, 여러 사람에게 사랑을 받게 되나니, 이것이 보시에 있어서의 현재 과보의 하나다. 또 보시하는 사람에겐 바르고 착한 사람들이 그 사람을 좇아 섬기게 되니, 그것이 현재 과보의 둘째가 된다. 또 보시하는 사람은 명예가 높이 드날리니 이것이 현재 과보의 셋째가 된다. 또 보시하는 사람은 임금 · 바라문 · 사문 · 장자 · 거사들이 모인 곳에 가더라도 겁날 것 없고 대담하게 들어갈 수 있으니, 이것이 현재 과보의 넷째가 된다. 그리고 보시하는 공덕으로 죽은 뒤에는 천상에 나게 되니, 이것은 미래의 과보가 되는 것이다."
"부처님, 부처님이 말씀하신 다섯 가지 과보 가운데서 앞의 네 가지는 제가 알 수 있습니다마는, 뒤의 미래의 과보에 대해서는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믿겠습니다."
라고 장군은 말하였다.
5 욱가郁迦 장자는 비사리 사람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장자의 초대를 받고 그 집에 가셨는데, 장자는 이렇게 여쭈었다.
"부처님, 저는 부처님의 입으로 좋은 것을 보시하는 자는 좋은 과보를 받는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떡은 맛이 좋은 것이오니 아무쪼록 부처님께서는 마음으로 받아주시기 바라나이다."
부처님은 잠자코 받았다. 그는 다시 대추의 살을 섞어 꿀에 버무린 떡과 맛이 좋은 채소와 약식 등을 올리므로 부처님은 잠자코 받아 들었다.
장자는 그것을 보고
"부처님, 긴 수술이 달린 비단 요를 깔고 양쪽에 붉은 마구리를 한 베개를 놓은 전단향 좌대는 좋은 물건에 틀림없습니다. 부처님과 같은 어른에게는 이런 물건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오니 저희를 불쌍히 여기셔서 받아주십시오."
부처님은 잠자코 받고 나서 감사의 노래를 읊었다.
"바른 도를 행하는 사람에게 존경심을 일으켜 좋은 것을 베풀면 좋은 과보를 얻으리라. 옷과 음식과 좌대와 의약 등을, 깨달은 사람을 공덕의 밭인 줄 알고, 베풀기 어려운 것을 베풀어 주면, 그는 반드시 좋은 과보를 얻으리라."
얼마 뒤에 욱가 장자는 병들어 죽어 천상에 태어났다. 하룻밤, 빛을 놓아 기원정사를 비추며 부처님 처소에 와서 그 곁에 앉았을 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욱가여! 소원대로 되었는가?"
"감사합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은 다시 게송으로
좋은 것을 베풀면 좋은 과보를 얻고
특수한 것을 베풀면 특수한 과보를 얻으며
좋은 것, 특수한 것을 베풀면 수명도 길고 명예가 있으리라.
제2절 가티카라의 믿음
1 부처님이 많은 비구들을 거느리시고 사위성으로 가시는 길에, 교살라국에 들르셨다. 한 곳에 이르러 문득 길가에 멈춰 서면서, 가만히 미소를 지으셨다. 아난은 그 까닭을 물었다.
부처님은 말씀하시기를 "아난아, 먼 옛날, 여기는 베하링가라는 도시였다. 그 도시는 번창하여 인구도 많았고, 가섭 부처님이 즐거이 머무시던 곳이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는 바로 그 가섭 부처님이 자리를 잡고 앉아 많은 비구들을 가르치시던 곳이다."
아난은 이 말씀을 듣고 가사를 벗어 네 겹으로 접어 땅에 깔고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이 위에 앉으소서. 그러면 이 자리는 두 분 부처님께서 앉으신 자리가 될 것입니다."
부처님은 그 자리에 앉아 다시 말씀하셨다.
2 "아난아, 이 베하링가 도시에 가티카라라는 옹기장이가 있었는데, 그는 가섭불을 가장 잘 공양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조티팔라라는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가티카라는 조티팔라에게 '이제 우리 가섭 부처님을 예배하러 가자. 부처님을 예배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고 권했다.
