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아이폰 생산 과정을 촬영한 애플 측 보도자료 캡처본이다.
보이다시피 카메라 모듈까지 통짜로 유리를 깎아 디자인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뒷면 디자인은 이음매 하나가 없다. 요즘 유행하는 심리스 디자인이다.
어떤 제품이든 세공 작업을 공정에 집어넣으면 단가가 높아진다.
원자재를 깎기 때문에 버려지는 부분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삼성처럼 틀에 넣고 마구 찍어내면 단가를 절약할 수 있는데 뭐 하러 이런 짓을 할까.
심리스 디자인은 보통 유기물(생명체)처럼 보이도록 의도할 때 쓴다.
생명체의 디자인 특징은 자연스러움이다. 본디 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인위적일 수 없다.
눈이 있어야 할 곳에 눈이 있는 것 처럼, 아이폰은 카메라 모듈과 아이폰 본체 사이 틈을 없앰으로써
아이폰과 카메라가 하나이고, 당연히 그 위치에 카메라 렌즈가 있어야 하며, 서로 분리되어 사유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애플은 이런 디자인 연출을 통해 아이폰 = 카메라임을 강조한다.
아이폰 = 카메라 임을 확인할 수 있는 디자인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셔터 버튼이다.
공식 홈페이지 아이폰 16 홍보 사이트에서 캡처한 자료다.
손가락 파지법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다.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셔터 단추를 누르는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심지어 햅틱 터치를 통해 초점을 잡는 반셔터 기능까지 구현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아이폰의 정체성이 카메라임을 말하는 이유가 뭘까.
아이폰 11부터 애플은 카메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폰 11부터 시작된 트리플렌즈, 야간모드, 4k 60 fps 촬영부터
시네마틱모드, 돌비비전 HDR포멧과 같은 영화 업계에서 쓰는 규격을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돌비비전 지원과 동시에 맥북, 아이패드 디스플레이를 시네마 규격으로 갈아 끼워버리면서
애플 생태계에 들어오면 누구든지 영화 업계 규격으로 영화 같은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했다.
아이폰 11이 출시되었을 당시 우린 유튜브 영상조차도 전문가들이나 만드는 거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아이폰(혹은 유사한 무언가로)으로 영상을 찍고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린다.
전문적인 카메라가 없어도 스마트폰만 있다면 가능한 것이다. 4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애플 매장에 가서 '프로'가 붙은 제품을 구입하면 전문가처럼 작업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2024년 현 인스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물이다.
tvn예능 뿅뿅 지구오락실을 보면 중간중간 아이폰으로 촬영된 컷이 들어간다. 지상파 방송국조차 아이폰 촬영물을 이용한다.
초등학교에 가서 카메라 찍는 손동작을 해보라고 시키면 엄지로 손바닥을 누른다.
애플이 카메라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문가에서 대중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그러니 자랑스럽게 아이폰 = 카메라임을 심리스 디자인으로 박아놓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애플과는 반대 사례로 갤럭시 s20울트라가 있다.
본인들이 만든 100배 줌 렌즈를 너무도 자랑하고 싶은 나머지 카메라만 무식하게 강조를 해놓았다.
마치 빠루로 뽑으면 뽑힐 것 같은 디자인이다. 본체와 자연스럽게 붙어있지 않다. 전혀 심리스 하지 않다.
저 100배 줌 활용처는 솔직히 말해서 전무하다. 아이돌 콘서트 직캠용으로 쓰이긴 하나 그것 뿐이 없다.
애플처럼 포멧을 지원하지도, 비디오 촬영 지속시간이 길지도, 편집 인프라를 지원하지도 않는다.
혹여 심리스한 디자인을 보인다 한들, 애플처럼 설득력있는 이유를 대기 어려울 것이다.
갤럭시 디자인엔 이유가 없다. 애플처럼 기존 디지털 카메라를 대체한다는 뚜렷한 목적이 보이질 않는다.
그저 애플에서 티타늄 넣으면 바로 따라서 집어넣는 수준이다.
그래서 삼성 주가가 이 모양인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