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문화탐방(8)
꼭! 보고 싶은 화순군을 찾아서
운주사에 가 보셨나요?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천불천탑'으로 알려진 운주사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곳곳에 세워져 있는 석탑과
미소를 머금은 듯 다양한 석불들의 표정들이 익살스러우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왠지 웃어야 할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다문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운주사는 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에 있는 사찰로 도선이 창건하였다는 이야기로 알려져 있으며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절 좌우의 산등성이에 1,000개의 석불과 석탑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많은 석불탑이 훼손되었고 지금은 석탑 12기와 석불 70기가 남아 있다.
9층 석탑(보물 제796호)은 운주사에서 가장 크고 높은 석탑으로 바위 위에 세워져
있으며 고려 시대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한다.
운주사석조불감(보물 제797호)
감실 안에는 2구의 석불이 가운데 세워진 1매의 판석을 사이에 두고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있는데 참으로 특이하다.
운주사원형다층석탑(보물 제798호)
대웅전과 4층석탑
지장전
마애여래좌상이 있는 공사바위, 가까이 가서 찍지는 못하고 멀찍이서 바라만 보고..
비스듬한 너른 바위가 온통 기단석이 되고 바위 위에 홈을 파서 세운 7층 석탑은 신비 그 자체다.
백제계 탑이라네요. 처마귀가 솟은 걸로 봐서
재밌고 소박한 느낌이 나는 석불군을 민간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큰 아들 내외, 손자손녀들이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대가족군상들의 모습이라고 하기도 한다네요.
시위불
세계에서 하나뿐인 유일한 형태의 와불, 운주사의 그 유명한 와불이다.
와! 쳐다보는 순간 터져나오는 감탄사이다.
좌불과 입상의 모습으로 자연석 위에 조각된 채로 누워있다.
좌불은 비로자나부처님이고 옆에 입상은 석가모니불이다.
이 천번째 부처님이 일어나는 날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지상최대의 나라가 된다는 설이 있는데
글쎄 오늘도 말없이 누워있기만 하네요.
북두칠성의 별을 표현하여 제작한 바위로 농사의 풍요, 생명의 관장등 우리의 민속신앙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인돌유적지
전라남도 고창과 인천 강화도의 고인돌 유적지를 비롯해 전라남도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
일대에도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유적지가 있다.
596기의 고인돌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고인돌 축조과정을 알 수 있는 채석장이 있고 고인돌이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어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마고할머니가 운주골에서 천불천탑을 모은다는 소문을 듣고 치마에 돌을 싸가지고 가는데 닭이 울어 탑을
다 쌓았다고 하니까 그만 돌을 버리고 발로 차 버렸는데 그것이 '핑매바위'라 한다는 거대한 고인돌의
구전내용도 재밌고, 관청바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둥을 두 개 세우고 그 위에 덮개돌을 얹어 시신을
모셔두는 북방식 고인돌과 달리 바닥을 파서 지하공간을 만들고 굄돌을 받치고 커다란 덮개돌을 얹어 만든
괴바위 고인돌은 제사를 지내던 제단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둘러보는
고인돌유적지는 무덤이라기 보다는 여기 저기 자연스럽게 생겨난 산과 길가의 자연석 조각공원 같다는
친근한 느낌에 커다란 고인돌 위에 앉아 길가에 무리지어 피어난 코스모스를 보며 가을을 노래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시간을 투자하여서라도 발걸음 딛어보기를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쌍봉사(雙峰寺)
절의 앞뒤에 봉우리 두 개가 있어 붙은 이름이 쌍봉사(雙峰寺)라고 한다.
통일신라 경문왕(868)에 철감선사가 창건하였다는 말이 있으나, 곡성 태안사의 혜철(861년)의 부도비에
언급된 걸로 그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쌍봉사는 대웅전과 철감선사탑과 탑비로 유명한 곳인데 보물 제163호로 지정되었던 대웅전은 1984년 신도의
부주의로 소실되어 문화재 지정이 해제되었으며, 현재의 건물은 1986년 원형대로 복원한 것이라 한다.
화재당시 대웅전 안의 석가삼존불은 마을 주민이 꺼내어 화마를 면하였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싶다.
쌍봉사의 대웅전은 평면이 방형인 3층 전각으로 사모지붕의 목조탑파형식(목탑 형태의 건물)의 독특한 건물로
보은 법주사의 팔상전과 보탑사의 통일대탑과 쌍봉사의 이 대웅전으로 세 건물뿐이라 한다.
대웅전 뒤쪽으로 지장전과 극락전, 명부전이 있는데 붉은 석산(꽃무릇)이 곳곳에 피어 사찰의 가을을 수놓고 있었다.
철감선사탑(국보 제57호)은 팔각원당형의 부도 형태로 균형감이 빼어나고 부도에 새겨진 조각이 참으로
섬세하고 아름답다.
철감선사탑비(국보 제170호)는 가운데의 탑신은 없어지고 거북 몸에 용의 머리를 한 비석받침 귀부와 용틀임모양의
비석 윗돌 이수만 남아 있다.
부도전을 오가는 길에 차나무가 있다.
남도의 사찰에서는 차나무를 흔히 볼 수있는데 마침 스님과 신도들 몇이서 차 열매를 수확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평화로워 보이던지, 열매를 땅속에 묻어서 발아시켜 옮겨 심는다는 말에 열매도 몇 알 얻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차 향만큼이나 은은하고 고고한 향이 나는 차나무꽃도 몇송이 볼 수 있었는데 그 빛이 얼마나 맑은지
들여다 보고 있으니 그 맑음이 눈과 마음에 앉은 먼지를 씻어내는 듯하다.
어디선가 “차나 한잔 마시게(喫茶 去)” 하는 다정한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태풍의 흔적이 곳곳에 있어도 논과 들은 누렇게 황금색으로 물들어 가고 하늘은 푸르다.
열매는 가을을 더욱 무르익게 하고 탐방길에 만난 가을꽃들의 색감도 들뜸이 없이 짙다.
탐방하기에 그지없이 좋은 날씨에 맛있게 먹은 점심의 버섯전골도 식욕을 돋우었다.
한번 쯤 가서 봤으면 했던 운주사의 와불과 불탑도, 역사의 지혜가 빛나는 화순 고인돌 유적지,
쌍봉사의 보물과 붉은 석산과 차나무꽃의 여운을 가슴에 담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성큼 다가 온 추석도 더욱 풍요롭게 맞이할 것 같이 넉넉하다.
(2012. 9 전남 화순 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