그러나 조티팔라는 '까까머리 중은 보아서 무엇해?' 하고는, 가기를 거절했다. 가티카라는 할 수 없어 조티팔라를 꾀어 목욕하러 강으로 나갔다. 가티카라는 물속에서 조티팔라의 팔죽지를 잡아 문지르면서, 다시 '부처님을 예배하러 가자'고 졸랐다. 조티팔라는 귀찮은 듯, 팔죽지를 빼고, 약간 화를 내면서 싫다고 거절했다.
그래서 그들은 몸을 다 씻고 조티팔라가 몸을 굽혀 머리를 감고 있을 때, 가티카라는 또 그 머리를 잡아 어루만지면서 '부처님을 예배하러 가자'고 달래었다. 이때 조티팔라는 가만히 생각했다. '이것은 이상한 일이다. 이 가티카라는 나보다 미천한 사람으로서, 감히 내 머리를 닿을 수 없는데, 이렇게 머리를 잡으면서까지 권한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이것은 예사 일이 아니다.'
조티팔라는 우선 머리를 잡은 손을 놓게 하고, 할 수 없이 그 청을 들어 주었다.
아난아, 그래서 그 두 사람은 가섭 부처님에게로 갔다. 가티카라는 '부처님이시여, 이 사람은 저의 친구입니다. 아무쪼록 법을 들려주소서.' 하고 가섭 부처님에게 청했다. 가섭 부처님은 그 두 사람을 위해 법을 설하셨다. 두 사람은 법을 듣고 기쁨에 넘쳐 부처님께 예배하고, 오른쪽을 돌아 그 자리를 떠났다. 조티팔라는 가티카라에게 말했다.
'그대는 저 고마운 법문을 듣고도 집 떠날 생각은 없는가?'
'조티팔라여, 그대는 내 사정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나는 저 늙은 장님인 부모를 섬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가티카라여, 그러면 내가 스님이 되겠다.'
조티팔라는 가티카라의 청을 따라 가섭 부처님에게 나아가 법문을 듣고 스님이 되었다.
3 아난아, 가섭 부처님은 조티팔라가 스님이 된 지 반 달쯤 지나 바라나로 떠나, 선인들이 사는 사슴의 동산에서 지내시게 되었다. 바라나의 기기 왕은 이 소문을 듣고, 아름다운 마차를 꾸며 가섭 부처님에게 나아가 법을 들은 뒤, 이튿날의 공양을 청했다. 부처님은 다음 날 아침에 왕궁에 나가 공양을 받으셨다. 왕은 다시 한 철의 안거를 청했다. 그러나 부처님은 달리 약속이 있다 해서 그것을 사양했다. 왕은 두 번, 세 번 간절히 청했지만 부처님은 한결같이 사양했다. 왕은 다소 기분이 나빠 부처님에게 말씀했다.
'부처님이시여, 나 밖에 나처럼 교단에 봉사하는 자가 있습니까?'
'대왕이여, 베하링가 도시에 가티카라라는 옹기장이가 있는데, 그는 나를 제일로 공양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안거의 청이 거절을 당하더라도, 기분 나빠하는 일은 절대로 없었습니다. 대왕이여, 그는 부처님과 법과 스님의 삼보에 귀의합니다. 그는 살생과 사음을 멀리하고, 주지 않는 것은 가지지 않으며, 거짓말을 하거나 술에 빠지는 일이 없습니다. 그는 부처님에 대해서 굳은 믿음을 가지고, 법과 스님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합니다. 그래서 모든 성자들이 칭찬하시는 계율을 가집니다. 또 그는 세상의 괴로움과 그 괴로움의 원인과, 그 괴로움 없어짐과 그 없애는 길에 대해서 의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는 하루에 한 끼를 먹고, 그 행동은 맑고 깨끗합니다. 그는 아름다운 성질을 가졌고, 재물을 쌓아 두는 일이 없습니다. 자기 손으로 흙을 파는 일이 없이, 둑이 무너진 흙이나, 쥐나 개가 파헤친 흙을 날라 옹기를 만듭니다. 그리고는 '누구나 이 옹기를 가지고 싶은 사람은, 쌀이나 콩이나 팥을 주고, 가지고 싶은 그릇을 가지고 가면 그만이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는 늙은 장님인 부모를 섬기면서, 이 세상에 태어나는 근본이 되는 다섯 가지 번뇌를 끊었기 때문에,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날 일이 없이, 영원한 열반에 들어갈 사람입니다.
