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명/ 정미자
세상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
나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바람에 날아온 낙엽 하나
비석위에 매달려
파르르
모스부호 전해주고 힘없이 떨어지네
‘나는 너야’
작은 모래보다 더 작은 알갱이로
흙속에 떠돌다
우연히 하늘로 날아오를 때
또 다른 나에게 날아가서
전해 줄게
‘나는 너야’
바닷가 어느 암자 / 정미자
거대한 암자는 절인가, 관광지인가?
스님의 느린 발자국
알록달록 중생의 업으로 지워졌네
스님의 먹물 향기는
중생이 업고 온 향수에 스며들고
목탁소리는 중생들 아우성에 부처님 뒤에 숨죽이고 있네
처마 밑 풍경은 길 잃고 정신 줄 놓은 듯
온몸을 흔들어 대고
거대한 지혜보살님 아래는
중생의 희로애락 표정을 닮은 큰 거인 동상들이
놀리는 것인지 노는 것인지 각각 폼을 잡고
보살님 뒤 부채처럼 넓게 펼쳐진 대리석 판은
돈으로 새겨질 이름을 기다리고 있네
거대한 종은 수시로 우는데
종소리 이상도 하다
돈돈돈 소리 내며 파도소리에 춤을 추네
방생 터에는 통통 살찐 물고기들이 천국놀음에 폴짝 폴짝 묘기부리고
방생 터 입구에 방생 위해 인공으로 키운 치어들이
가격표 달고 사각 통에서 자비의 손길 기다리고 있네
이 암자!
주인은 수도승인가 중생인가 장사꾼인가?
바람이 묻고 지나가네
*정미자:2017년 '문학저널' 등단, *저서<엄마도 사랑받고 싶어>
*번역 및 영어학원 원장. 춘천문협회원.강원펜문학회원,
춘천여성문학회원, '文彩동인'
첫댓글 약력 확인하시고 수정사항 올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제야 들어와서 확인합니다. 약력에 번역 및 영어학원 원장을 지워 주세요. 번역가로 고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어학원 원장 아니에요 ㅋ