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책, 회심의 변질 - 이강문

[이강문목사]

패스트푸드 회심은 없다

알렌 크라이더. (2012). 『 회심의 변질 』대장간

이강문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세례문답을 받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세례를 받았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과정에서 부모님과 교회를 합치는 통에 세례문답을 한 교회와 세례를 받은 교회가 다르다. 세례문답은 장로교회에서, 세례는 순복음교회에서 받았다. 세례문답 교육은 1시간의 교육과 장로님들 앞에서 문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관련하여 남은 기억이라곤 ‘자신이 좋아하는 성경구절’을 물어본다는 선 경험자의 조언에 따라 ‘좋아하는 성경구절’을 급조하여 외우느라 조바심을 친 정도이다. 세례식은 좀더 목가적이었다. 여름수련회 일정 중에 세례식이 있었는데, 근처 시냇가에서 세례를 받았다. 친구들과 선생님은 들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축하해주었고, 세례식을 끝낸 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물놀이가 이어졌다. 덕분에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그러나 나의 세례식은 교회에서 요구하는 의식이었을 뿐 회심과는 별개였다. 나의 회심은 중학교 2학년 때와 대학교 1학년 때로 기억된다. 중학교 2학년 여름수련회에서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성령세례를 받는 영적 체험을 하게 되었다. 이 체험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이전의 신앙생활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반면에 대학교 1학년 때의 회심 경험은 영적 체험이 아닌 신앙적 고민이 발단이었다. 그리스도인 다운 삶에 대한 고민으로 여러 선배들과 함께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삶을 나누는 과정에서 그리스도인 다운 삶의 자세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들이었다.

<회심의 변질>의 저자 알렌 크라이더의 정의에 따르면, 나의 회심은 대학교 1학년 때가 더 가깝다. 성장하는 동안 교회에서 들은 회심의 강조점은 항상 영적 체험과 경험이었다. ‘주님을 어떻게 만났는가, 어떤 영적 체험을 경험했는가,’ 회심 사건에는 반드시 이런 경험이 필요한 것처럼 여겼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기독교 역사 속에서 회심의 내용과 강조점이 교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변질되어왔다는 것을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논증한다. 저자는 초대교회의 문헌고찰을 통해 회심에 수반되는 변화를 3B로 설명하는데, belief(신념), behavior(행동), belonging(소속)의 변화가 그것이다. 더욱이 회심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사건이 아닌 재사회화의 과정이기에, 가장 발전된 형태의 4세기 기록에 의하면, 회심의 과정은 보통 네 단계로 이루어졌고 보통 3년에서 5년간 지속되었다. 이런! 초기 기독교 교사들이 나의 세례 과정을 들었다면, 코웃음을 쳤겠다.

이토록 엄격했던 초대교회의 회심의 여정은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개종 이후부터 급격한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회심의 기초가 되는 ‘행동의 재사회화’는 ‘심리적 변화’로 축소되었고, 어거스틴의 <고백록> 이후 ‘행동의 변화’가 아닌 ‘경험’이 회심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 오늘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비주류에서 주류로 변화된 크리스텐덤 환경에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이런저런 이익과 강요에 의한 조건이 되었고,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한 효율적인 회심의 여정은 당연히 축소되고 제거되었다. 필요에 의하여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나, 회심하지 않은 그리스도인을 양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책은 현대 교회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첫 단추에 해당하는 회심부터 문제라고 일갈한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이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고 희망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역사학자 허버트 버터필드의 말을 인용하며,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를 사는 지금이야 말로, 초기 기독교의 상황과 비슷한 형태로 회귀한 시대라고 분석한다.  때문에 현대 사회는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흥분되는 기간이다. 초대교회를 통해 적절한 실마리를 찾아 고쳐 나간다면 오히려 새로운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대 교회의 세례 교육에 대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회심이 찰나의 변화가 아닌 과정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예비 신자들이 그리스도인들의 행동과 배운 대로 실천하는 모습을 관찰함으로 기독교를 배워가도록 교육 과정의 변화가 절실하다. 특히 초대교회의 회심 여정 중에 중독에 대한 교육과정은 매우 큰 도전이 되었다. 체험이 아닌 행동의 변화가 회심의 핵심 요소임을 기억하라. 패스트푸드 회심은 신앙 건강을 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