4 대왕이여, 내가 베하링가 시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아침, 내가 가티카라의 양친 집에 가서, '주인은 안 계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부처님이시여, 오늘 부처님의 심부름꾼은 볼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습니다만, 솥에는 공양이 있고 냄비에는 국이 있습니다. 부디 사양 마시고 자셔 주십시오'라고 대답했습니다. 대왕이여, 나는 시키는 그대로 공양을 마치고 그 집을 나왔습니다. 가티카라는 집에 돌아와 이 말을 듣고
'아아,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가섭 부처님께서 이처럼 나를 믿어 주신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고, 그는 반 달 동안을 계속해 기뻐하고 그 양친은 이레 동안을 기쁨에 잠겼습니다.
대왕이여, 또 어느 때, 내 지붕에 비가 새어서, 비구들을 불러, 가티카라의 집에 가서 지붕에 덮을 풀을 가져오라고 시켰더니, 비구들은 '가티카라의 집에는 풀이 없었습니다. 그는 요즘 그 공장 지붕을 전부 새로 이었습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공장 지붕을 모두 벗겨오라'고 시켰습니다. '비구들은 내가 시킨 대로 가티카라의 공장에 가서 새로인 풀을 모두 벗겼습니다. 그 양친은 '누가 공장 지붕을 벗기느냐?'고 물었습니다. 비구들이 가섭 부처님의 지붕이 샌다는 말을 했을 때, 그 양친은 그 말을 듣고 '부디 가져가십시오, 부디 가져가십시오.' 하면서 기뻐했습니다. 가티카라는 밖에서 돌아와 이 말을 듣고 '아아,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가섭 부처님께서 이처럼 나를 믿어 주신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고, 전날과 같이 기쁨에 잠기었습니다. 대왕이여, 그래서 가티카라의 공장은 석 달 동안이나 허공을 지붕으로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에는 비도 별로 오지 않았습니다. 대왕이여, 가티카라는 이러한 사람입니다.'
5 기기왕은 이 이야기를 듣고 '가티카라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가섭 부처님께 그처럼 신뢰를 받고 있는 그의 행복은 참으로 큰 것이다'라고 찬탄했다. 그리고 깨끗이 찧은 백미 오백 수레를 가티카라에게 보냈다. 그러나 가티카라는 '대왕이여, 대왕이야말로 많은 비용이 들 것입니다. 나는 이대로 넉넉합니다.' 하고 사양했다.
아난아, 그때의 가티카라는 실로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였다.
제3절 거듭나는 사람들
1 부처님이 나데카라는 마을 벽돌집에 계실 때이다. 부처님은 나데카 신도들에게
"가가라라고 하는 대신은 죽은 뒤에 하품번뇌下品煩惱(=가장 가벼운 번뇌)를 끊고 곧 천상에 나서 아라한과를 얻어 다시 이 세상에 오지 않으리라.
가릉가 · 비가타 · 가리수 · 가루 · 바야루 · 바두루 · 수바두 · 타리사누 · 수달리사누 · 야소 · 야소다루 등 대신도 또한 하품번뇌를 끊고 곧 천상에서 아라한과를 얻어 이 세상에 다시 오지 않으리라고 증언하셨다. 그리고 다시 남은 오십 인은 목숨을 마친 뒤에 중품번뇌中品煩惱(=좀 무거운 번뇌)를 끊고 사다함과斯陀含果를 얻어 한번 이 세상에 왔다간 뒤에 불환과不還果를 얻어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게 될 것이다. 그 밖에 아흔 사람의 신도는 중품번뇌中品煩惱를 끊고 한 번 인간에 났다가 천상에 난 뒤에는 아라한과를 얻을 것이다. 또 그 밖에 오백 여인은 상품번뇌上品煩惱(=매우 무거운 번뇌)를 끊기 위하여 몇 생 동안 인간에 태어났다가 그것을 끊고 예류과預流果(=성자의 유에 참예한다는 뜻)를 얻어 다시 나쁜 세상에 떨어지지 않고 정각正覺을 향해 나가게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이같이 앙가카시 · 교살라국 · 발기국拔耆國 · 말라 · 지데바사 · 구루 · 반자라般遮羅 · 바차 · 수레세나 · 소라파 · 건타라健馱羅 등 여러 나라의 신자들이 이미 죽은 이로서 어떤 곳에 태어난 것을 낱낱이 말씀하셨다.
