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을 MBTI로 규정할 수 없지만 만약 추정한다면 ESFJ가 될 것 같다.
백성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한 Fe, 방대한 기록과 경험에 근거해 제도를 다듬은 Si는 확실히 그의 행적과 겹친다. 그러나 이 해석을 끝까지 밀고 가면 곤란한 결론이 나온다. 청렴이 타고난 기질의 산물이라면, 청렴하지 않은 사람은 '나는 원래 그런 성향이 아니다'라는 말로 면책된다. 도덕이 성격유형의 부산물로 격하되는 것이다.
정작 다산 자신은 청렴을 기질로 설명하지 않았다. 『목민심서』 율기편에서 그는 '청렴한 자는 천하의 큰 장사꾼(廉者天下之大賈也)'이라고 썼다. 크게 욕심내는 사람이기에 작은 것을 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것은 타고난 마음씨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무엇이 진짜 이익인지에 대한 판단의 문제다. 다산에게 청렴은 감성이 아니라 지혜였고, 성품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그가 청렴의 기준을 뇌물, 공금, 뜻이라는 세 단계로 나눈 것도 그것이 훈련되고 점검될 수 있는 실천이기 때문이다.
더 결정적인 것은 다산이 개인의 결심조차 온전히 믿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목민관 한 사람의 인격에 고을의 운명을 맡기지 않고, 회계를 투명하게 만들고 감시의 절차를 세우는 쪽으로 나아갔다. 조선 후기의 참상을 개인의 게으름이 아니라 제도의 실패로 진단한 사람이, 그 해법만 개인의 성품에서 찾았을 리 없다.
기질은 출발점이고, 의무는 방향이며, 제도는 그것을 지속시키는 조건이다. 다산의 위대함은 착한 사람이었다는 데 있지 않고, 착하지 않은 사람도 함부로 굴 수 없는 구조를 설계하려 했다는 데 있다. 질문은 남는다. 우리가 지금 청렴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사람의 됨됨이를 말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됨됨이가 없어도 작동하는 시스템을 말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