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부지런히 저녁을 준비합니다.
전세움 씨가 프라이팬 고릅니다. 이번에는 직원이 이 팬으로 볶으면 좋을 것 같다고 알맞은 팬을 먼저 제안했습니다. 배 떠나기 전에 의견을 내야 합니다. 도중에 멈추거나 꺾이면 한숨이 나옵니다.
전세움 씨가 프라이팬 꺼내 기름 두릅니다. 직원은 파와 당근 탁탁 썰기 시작합니다.
앗. 볶음밥을 하려면, 밥이 있어야 하는데? 전세움 씨가 서둘러 밥을 안칩니다. 취사 완료까지 ‘43분’이라 뜹니다.
그 40분을 틈타, 저녁 먹고 하려던 의논을 끝마치고 나왔습니다.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요리 재개합니다.
#. 레시피 따라서
냉장고에 붙여둔 레시피를 들여다볼 여유도 생깁니다.
“이게 무슨 말이지?”
전세움 씨의 의문에 직원이 임의로 적어둔 부분을 설명합니다.
“‘약불(3)’은, 여기 인덕션 보면 불 숫자가 뜨잖아요.“
“네.”
“‘약불(3)’이면 ‘3’이 뜨게 누르면 됩니다.”
“아~”
팬에 기름은 이미 둘렀으니 그대로 갑니다. 전세움 씨가 팬이 달구어졌는지 손을 가까이 대어 확인합니다.
아직 미지근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전세움 씨가 질문합니다.
“스크럼블에그는 어떻게 해요?”
“세움 씨 저번에 오므라이스 할 때 하던 것… 기억해요?”
“기억 안 나는데.“
직원이 손짓으로 달걀 섞는 시늉을 하며 이렇게 하면 된다고 말하니
“섞으면 돼요? 아~”하고 금방 이해합니다.
“아니면, 기다리는 동안 미리 세움 씨가 잘하는 거, 달걀 깨서 풀어놓아요. 나중에 한 번에 붓기 편하게.”
“아~ 좋은데요?” 하며 달걀 풀어둡니다.
직원: “이제 뭐 하래요?”
“다진 파를 넣으래요. 파기름이 뭐예요?”
“기름에 파를 볶은 것.... 말 그대로 파와 기름입니다.”
전세움 씨가 “이다음은 뭐지?” 단계 확인하고, 파 향이 솔솔 올라오는지 맡아봅니다.
“쌤도 맡아보세요. 아직 안 나는 것 같은데.”
“그럼 더 볶읍시다.”
“쌤 이제 나는 것 같아요.”
“그러면 뭐해야 한대요?”
레시피 사진까지 꼼꼼히 들여다보며 확인합니다.
센불로 올립니다. 당근 넣고 1분간 볶을 타이밍이 왔습니다.
“센불은 ‘8~9’인데,”
“8로 할래요.”
“인덕션에 여기 보면 ‘12’분인데, ‘11’분 될 때까지 볶으면 될 것 같아요.”
“춤추면 안 되나?”
#. 1분, 맛보기 춤
전세움 씨 눈이 개구지게 반짝입니다. 당근 볶아지는 사이, 비좁은 주방이 순식간에 무대로 변합니다.
춤춥니다. 단 1분뿐이니까 서둘러서! 와중에도 공연자 전세움 씨는 관람객 직원에게 희망곡을 신청받더니,
최근에 연습한 ‘붐팔라’와 ‘이츠미’를 선보입니다.
센불에 빠르게 볶아야 해서, 뒤집개 놓았다가 까딱하면 탈 수 있습니다.
“쌤 이거 봐봐요.”
전세움 씨가 한 손으로 뒤집개를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동시에 온몸으로 춤추는 묘기 아닌 묘기를 보여줍니다.
결국 직원도 전세움 씨 흥 따라서, 함께 몸을 덩실덩실 움직이며 신나게 요리합니다.
각자 맡은 팬은 꼭 쥐어 놓지 않은 채로요.
이어 전세움 씨가 간장 두 숟가락 신중하게 따라 볶음밥에 붓습니다. 불 앞을 지켜야 하기에,
떠날 수 없는 전세움 씨를 대신해 직원이 얼른 밥을 퍼 왔습니다. 전세움 씨가 다시 힘차게 주걱을 움직입니다.
#. 완벽하지 않아 조화로운 저녁상
“쌤, 터치요! 제가 미역국 맡고 있겠습니다.”
미역국에 간장 된장 소금 넣은 뒤, 전세움 씨에게 넘깁니다.
잘 볶아지지 않는 밥은 직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마저 볶아냅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미역국. 간을 봅니다. “짠가요? 한번 맛봐주세요.”라고 청하자, 전세움 씨는 “괜찮은데요? 맛있는데요?”라고 합니다. 직원이 맛을 보니 밍밍합니다. 간장 한 숟가락, 소금 한 꼬집 더 넣어 봅니다.
“다 됐다~”
식사와 뒷정리까지 마친 뒤, 냉장고에 붙여둔 레시피 종이를 떼려고 보니, 8단계와 9단계가 더 있었습니다.
소금과 참기름을 안 넣었어요.
하지만 볶음밥 간은 짜지 않아 오히려 좋았고. 참기름은 미역국에 듬뿍 들어가 있었습니다.
전세움 씨는 “쌤, 맛있는데요?”라 외치며 한 그릇 뚝딱 비웠습니다.
#. 스무 살의 여름날 소망
요리하는 내내 화목하고 여유로우니, 전세움 씨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넵니다.
“쌤, 여름방학에 하고 싶은 것 있습니다.”, “데이트요. 쌤이랑요.”
“그래요, 전세움 씨 스무 살인데, 여행 가야죠. 우리 여름방학에 언니들이랑 가는 거 말고도 따로 또 가요. 서천도 가고.”
그 말에 전세움 씨 얼굴이 환해집니다. “쌤! 서천에 ~~있어요! 서천 가요, 서천.”
흰옷 입은 직원 옷에 참기름과 간장이 튀었습니다. 앞치마가 번뜩 떠오릅니다. 앞치마 입고 요리하는 기분 제대로 내고 싶습니다. 오늘 입은 예쁜 옷에 뭐 묻을까 상관 말고, 즐거이 요리에만 전념하고 싶습니다. 전세움 씨에게 앞치마 제안하니, 곧바로 “네, 네! 앞치마 사요. 커플로요.” 하며 적극 찬성합니다.
스무 살 여름방학, 여행, 그리고 앞치마.... 새로운 설렘이 다가옵니다.
2026년 7월 10일 금요일, 이다정
밥 안치기, 인덕션 불 조절하기, 달걀 풀기, 달걀 / 파 / 당근 볶기, 간 맞추기, 간 보기....
식사를 준비하는 일에 전세움 씨의 몫이 늘어갑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 21더숨
<과업 관련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