나데카의 신자들은 카시 · 교살라 등 여러 나라 신자들과 또는 나데카 신자들이 죽어서 어떤 곳에 나서 마침내 열반과 정각을 이루게 된다는 부처님의 증명을 듣고 모두들 기뻐했다.
2 그때 아난이 나데카 사람들이 이렇게 기뻐하고 더욱 신심을 일으켜 불법을 신봉하는 것을 보고 생각한 바 있어서 하루는 부처님께 가서 예배하고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듣자오니 부처님께서 앙가카시, 교살라국, 발기국, 발라 등 여러 나라의 신자들과 나데카 신자로서 이미 죽은 이들이 태어난 곳과 장차 열반을 성취할 것을 증언하시므로 나데카의 신자들이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더욱 신심을 내게 된다 합니다.
부처님, 마가다의 신자들은 오랫동안 불 · 법 · 승 삼보를 믿고 가르침과 같이 수행하였다가 죽은 사람이 많습니다. 그럼 그들이 죽은 뒤에 그 운명을 말씀하지 않으셨으니, 만일 그들에게 대하여 말씀하여 주셨으면 다행하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신심을 일으켜 그 인연으로 좋은 곳에 나가게 될 것입니다."
3 "부처님이시여, 저 마가다 국의 왕 빈바사라는 왕자王者의 법에 따라 왕 노릇한 분으로서 바라문과 거사에 대하여, 그리고 일반 인민에 대하여 사랑하고 불쌍히 여겼으므로, 사람들은 모두 칭찬하기를 '그처럼 거룩한 임금은 우리에게 행복을 주시고 돌아갔도다. 우리들은 그 임금의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합니다.
부처님이시여, 그(王)는 불 · 법 · 승을 믿고 그 가르침을 실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죽어 갔습니다. 또 부처님께서는 실로 마가다에서 정각을 이루었으니 그 마가다의 신자들에게 어째서 그 죽은 뒤 태어나는 곳을 말씀하여 주시지 않습니까? 만일 이것을 말씀하여 주시지 않으시면 마가다 사람들은 불행할 것입니다."
라고 간절히 청원했다. 그때 부처님은 잠자코 허락하시고, 그것을 말씀하실 기회가 있다는 뜻을 보이셨다.
4 부처님은 아난이 간 뒤에 이윽고 아침에 옷을 정돈하시고 바리때를 가지고 나데카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고 돌아와서 식사를 하시고 발을 씻고 벽돌집에 들어가셨다. 마가다 신자들의 후생에 대한 일을 생각하시고 고요히 앉아 정에 드셨다 일어나 절로 돌아오셨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 계시는 곳에 나와 예배하고 부처님의 말쑥하고 고요한 안색을 우러러 보았다. 부처님은
"아난아, 네가 마가다 신자들이 죽은 뒤에 다시 난 곳을 묻기에 내가 나데카에 들어가 걸식한 뒤 벽돌집에 들어가 선정에 들었을 때에 한 야차가 소리치기를 '부처님이시여! 소신小神은 자나바사바입니다'라고 외치며 내 앞에 나타나 다시 '소신은 자나바사바입니다, 나는 자나바사바입니다. 소신은 북방 비사문천왕의 태자로 태어난 것이 이번이 일곱 번째입니다. 소신은 인간의 왕으로서 없어진 뒤에 이 북방 천왕의 권속으로 태어난 것입니다.
이곳에서 일곱 번, 저곳에서 일곱 번, 합하여 열네 번,
지낸 세상 지낸 일 이것만을 나는 아네!
하면서 '부처님이시여, 소신은 오랜 세상에 나쁜 길에 떨어진 일이 없는 줄 아오며, 소신은 장차 사다함과를 얻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제4절 불법을 믿는 공덕
1 "자나바사바는 오랜 세상에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은 것을 알고 또 사다함과를 얻을 것이니 참으로 기특하다. '어떤 인연으로 자나바사바가 이 같은 거룩한 지혜를 얻었느냐?'고 묻자, 그는 대답하기를 '부처님이시여, 부처님의 가르치심 이외의 것이 아닙니다. 소신은 과거 세상에서부터 불법에 귀의하여 신앙한 이래, 길이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고 사다함과를 얻을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부처님이시여, 만일 사왕천이나 삼십삼천 도리천 상의 모든 천인天人들이 한데 모일적에 그 가운데 천인들이 부처님 처소에서 법을 듣고 청정한 계행을 닦고 새로 삼십삼천에 나는 이는 그 광명이 다른 천인을 능가합니다. 그러므로 삼십삼천의 천중天衆들은 천계의 위덕이 더욱 성하고 아수라계阿修羅界의 세력이 감쇠함을 기뻐합니다'라고.
2 자나바사바는 다시 말하였다.
'부처님이시여, 삼십삼천에 일찍이 큰 광명이 나타나며 힘찬 세력을 내어 모든 천인의 위력을 능가하였습니다. 제석천왕이 삼십삼천 중에 이르기를 이 광명은 범천이 나타날 징조라고 하더니, 그때 범천왕이 동자童子 모양으로 나타나는데 광명이 찬란하여 눈이 부셔 바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 범천은 상동형범천常童形梵天이라고 하오며 다섯 개의 상투를 짜고 허공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으면서도 평지에 앉은 것과 같았습니다.
3 부처님이시여, 상동형범천은 영롱하고 미묘하고 부드러운 범음성으로 삼십삼천에게 말했습니다.
'삼십삼천이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항상 천상 · 인간의 이익 · 안락을 위하여 끊임없이 정진하신다. 어떤 중생이든지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에게 의지하여 그 가르침을 잘 받들어 행하면 그 몸이 죽은 뒤에 혹은 타화자재천에 나며, 혹은 화락천化樂天에, 혹은 도솔타천에, 혹은 야마천에, 혹은 삼십삼천에, 혹은 사천왕천에 나게 되리라, 또 가장 아래에 가 나는 것도 건달바계乾闥婆界에 나게 되리라'고.
4 부처님이시여, 상동형범천은 다시 삼십삼천에 이르기를 '삼십삼천이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부처님 · 일체지자一切智者 · 정각자께서는 신통 변화의 법을 성취하시기 위하여 네 가지 신족神足을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곧, 첫째는 욕신족欲神足이니 신통을 얻으려는 욕구가 갖추어야 하고, 둘째는 정진신족精進神足이니 끊임없이 정진하는 것이고, 셋째는 정신족定神足인데 일념으로 선정을 닦는 것이고, 넷째는 혜신족慧神足이니 자유로운 지혜를 갖춤이다. 그대들이여, 과거의 모든 사문 · 바라문으로서 갖가지 신통을 실현한 것은 다 이 네 가지 신족을 수행함으로 말미암음이니라. 현재 · 미래에도 그러하다. 나도 또한 이 네 가지 신족을 수행한 자이다. 그러므로 이 같은 위덕과 신통을 얻었느니라.'
5 상동형범천은 다시 삼십삼천에게 말하기를 '그대들이여! 부처님 · 일체지자 · 정각자께서 세 가지 길을 열어 보여 괴로움을 여의고 즐거움에 이르게 하지 않았느냐?
세 가지 길이라 함은 먼저 몸과 말과 마음으로 탐욕과 나쁜 행동을 하다가 뒤에 성인의 법을 듣고 일심으로 닦아 행하여 모든 옳지 못한 행동을 버리고 착한 일을 닦아 기쁨을 얻으니 이것이 첫째 안락에 이르는 길이다. 다음 어떤 중생이 몸 · 말 · 마음으로 어지럽고 거친 행동을 하여 안정하고 침착한 품행을 잃었더니 뒤에 성인의 법을 듣고 일심을 닦아 행하여 모든 이치를 깨닫고 거친 행동을 버리고 몸과 말과 마음의 행동이 바르게 되어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고 편안함을 얻게 되니 이것이 둘째로 안락에 이르는 길이다.
다음, 선과 불선법을 잘 알지 못하고, 이것은 비난거리고 저것은 비난 거리가 아니며, 이것은 쓸 것이고 저것은 쓰지 못할 것이며, 검은 것 흰것을 잘 알지도 못하던 것이 뒤에 성인의 법을 듣고 일심으로 담아 행하여 선과 악, 검고 흰 것을 똑똑히 알고, 이같이 알고 이같이 보는 자는 무명無明이 꺼지고 밝은 지혜가 나며 가장 첫째가는 즐거움을 얻게 되니 이것이 안락에 이르는 셋째 길이다.'
6 상동형범천은 다시 삼십삼천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부처님 · 일체지자 · 정각자께서 범부의 악각惡覺 · 악지惡知를 버리고 성현의 바른 지견에 이르기 위하여 사념처四念處를 말씀하시지 않으셨느냐? 사념처란 함은 곧, 이 몸과 이 몸이 삶을 받아 누리는 것과 내 마음 및 법에 대하여 바로 관찰하여 부정不淨 · 고苦 · 무상無常 · 무아無我의 실상을 바로 보아 깨닫고 정진하고 생각함으로써 세간의 탐착과 근심 걱정을 없애게 되니 이것이 부처님 · 정각자께서 악 · 불선법을 버리고 선법에 이르게 하신 사념처법이니라.'
7 다음 상동형범천이 또 삼십삼천에게 말하기를 '그대들이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처님 · 일체지자 · 정각자께서 바른 성도聖道를 닦아 성취하기 위하여 여덟 가지 바른 길(八正道)를 말씀하였다. 그것은 정견 · 정사유 · 정어 · 정업 · 정명 · 정정진 · 정념 · 정정이다. 그대들은 이 여덟 가지 바른 길을 부지런히 전념하면 성현의 바른 길을 갖추었다고 하리라.'
그대들이여, 바로 보는 대로 말미암아 바른 생각이 나고, 바른 생각으로 말미암아 바른말이 나고, 바른말로 말미암아 바른 업이 나고, 바른 업으로 인하여 바른 생활(正命)이 나고, 바른 생활로 인하여 바른 정진이 나고, 바른 정진으로 인하여 바른 심념心念이 나고, 바른 심념으로 말미암아 바른 정定이 나고, 바른 정으로 말미암아 바른 지혜가 나고, 바른 지혜로 말미암아 바른 해탈이 있는 것이다.
8 그대들이여, 만일 바로 말하는 자가 있어서 '부처님께서는 그대로 실행하면 그만한 결과가 나타나며,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길이 죽음이 없는 문을 열어주셨다'라고 하면 그 말은 바로 말함이 된다.
대체로 부처님께 굳은 신심을 지니고, 법과 스님에게 확고한 신심을 지니며, 그 가르침을 지키면 누구나-이를테면 수백 만 마가다 나라의 신자들은 인간에서 몸을 버린 뒤 하늘에 나서 상 · 중 · 하 삼품 번뇌를 끊고 예류자預流者가 되어 다시 나쁜 세상에 떨어지지 아니하고, 정각으로 향하는 것이 어김없다.'
9 상동형범천이 이런 일을 말할 때에, 비사문천왕은 생각하였다. '이처럼 거룩한 법문과 지혜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실로 불가사의하고 참으로 희유한 일이다'라고, 상동형범천이 이것을 삼십삼천에게 말할 때에 비사문천왕이 그 앞에서 듣고 우리 천궁에 돌아온 뒤 우리들에게 말씀하셨고 우리는 그 앞에서 듣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은 자나바사바야차에게서 들은 뒤에 그것을 승인하시고, 아난을 위하여 다시 말씀하셨다.
아난은 이것을 부처님한테서 듣고 다시 비구 · 비구니 · 우바새 · 우바이優婆夷(女信徒)에게 말하였다.
법전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